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을 돌이켜보면 금세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유행병으로 폐허가 된 세상의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일 년 동안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체감했을 것이다. 전 세계는 록다운과 거리 두기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떨어져야 하는 순간을 경험했고, 매일 현황판 속 증가하는 숫자들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죽음과 아픔을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앉은 채 SF에 눈을 돌린다. 과학의 발전으로도 막지 못한 세상의 멸망이 눈앞에 찾아온 순간에 우리보다 앞서 겪은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불확실한 근미래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밀폐된 공간의 사람들, 예측 불허의 상황에 끊어지는 소통, 죽어가는 바깥의 비극.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필멸의 시간이 다가온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죽어가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도할 빛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처: 다음 영화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영화다. 2049년, 지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다. 쫓기듯 지상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속 북극해에 있는 바르보 천문대의 늙은 과학자 어거스틴은 혼자 그곳에 남기로 한다. 암 말기 환자인 그는 아직 대기가 오염되지 않은 극 지대에서 생을 마치려고 한다. 수혈 없이는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그는 마지막 삶을 거센 눈보라의 텅 빈 천문대에서 정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어거스틴은 건물 안에서 대피하지 못한 한 소녀를 만난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아이의 이름은 아이리스. 과학자는 구조를 요청하지만 이미 통신은 끊어졌고, 어쩔 수 없이 아이리스를 데리고 있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목성의 위성 K-23의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 호의 다섯 명의 대원을 보여준다. 인간이 거주할 행성을 찾아 이년 간 임무를 수행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든 채 고향인 지구로 돌아가고 있다. 통신 담당 설리는 이주 전부터 지구와의 연락이 끊긴 상황을 의아해한다. 처음에는 우주선 내부의 문제로 여겼지만, 곧 원인은 지구에 있음을 인지한다. 설상가상으로 에테르 호는 경로를 이탈해 미탐사 구역을 거쳐 지구로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늙은 과학자는 모든 우주 탐사가 정지된 상황에 에테르 호만은 지구를 향해 돌아오고 있음을 알게 되고, 현재 상황을 알리기 위해 교신을 시도한다. 하지만 수신이 약해 통신은 번번이 좌절된다. 그는 멀리 떨어진 하젠 호수의 성능 좋은 안테나를 이용해 교신하기로 하고, 아이리스와 함께 가혹한 눈보라와 미지의 북극을 헤치고 하젠 호수로 떠난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어거스틴을 맡은 조지 클루니는 원작인 릴리 브룩스돌턴의 SF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서로 떨어진 두 적막의 공간에서 알 수 없는 재난 상황 속에 단절된 관계를 잇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세상에서도 우리가 끝내 붙잡을 북극성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작품은 코로나 시대의 고립과 불안에서 가족과 인간을 향한 마음속 깊은 간절함과 선의가 만드는 변화를 담았다.
결말을 이끄는 어거스틴의 모습은 지구와 닮아있다. 그의 외모와 더불어 신체적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마치 죽어가는 지구의 형상처럼 보인다. 그의 삶에 주어진 마지막 임무인 교신은 지구가 인간에게 전하는 조언이자, 그 안에 살아가는 인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놓지 않을 의지를 관객에게 촉구한다.
설리 역할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는 우리에게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그는 실제 촬영 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감독과 작가는 원작에는 없던 설리가 임신 중이라는 설정을 시나리오에 추가했다. 이는 후반부 가족이라는 소재로 연결되는 등장인물과 더불어 설리에게 또 다른 층을 부여하여 해석의 가능성을 넓힌다. 우연과 운명으로 얽힌 영화는 개인에서 인간 전체로 확장된다. 희망은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연대의 노력은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응원하고 있다.
소설을 각색하며 빠진 인물의 배경은 영화 중간 인물의 어떠한 선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에 비해 평이한 이야기 전개나 예측 가능한 결말 역시 영화의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플래시백 연결이 더 매끄럽게 이어갔어야 했던 점이나 중간에 삽입된 웃음 코드 장면은 사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훌륭한 음악으로 장면 간 연결을 이어가는 부분은 인상적이나 서사의 부족함을 음악으로 채운다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의 연말,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집콕’과 더불어 이 영화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인류애를 충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