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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Apr 15. 2016

서른 즈음에

#20. 서른 즈음에

친한 언니, 오빠들이 항상 장난으로 얘기하는 말이 있었다. 희한하게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뀔 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즐겨 듣고 노래방을 가도 즐겨 부르게 된다고. 그때는 그저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어넘겼으나 요즘은 그 말이 왠지 공감이 되고 있다. 원래도 요즘 최신 곡 보다는 예전에 많이 듣던 학창 시절에 즐겨 듣던 노래들을 많이 듣는 편인데다 아빠, 엄마 세대가 즐겨 듣던 가수들의 노래도 어쩌다 접하게 되면 찾아서 즐겨 듣는데 그중 故김광석의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기타 반주와 목소리만으로 담담하게 전해 주는 노래가 너무나도 좋다. 친구들이 들으면 웬 아저씨 같은 취향이냐고 하겠지만 이런 예전 음악들이 좀 더 와 닿는 것이 사실이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이게 과연 서른 즈음에 들을 만한 노래인지 떠나버린 사랑에 대한 노래인지 헷갈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어렴풋이 말로는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또는 떠나가버린 사랑에 대한 노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지나가고 있는 청춘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노래처럼 들릴 것이다. 요즘 들어서 듣는 이 노래는 나에게는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20대라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노래로 다가온다. 20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많이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자꾸 과거를 되짚어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내가 보내지 않았도 떠나오지 않았어도 끊임없이 흘러간다. 잡을 수도 없다. 기억/추억 또한 같다. 내가 아무리 많이 추억하고 싶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심지어는 변질되는 추억도 있을 것이고 아무리 떠올리고 싶어도 떠오르지 않는 추억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이고 지워지는 추억들이라면 나중에 후회하기보다 비워지고 있는 추억들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을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로 다시 채우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그런 시간들로 채워 가야 하는 것도 맞지만 역시 '그때! 그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추억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 '서른 즈음에'


요즘 잔잔한 노래에 꽂혀서 듣고 있자니 추억들이 떠오르며 앞자리가 1에서 2라는 숫자로 바뀌는 것과 달리 2에서 3이란 숫자로 바뀌기 전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마구 발생하는 중이다. 

2라는 숫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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