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방울을 모으고 흔들어 구름을 만들어 뿌옇게 창문을 칠하는 1시간 15분, 웅웅 소리를 내며 속을 데우는 건조기에도 눈이 내린다면 중동의 붉은 꽃, 먼 나라 요르단 사막의 오아시스도 사실 아무것도 지나지 못하는 새벽, 몰래 다녀간 눈발이 만들었다며 건조기에는 계속 눈이 내리고
어쩌면 오늘은 축축한 이불을 덮고 타닥 타닥 플라스틱 튀는 소리를 내는 밤이 찾아올 것 같아 베개에 머리를 얹혀두고 잠에 들어야 할까 생각하고 저기 내리는 눈은 나리고 있는 걸까 가만 물어보고
2.
할머니의 용돈은 해가 갈수록 무거워서 내용도 없는 안무 인사는 길게만 길게만 늘어지려 했다.
3.
자꾸만 귀를 찌르는 신입 미용사는 티비를 틀어 요 앞 식당이 방송에 나온다며 애써 서툰 가위질을 감추려 하고 안암에 잠시 머물다 청량리를 지나는 버스는 종종 양쪽 문을 열어 걸음이 늦는 노인들을 버스에 싣는다는 사실을 전해주려다가 삼켜 넣고 그렇게 머리카락 떨어지는 소리로 적막을 채우다가
건조기에도 눈이 내린다면
다시 검게 돌아가는 창문을 열고 자꾸만 걸어 들어가 그래 정말 눈이 내렸구나, 돌아올 시간을 잠시 잃어버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