기꺼이, 아이의 신호가 멈출 때까지

​5. 다시 쓰이는 운명

by 이원주

​5. 다시 쓰이는 운명


​이 모든 배려는 아이가 어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머지않아 이 모든 일을 아이 혼자서 척척 해낼 날이 올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언젠가 반드시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머리를 말리며, 스스로의 삶을 돌보게 될 것입니다. 엄마의 손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독립의 순간은 우리가 원치 않아도 찾아옵니다.
​그때가 오면 나는 서운해하거나 아이를 붙잡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미련 없이 손을 놓아주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해달라고 할 때, 나는 정말 아낌없이 다 해주었어.”
​그 기억 하나면 충분합니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그 충만한 기억은 삶의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이라는 시간의 유한함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기꺼이 아이 쪽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적어도 우리 집 안에서만큼은, 아이의 말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가 언젠가 “나는 운이 나쁘다”는 문장을 내려놓고, “내 말은 누군가에게 반드시 닿는다”는 믿음을 품게 되기를. 그 믿음이 운명보다 더 큰 힘으로 아이의 삶을 확장해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나는 오늘도 아이의 긴 이야기를 끝까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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