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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황석희

by 정돈서재

-영화 ’데드풀, 파친코, 스파이더맨, 작은 아씨들‘의 번역가 황석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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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난 몇 일을 따뜻하고, 재밌게 만들어준 책 한권을 소개한다.


1. 분명 주인공은 아닌데, 빛나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만큼은 주인공이 되는 것을 염두해두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대학 막학기에 주인공이 되는 것을 꿈꾸며 대기업에 입사했던 것 같다. 높았던 포부와 달리, 신입사원의 나는 조연은 커녕, <사원1> 정도의 엑스트라 같은 존재였고, 지금도 괜찮은 조연의 자리까지도 오르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누군가는 성과를 내는 부서가 아니라서, 또 누군가는 실력대비 화려한 포장을 하지 못해서, 아니면 때를 못만나서.. 다양한 이유로 주인공으로 자리 매김하지 못했을 것이다.(혹은 주인 아니면 모두 조연이라는 생각도 요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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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영화 제작 시기부터 유명한 감독과 출연진을 홍보하고, 심지어 몇몇 할리우드 영화는 해당 영화음악 작곡가까지 간판에 걸고 마케팅을 한다.(Hans zimmer)이중 ’번역가‘는 유독 보이지 않는데, 그들은 문제가 있을 때만 찾게되는 그런 위험(?)한 ‘조연’이였던 것 같다. 마블의 영화의 한 번역가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며 사람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는데, 이는 실수 때만 주목받는 ‘축구 수비수’와 같은 포지션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비운의 조연을 맡더라도 빛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번역가 ‘황석희’를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의 수많은 조연들이 이 책을 보며, 자신도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포지션 보다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 가가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2. 번역 이야기를 빙자한 황석희의 생각과 철학이 닮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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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빛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었을까? 나는 그가 번역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잘 정립한 사람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해당 글 : 영화 번역가는 자막을 봐요?, 투명한 번역, 영화 번역가로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 번역가의 개입, 띄어쓰기좀틀리면어때요, 번역가님도 오역이 있네요?, [2부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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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번역의 이야기는 ’영화‘와 관련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그 뿐만 아니라 그 영화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GV(Guest visit)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번역의 대상이 됐던 ’농아‘ 사건(농아라고 쓰시면 안돼요), 영화 배급사 관계자, 같은 번역가, 번역을 감상하는 수많은 사람들, SNS와 매체로 소통하는 사람들, 그리고 집에서도 (일할 때는) 카톡으로 대화한다는 그의 아내까지..(참고로 부인도 더빙 번역가 라고 한다.) 이 책은 영화와 번역,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찬 책이다. 특히나 이 책은 유머가 넘치고 굉장히 솔직한데,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겸손과 배려로 고급스럽게 감싸서 표현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3. 글을 참 잘 쓴다.



이 책은 얼만큼의 기간이 걸렸을까? 책을 쓸 것이라 생각하고 글을 모아갔을까? 얼마나 많이 제거하는 작업을 거쳤을까? 이런 글을 정리해서 모아둘까? 아니면 여기저기 올렸던 글을 끌어와서 책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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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질문이 생기는 이유는 ’잘 쓴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번역하는 것이 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편안하고 재밌는 ’생각‘들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또다른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글쓰기 습관이 궁금하다.


p.s 그간의 독후감에서는 글의 내용을 일부 적기도 했지만, 이 책은 서점에서 직접 한두 에피소드를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내 감상의 일부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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