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찬양하듯 웃음을 터뜨리며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진한이가 수진이에게 물었다.
무엇이 지금 가라앉고 있냐고.
수진이는 말했다.
“가라앉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진한이는 수진이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바람이 잔잔하게 나뭇가지를 흔들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그럼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 진한이는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
수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어쩌면, 가라앉고 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생각일지도 몰라.
무거운 생각들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내려앉고 있는 거야."
진한이는 그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가라앉고 있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진한이는 요즘 생각이 많다. 아니 애초에 생각이 많은데, 요즘 들어 더욱 많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가 하는 생각들은 자신에 대한 온갖 걱정과 보이지도 않는 무의식의 불안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발버둥이라 말할 수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의미 없는 불안과 걱정인 셈이다.
하지만 진한이는 그것이 의미 없다 생각하지 않는다.
수진이는 그러한 진한이가 안쓰럽다가도 그의 생각의 투쟁들이 어쩌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진이는 진한이의 옆에서 그의 투쟁스런 침묵을 느끼며 걷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며, 진한이가 지금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직접 그 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한아!” 수진이는 깊이 잠들어있는 사람을 깨우듯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지금 네가 느끼는 이 혼란과 불안도 결국 지나갈 거야."
진한이는 수진이의 말을 들었지만,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과 세상을 향한 회의가 뒤엉켜 있었다.
"수진아, 난 때때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 세상도 복잡한데 내 생각은 더 복잡해서, 그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너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수진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한이의 손을 잡았다.
"진한아, 네가 지금 느끼는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널 더 강하게 만들 거야.
때로는 우리가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어. 그리고 너는 결코 이상하지 않아.”
진한이는 수진이의 손을 꼭 쥐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지만, 그것이 그녀를 위한 것인지 그를 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의 불안은 마치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으려는 그의 영혼의 작은 몸부림 같았다.
수진이는 분명 진한이의 이런 투쟁이 과도하다 싶으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분일 테니까.
생각을 마친 진한이는 잠시 서서 길가에 핀 작은 민들레를 바라보며 수진이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야기해. 나그네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그들이 후- 하고 입김을 불 자격이 있다고.”
수진이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알 수 없었다.
민들레니 뭐니 갑자기 자유가 왜 나오는지도 그녀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진한이는 이어서 말을 했다.
“그들은 지나가다 발견한 연약한 민들레의 홀씨들을 모두 날려 버려.
홀씨들은 고약한 나그네의 입김에 뿔뿔이 흩어져 민들레의 ‘우리 됨’을 잃어버렸는데도,
나그네와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홀씨가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며 자유를 찬양하듯 웃음을 터뜨려.”
수진이는 그의 말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어려워. 네가 하는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