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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Stoner)

by 정돈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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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토너’라는 소설을 만났다. ‘만났다’고 표현한 이유는 제목 그대로 ‘스토너’라는 인물을 그의 일대기를 통해 만났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를 뒤늦게 시작했고, 상위권에 있는 소설 중 하나로 스토너를 골랐다. 재미 없으면 맘편히 덮자는 생각이였는데, 몇 일만에 다 읽게 됐다.


세계 1차, 2차 대전을 겪은 미국의 한 교수, 가난한 농부의 아들, 하지만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이질적인 존재, 좋아했으나 서로 좋아하지 않게 된 부부관계, 그 사이의 딸 등등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다. 하지만 난 때론 주인공을 동정하고, 때론 비난하며 그의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주인공은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ㅜ,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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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후 작가와의 대화에도 나오지만, “그는 행복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초반부엔 나는 단연코 OO 이라고 나만의 답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답이 아님을 소설을 읽어가며 알게됐다. 소설의 일부는 그의 행복을 일부는 불행을 일부는 혼란과 고민을 나타냈고 그것이 그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그의 인생은 이런 혼합과 굴곡을 버티는 것의 연속이였다.


어릴적 읽은 펄벅의 ‘대지’ 와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시대보다는 조금더 인물에 집중한 작품인 것 같다. 별거 없어 보이는 주제로 이렇게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만족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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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쩌면 내가 느끼는 하루하루의 감정이나, 내가 바라보는 나의 과거에 대한 소회도 수많은 굴곡이 섞여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기에 내가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대답처럼 (“그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평생하며 살지 않았는가? 그것이 행복한 삶아닌가?”) 좋은 포인트를 잡아서 나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


(요즘은 나를 비롯해 우울을 즐기고, 그 감정에 더 빠져들며, 우울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때론 우울을 핑계삼아 많은걸 포기하며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생‘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기에 판단을 잠시 미루는 건 어떨까? 그 대신 더 명료한 한 지점, 그중에서도 좋았던 지점에 초점을 맞춰보는건 어떨까?)


리뷰가 마음에 들었다면, 모두 자리에 앉아 '스토너'를 읽어보면 좋겠다.


#스토너 #stoner #johnwilliams #알에이치코리아 #존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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