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르는 기업 부채와 자금 조달의 어려움.
최근 은행채에 밀려 회사채가 팔리지 않아 위기라는 뉴스가 많이 나온다.
회사채가 팔리지 않으면 당장 현금이 없는 회사들은 자금 흐름이 막히고
자칫하면 채권 상환에 실패해 회사가 부도난다.
이번 4분기가 고비다.
왜 은행채가 쏟아지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회사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왜 위기라는 건지 살펴보겠다.
https://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046
레고랜드 착공부터 오픈까지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하마터면 문도 못 열 뻔했지만, 강원시가 2000억원에 대한 보증을 서서 자금이 수혈돼 결국 22년 5월 레고랜드는 오픈했다.
하지만 레고랜드에서 생각보다 돈이 벌리지 않고, 부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도지사가 선거에서 이겼다.
신임 도지사는 강원시가 보증을 선 약 2000억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상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 지방자치단체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었다는 점.
국내외 금융권은 정부와 동급의 신용도로 여겨지는 지자체의 신용이 깨진 것을 보고 경악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63858.html
신용등급 AA의 우량기업의 회사채까지 팔리지 않게된 것.
심지어 공기업인 도로공사와 한전의 회사채가 유찰되었다.
당시 단군이래 가장 큰 재개발 사업이라던 둔촌주공 PF 7000억 연장 발행이 실패하기도 했었다.
행정안전부가 나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야 시장이 안정됐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붙이기 어렵다.
회사채에 대한 불안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채, 한전채에 몰리게 되었다.
회사들의 자금조달이 계속 실패해서 부도나게 생겼으니 은행을 압박해 은행채 발행을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세워둔 계획이 있기에 어떻게든 자금을 조달해야했고,
그 방법은 예금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https://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0094
지금도 똑같은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1금융권이 5%대의 이자로 예금액을 유치하니,
저축은행, 새마을금고는 그보다 높은 예금 이자를 줄수밖에 없었다. 8%짜리 상품도 있다.
기사의 186조원은 1년 기준이고, 당시 9~11월동안 증가한 예금액이 116조원이었다.
은행은 예금 유치로 자금을 확보하고,
회사채 금리는 기존보다 올라갔지만, 어쨋든 다시 팔리기 시작하며 시장이 안정됐다.
똑같은 문제가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다시 대두되는 이유는
당시 은행 예금 상품 만기가 1년짜리였기 때문이다.
116조원의 만기가 올해 10월부터 돌아오기 시작했고,
은행들은 다시 은행채 발행, 예금 유치를 통해 자금을 동원하고자 한다.
최근 3개월간 채권별 발행 통계이다.
은행채의 경우 발행액이 훨씬 커 12조가 추가 발행되었고,
회사채는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약 3조원 적다.
해석하자면, 은행채가 자금 블랙홀 역할을 하여 회사채 등에는 수요가 몰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무서운 점은, 올해 10~12월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56조원 규모라는 것.
은행채 발행 제한도 풀린 지금, 만기 이상의 은행채가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채가 대량 시장에 쏟아지며 은행채 금리도 올랐다. (흔하면 싸진다. 채권 가격이 싸다 = 금리가 높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데 저축은행, 여전사, 회사채 금리가 오르지 않을수가 없다.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3101602100163077001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도 연말까지 9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42조원 규모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훨씬 높아진 금리로 신규 채권 발행에 실패한다면...
당장 채무를 상환해야해서 자금 상황은 안좋아지고, 신규 투자는 꿈도 못꾸며
현금 흐름이 안좋은 기업이라면 파산할 것이다.
이미 어느정도 진행중인 이야기다.
회사채 신규 발행에 실패한 기업들이 단기 사채에 의존하고 있다.
https://www.fnnews.com/news/202310181819135630
주로 만기가 3~6개월로 짧은 전자단기사채나 CP 발행 규모는 지난 1달간 11조원 늘었다.
어쨋든 자금 조달 성공한거면 그만 아닌가? 아니다.
전단채나 CP의 만기는 회사채에 비해 굉장히 짧기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만약 3~6개월의 짧은 기간동안 기업이 회복되지 않아 한 번이라도 상환에 실패한다면
회사가 부도날 수 있는 것.
생각해보면, 3개월마다 대출을 새로 받아야하는데
3년짜리 대출을 받아서 3년간 자금을 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제약이 클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다.
심지어 기업이 속한 산업에 따라 업황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 금리도 제각각이다.
특히 현재 PF 부실 위기로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받는 건설사의 상황이 심각하다.
https://www.mk.co.kr/economy/view/2023/783934
신용등급 A로, 시공능력이 국내 최상위권인 대우건설도 7%대 이자를 내야한다.
최근 PF 부실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설사들과 시공능력이 낮은 건설사들의 경우 10%대 이자를 내야한다.
PF 관련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위기가 사라진 게 아니다.
여전히 자금 조달은 힘들지만,
대주단 가동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를 후불제로 바꿔
연체율에도 안잡히는 좀비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회사채도 안팔리는 상황에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2020~2021년 유동성 파티로 갈 곳 잃은 돈이 향했던 벤처 업계에 대한 투자가 끊겨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584건, 2022년 상반기의 998건에 비해 반토막 났다.
투자 금액 역시 반토막 나고있다.
스타트업은 초기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 없이 성장할 수 없다.
고금리 + 경기 침체 위기 + 안정 추구 성향으로 인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축소 국면일 것이다.
'유니콘' 이라고 불리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OTT 서비스 기업 '왓챠',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 파이브', '로톡', '뱅크샐러드' 등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클래스 101'은 완전자본잠식 상태고, '야놀자'와 '직방' 역시 희망퇴직을 진행중이다.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굵직한 기업들마저 이런 상황이니
그 뒷편의 작은 기업들의 상황은 '혹한기'라는 말로 부족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생사가 달린 일일지 모르지만, 시장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거품이 끼고 빠지는 과정에서 좋은 기술력을 가진 혁신 기업은 살아남는다. 오히려 강해진다.
아마 파산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질수록 M&A가 활발해질수도 있다.
그 중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고, 살아남는다면 강해질 것이다.
레고랜드 발 채권 위기로 시작해 고물가, 끝나지 않는 긴축으로 인해 문제가 커진 기업 부채에 대해 알아봤다.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충분한 규모의 문제라 생각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힘든 연말을 보낼 것이다.
이런걸 보면 기초가 튼튼한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신용'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한 번 깨진 신용은 회복되기 어려우며,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친다.
이미 깨졌던 걸 붙여놓은 상황이라 만약 이번 시기 대규모 부도가 일어난다면...
도미노가 쓰러지듯 기업들의 연쇄 부도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정부가 개입한다면 해결 가능한 범위 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 부채와 가계 부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는 있다.
예금 들기는 적절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