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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도파미네이션(Dopamination)‘이란 책을 정말 강하게 추천한다. 다 읽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다보니, 사촌동생도, 회사 사람도, 목사님도 모두 이미 읽거나 읽고 있는 중이라고 해서 놀랐다. “이 좋은 책을 내가 좀 늦게 읽었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최근 급격하게 떨어지는 집중력, 주의력 장애, 중독 증상 등으로 고통받던 차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받고 읽게 됐다. 이야기의 발단은 ‘찬물 샤워’에 대한 것이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아침 마다 찬물 샤워를 하고 있었다. 아마 몸에 좋다고 하는 걸 어디서 보고 따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직장 동료가 찬물샤워는 도파민 분비 측면에서 매우 좋고, 술, 담배와 같은 중독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와는 다르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한채 “‘도파미네이션’에서 봤었는데.. ”라는 말만 반복하기에 이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노라 생각했다.
나의 중독을 돌이켜보면, 게임에 빠져있던 때, 콘텐츠 노출(방송, youtube, 웹툰 등등), SNS(과거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더 어렷을 땐 운동 중독, 달달한 음식(케잌, 아이스크림, 초코가 들어간 모든 것), 카페인 중독, 그밖에도 더 많이 있는 것 같다.(누군가는 쇼핑중독, 성중독, 그밖에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좋아서 했으면서 왜 이런걸 싫어하냐고? 우선 내가 목표로한 것에 집중하는 것을 크게 막는다. 그리고 내 뇌를 내가 사용할 수 없어지는 걸 크게 느낀다. 특히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봐도 별 내용이 없을 때가 많다. 내 친구들이 올린 스토리와 피드는 몇개 되지도 않는데 관심 없었던 자료도 무의식적으로 보고 있다.(달달한 음식은 내 몸도 망친다.) 사실 이걸 벗어나려고 온갖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그 얘긴 나중에 해보겠다.
도파민이란 무엇일까? 도파민은 쾌락과 보상에 대한 신경 전달 물질인데, 강력한 쾌감을 느낄 때 나오는 행복 호르몬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이다. 신경전달 물질이라고 하면 의학, 화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감사하게도 저자 애나 렘키(Anna Lembke)는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자신의 임상 경험과 환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정리했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은밀한 중독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어려울 텐데, 환자 및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기꺼이 드러낸 것 같다.
* 쾌락과 고통은 쌍둥이다.
책에 나온 이론의 핵심은 뇌에서 ’행복‘과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과 고통 중 어느 하나가 높아져서 균형을 벗어나면, 다른것이 증가해서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마치 저울의 양 끝에 행복과 고통이 높여있고, 행복이 높아지면 고통의 무게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저울이 수평을 맞추도록 작용한다는 점이다. 책 초반에 이 내용이 나오는데, 직관적으로 고통을 증가시키면 역설적으로 행복이 찾아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얻기 쉬운 행복만을 추구하는 현시대(약물과 육아에 대해)
현대에는 고통을 줄여주는 약물을 사용하지만, 이것이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계속 고통스럽게 한다고 말한다. 같은 관점으로 자녀 육아에서 ‘아이들이 덜 고통스럽게,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부모가 나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줄까봐 걱정하며, 행복만 느끼게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행복해지지 않고, 사회에서 연약한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저자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초콜릿, 드라마, 술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 뇌의 균형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쾌락이 아닌 고통쪽으로 기울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이런 쾌락에 접근하기 쉽도록 만들어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음란물은 한번의 클릭으로 접할 수 있고, 금주법이 있던 시대와 비교해 술은 구하기가 너무 쉬워졌다.(심지어 요즘은 마약도 퍼지고 있다.) 그밖에도 원하는게 있기만 하다면 휴대폰 하나로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렇게 쉬워진 쾌락 만큼 우리는 더욱더 고통은 피하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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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위한 동기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도박이나 로또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결과 값들이 이것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도박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는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보상 못지않게 보상 전달의 예측 불가성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하다. 그래서 ’좋아요‘나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 ’좋아요‘그 자체만큼 우리를 흥분시킨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정확히 예상되는 결과값, 즉 그 방법을 쓰면 응당 얻을 수 있는 대가에 대해서는 쾌락을 덜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붙을 쉬운 시험과 내가 감히 붙기도 힘들 것 같은 시험의 결과에 대한 도파민 분비는 매우 다를 것이다.
* 어떻게 해결할까?
1. 찬물 샤워와 간헐적 단식 : 우선 고통을 통한 도파민 증가로 ‘찬물 샤워’와 ‘간헐적 단식’을 언급한다. 따뜻하고, 배부르자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행동인데, 이는 도파민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다.
2. 몰입 : 몰입(Flow)를 쓴 ’칙센트 미하이‘ 박사의 강연을 2007년 성대에 가서 들었던 적이 있다. 내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강연이기도 했는데, 그때 칙센트 미하이 교수의 초점은 몰입 경험이 개인의 행복과 정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였다. ’도파미네이션‘의 ’애나 렘키‘는 몰입 자체가 도파민을 분비하고 도취감을 낳으며, 마치 마약같아서 가족과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막는다면 조절해야할 대상으로까지 언급한다.
3.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친밀감)
4. 솔직함 : 자신의 숨겨둔 중독 증상에 대해, 주변에 공개하는 것이 중독을 지속하는 것으로부터 해방을 도울 수 있다.
5. 집단의 도움 : 알콜중독자들의 모임(AA) 처럼 중독자들의 커뮤니티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감시하는 도움을 받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6. 가만히 있기 : wifi 가 안되는 비행기를 탔을 때, 군대에서 보초를 설 때 등등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오히려 거기서 나오는 무한한 상상력, 내 문제에 대한 직면 등등을 경험 할 수 있다.
7. 자신의 어려운 상태를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것 :
우리가 쇼 프로그램과 SNS를 주로 찾는 것은 언제인가? 시험 공부를 할 때, 업무에서 막히는 일이 발생할 때 등등 내가 감당하기 어렵고 모르는 일이 발생했을 때이다. 누군가는 담배를 피러 나가고, 유튜브를 켜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을 보다보면 시간이 훌쩍 흐르고, 사람들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지만 빈번히 집중하지 못하고 문제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만났을 때, 중요한 자세는 내가 그걸 모른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를 직접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중독을 해결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에겐 각자의 중독대상들이 있을 것이다. 때론 너무 좋아하는 것들로, 때론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때론 지금의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서 등등 우린 중독 대상들에 의지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을 잃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것과 같이 고통을 감내하고, 자신이 처한 중독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충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적인 독후감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는게 아이러니 하지만, 어차피 여기까지 읽는 사람이 없을 것을 알기에 마음 편히 적는다. 이런 글로 중독에 빠지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우선 나는 인스타그램을 오후 10시부터 취침시까지만 이용해보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그 사이에 업로드는 하더라도 앱은 바로 삭제) 이전에는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 사용해봤으나, 몇주 유지하고 빈번히 실패했었다. 실패 원인 중 하나는 평일에도 내가 무엇인가 올리고 싶고, 올린 뒤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내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부터 SNS나 유튜브를 하는게 내게는 계속된 자극을 원하도록 하는 것 같아서 그 시간을 최대한 뒤로 미루게 됐다. 이렇게 몇일 해보니, 하루동안 올라온 지인의 소식들을 보는데는 몇분 걸리지도 않았다. 내가 지인의 정보 이외의 자극들을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앱을 열어봤다는게 더 놀랍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