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마케팅 프레임일까?
카카오 인턴을 하면서, 회의 쉬는 시간에 '웹 3.0'이 잠깐 대화 주제로 나온 적이 있다. 그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사수분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솔직히 나는 웹 1.0도 몰랐었고, 혼자 바쁘게 계속 서치하면서 간신히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오늘, IT린이 1번째 글로 웹 3.0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웹 3.0, 허구일까?
일론 머스크는 웹 3,0의 실존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현재, 기술이나 인프라의 실현성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 부모님도 아직은 가상화폐나 NFT의 가치에 대해서 100%는 믿지 못하시는 것 같다. 다만, 대중들의 의견과 달리, 블록체인 업계나 IT 빅테크 업계는 인프라 구현이 가능하다고 믿는 듯 하다.
우선 우리가 알만한 기업의 동향을 간단히만 보자. 작년 12월,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 '미스틴 랩스(Mysten Labs)'에 투자했다. 미스틴랩스는 메타(전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지갑 '노비'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웹 3.0 인프라 개발 외에도 메타버스용 NFT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편, 카카오는 신임 대표 선임을 통해서도 그 방향성이 예측된다. 남궁훈 전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선임되며 카카오의 전사 전략이 웹 3.0/메타버스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글은 블록체인 전문기업 대퍼랩스(Dapper Labs)와 협업했으며, 메타(전 페이스북)은 사명을 바꾼 의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엊그제 1월 27일, 크래프톤은 NFT·웹3.0을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
웹 3.0,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 축소?
웹 3.0이란, 데이터가 분산화되어 저장되고 그 소유권이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사용자한테 부여되는 개념이다. 즉,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의 대폭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웹 1.0에선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한 정보가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 전달되고 소비되었다면, 웹 2.0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한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생성하고 소비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야, 드디어! 웹 3.0은 기존의 웹 2.0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사용자가 소유할 수 있는' 웹 인프라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유권이 회사가 아닌 사용자에게 넘어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블록체인 인프라 발전이며, 이를 통해 사용자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웹 2.0의 싸이월드가 없어지면 우리의 추억도 없어졌다면, 웹 3.0의 싸이월드는 없어져도 우리의 소유권은 NFT로 인해 증명되고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웹 3.0과 블록체인
IT업계 뿐만 아니라 비IT업계들도 투자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웹 3.0을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기업동향을 살펴보면, 웹 3.0이 블록체인과 함께 언급되는데, 이전에는 차세대 웹 환경을 지칭하는 단어였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 '탈중앙화 웹'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나는 보통 어떤 인더스트리의 트렌드를 파악할 때 VC의 투자 포트폴리오나 컨설팅 펌의 보고서 등을 참고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블록체인 분야 VC인 'Galaxy Digital'의 투자 분류를 참고했다.
웹 3.0과 탈중앙화자율조직(DAO, 이후에 이 주제에 대해서도 다뤄보도록 하겠다), NFT, 메타버스가 한 분야로 묶여 있는데, 해당 분야의 투자금만 전체 자금의 17%를 차지한다. (퍼센티지 자체는 작아 보여도, 헬스케어/게이밍/로봇/우주공학/커머스 등의 여러 다양한 투자 분야가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는 웹 3.0 전담 조직까지 신설했다.
다만, 웹 3.0의 가치가 현재보다 더 커졌을 때, 가치 분배는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이미 여러 기사에서 본 사진을 한 번 더 써보겠다.
이처럼 웹 3.0 인프라에 대한 VC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서비스와 그에 대한 가치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웹 3.0의 핵심은 사용자들에게'도' 드디어 가치를 배분하는 것인데 결국 그 가치는 대부분 VC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된 웹 인프라가 결국 유력 VC들에 의해 중앙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웹 3.0은 신기술이 아닌 마케팅 프레임 중 하나라는 애기다. 다만 플랫폼 사용자의 콘텐츠가 가지는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 가능한 경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대중이 웹 3.0을 맞이할 날은 많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콘텐츠 소유권의 가치가 올라가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덤 비즈니스'가 정착되는 현 상황에서 블록체인 경제시스템이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여 네트워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여기서 이 사람들이 '노드'에 해당하고, 노드의 과반수가 데이터 위변조를 승인해야 해킹이 성공하므로 사실상 블록체인 해킹은 불가능하다)
물론 나도 웹 3.0이 지금은 준비 단계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빅테크 업체에서 인프라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을 뿐, 오디우스와 같은 중소 업체에서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곧 구체화될 개념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