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를 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LG 구광모 회장님께

by 정돈서재

"LG를 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제목이 너무나 자극적이다.


내가 LG에 악감정이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LG를 망하게 하는 방법을 안다면, 그 반대로 했을 때 이 회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죽했으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에 대해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

최근 기사에서 LG전자 TV 사업부 인력 감축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이후의 기사에서는 다른 사업부 및 전사(LG화학, LG U+ 등)의 인원 감축을 진행 중이다. 내 친정인 LG화학도 감원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희망퇴직자 '3년치 연봉' 지급… LG전자, TV 사업 인력 '감축'
(2025.08.18,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8186208g


오죽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업의 경영환경이 계속해서 변한다지만, 개인적으론 좋은 인재를 가지고 관료주의적 기업이 된 LG가 아쉬워서 글을 쓰게 됐다.(야성을 잃어버린 지는 오랜 것 같다.)


후계자라는 표현보다는 이제는 회장님이라는 표현이 맞는 구광모 회장님께서는 신사업에 대한 구상, 사업부별 리더의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라 생각한다. 세대교체는 많이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전선포는 아직 보기 어려운데, 오늘 기사로 추격하는 중국에 대한 언급을 하셔서 나도 LG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기로 했다.


구광모의 특명…"돈·사람 4배 더 쓰는 中 이길 방법 찾자"
(2025.09.25 기사,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92584521


어떻게 하면 LG를 망하게 할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생각해 본다. 내가 LG전자를 망하게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본다. (넘버링은 중요도보다는 기초적인 것부터 작성해 봤다.)


1) 충성되고, 영리한 인재를 빼낸다.


내가 경쟁사라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인재를 스카우트할 것이다. 보통은 직원은 충성심과 영리함 둘 중 하나만 갖추고 있다. 이 둘을 가진 인재는 사실 어딜 가나 대단한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이들이 빠지면, 충성심만 있는 인재와 갈 곳 없는 인재만 남는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런 행태는 경쟁사의 공격에 의한다기보다는 LG 스스로 실행하고 있는 것 같다.(우선 파격적인 연봉은 없다.) 인화정신에 입각해 잘 안 자르고, 애매한 대우를 해주며 인재를 묶어두는 것이 보상에 있어서 주전략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이런 달콤함을 원하는 인재만 남지 않을까? (적당한 대우, 대신 과로하기 직전의 적당한 업무량, 그리고 오랜 근속을 원하는 관료적인 직원만 남을 것이다.)



2) 기존의 손익의 관점에 안주하게 만든다.(엑셀로 장표(숫자)만 바꾸고 앉아있겠지...)


선택과 집중, 경쟁력 이런 말을 쓰신 건 기존에 있는 것에서 선택하고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는 일반적으로 재무적 관점에서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는 방향인데, 그런 방법은 파괴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변화시킬 순 없다. 이유는 뒤에 설명하겠지만, 그런 건 사실 대학교 2학년을 불러와도 엑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4칙 연산의 영역이니...(그래서 직원들은 숫자를 넣고, 창의적으로 달성/미달성 사유를 적는데 시간을 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모두 엑셀과 PPT를 보면서 대화하는 내용이다.

"숫자 모자란데? 매출 올려."

"영업이익 낮은데? 비용 줄여"

"생산량이 이렇다고? 그걸 어떻게 다 팔지?"(매출 증대를 위해 수량을 늘렸을테니..)

"와 너무 높였는데? 이러면 현실성이 있냐는 질문(어떻게 할 거냐?)을 받진 않을까?"

"아니야 좀 낮추면 의지가 부족하다고 할 거야."


"그래 숫자는 정했어. 그럼 이제 어떻게 달성한다고 하지?"

"이제부터 소설을 써보자..."


이것이 명문대를 나온 직원들이 대기업에 앉아서 하는 대화다. 선두를 지킬 때는 기존의 것을 줄이고 늘리는 일이 중요했지만(손익 극대화라고 한다.), 말씀하신 대로 중국을 이기고, 미국을 이기려면 이런 관리자의 몸짓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다른 기업들은 LG를 복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LG에게 없는 것을 들고 올 것이다. 즉 창업자의 몸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중요) LG 전자를 망하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게 하는 것이다.


잘하던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에 취하게 하는 것이다. LG는 그동안 그 안락함에 취해, 이 상태를 유지시키고 더 견고하게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기회를 타고 기업들이 따라오는 것이다.


3-1) 같은 의미에서 기존의 설비로 인한 고정비와 인력을 그대로 가려고 한다면 조직이 너무 무겁다.


인력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업으로 대체가 필요하다. 인력은 다루기 어렵지만 가볍고 유연하다.(부서 배치 및 퇴직 등)



4) (중요중요) 중국과 싸워 이기려고 한다면 난 LG전자가 정말 크게 무너질 거라 생각한다.

구회장님께 Zero to one을 추천하며...(피터틸, 페이팔, 팔란티어 창업자 저서)

한국인 사고방식으로 “경쟁”에 취해 있고, 경쟁해서 이기자는 마인드는 이번엔 위험하다. 피터틸의 저서 "Zero to one"에 나오는 바와 같이 경쟁은 1) 사람으로 하여금 어려운 길을 가게 하고, 거짓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데, 2) 경쟁을 해서 승리해도 사실상 먹을게 별로 없다. 만일 계속 경쟁을 해야 한다면, 그만큼 LG가 먹을게 줄어든 다는 것이고, 전투에서 승리한들 전리품은 얼마 남지 않는 것이다.

(Zero to one에 대해 궁금하다면, 내 서평을 읽어보기 바란다.)

https://brunch.co.kr/@wjdehsl2/16


중국은 그럴만한 대상이 아니다. AI, 로봇, 그밖에 공학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이미 미국과 대등하거나 추월한 것이 중국이다. 그것엔 심지어 막대한 자금력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중국, 인도, 베트남과 같은 나라들의 강점은 "더 싸게,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AI 경쟁에서 뒤처진 우리가 그것을 똑같이 해서 잘 해내겠다는 생각이라면, 방향이 좋아 보이진 않다.


과거 선조가 경쟁의 패러다임에서 이겨서 LG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가?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과거 (구회장님들에 의한) LG의 성공은 중국이 하기 전에 이 사업을 빨리 시작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선진국을 모방했지만 조금 더 잘 만들었고, 우리도 역시나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많이" 전략을 쓰지 않았는가.


성공의 비결은 오히려 중국보다 사업이 빨랐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생각해서 동등한 수준이거나, 이미 수준이 더 높은 중국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중국을 지원하는 비즈니스를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잘 지원하는 기업(중국 자국기업 이상으로)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가지 않는 길을 파야한다. 내가 다니던 LG화학이 무너진 이유는 범용 제품을 버리지 못해서라고 판단한다. LG화학의 경쟁자이자 선배였던 유럽과 일본 기업들은 모두 스페셜티(커스터마이즈) 제품으로 돌아섰다. 기업에게 독점 공급하는 체제로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LG화학은 변화하지 못했다. 너무 큰 설비 변경도 있고, 그렇게 큰 문제를 나서서 설명할 인재도 없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을 잘 연구하고 오히려 그들이 안 가는 길을 연구하길 바란다.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며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가 말한 망하는 법을 잘 보완해서 대응한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LG #구광모 #경영 #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