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성재의 심사는 특별할까?

흑백요리사2 를 보며... 삶을 돌아봤습니다.

by 정다엘 이상



최근 흑백요리사2를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원래는 마셰코2 유튜브 클립을 보며 최강록님의 팬이 되어서 유입되었다가 보면 볼수록 안성재의 심사가 재밌고,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전) 미슐랭 3스타 셰프라는 전문성과 신비함이 있기도 하지만,


'이븐하게 익지 않았다.'

'익힘 정도가 타이트 하다.'

'~거덩요.'

'나폴리 맛피자?'


등등 다양한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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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하려는 이야기는 유행어에 대한게 아니라, 그의 심사 내용에 들어있는 특별함입니다.


일단 저는 흑백요리사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시청자로서 컴피티션에 참가한 요리사들에게 이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도 그들의 서사와 사연을 들려주며 한사람 한사람에게 이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렇게 누군가의 사연에 공감하며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안성재 셰프는 내가 이입한 누군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이런 사람이 인기가 많기는 어렵죠. 면접관이 나를 합격시켜줬다 해서 그 면접관을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안성재의 심사는 과연 무엇이 특별한가 싶었습니다. 그는 현재 명백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심사 내용이 긍정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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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인상 깊은 심사는 모두 참여자의 '의도'를 알아주고,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청자들은 그것을 다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죠.) 노력한 것, 그 시간들을 알아주는 모습들입니다.


- 에드워드 리가 시즌1에서 '감'을 킥으로 넣은 것을 눈을 가리고 과정도 모른채 먹어서 맞추는 모습.


- 시즌1에서 본인에게 배웠던 제자가 만든 봉화 요리를 먹으며 파리의 오리 요리들과 비교하며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네.'라 인정하는 모습.


- 급식대가에게 '오늘의 급식 메뉴는 뭔가요?' 라 묻고 급식을 허겁지겁 먹으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모습.


- 최강록의 3시간짜리 조림요리를 먹고 재료 하나하나를 다 따로 조린 것이냐 묻는 모습. 다시마를 먹고 왜 먹으라고 한건지 알 것 같다고, 꼭 필요했다고 말하는 모습.


- 마지막 최강록의 결승 요리에 대해 '어니스트'한 요리라 평하고 울컥하는 모습.


등등, 그의 심사는 맛은 물론이고 의도를 중요시하며 그 의도가 반영되었느냐 뿐만 아니라 음식 이면에 있는 과정을 알아봐줍니다.




대부분의 경우 과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결과만 보일 뿐이죠. 그러다보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고 이런저런 평가를 하고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스스로에게서도, 타인에게서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오롯이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부침이 많았던 시간에 대한 평가가 고작 하나의 결과물로 내려진다는 점이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컴피티션이라는 것의 특성이 그렇기도 하고, 우리가 은연중에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그렇게 쉽게 판단을 내리는 독선적인 사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최강록, 무쇠팔 등등의 사연이 있는 참여자들을 보며 '소년 만화의 주인공, 역대급 서사' 라고 열광합니다. 그들의 과정과 사연이 무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자리에 서 있음을 보여주니까요.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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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응원하는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이 심사위원입니다. 일반적인 심사위원은 그저 결과물인 '요리'를 먹고 맛을 '평가'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안성재는 요리 자체에서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알아봐줍니다. 시청자들은 최강록과 다른 참여자들이 어떤 서사와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압니다. 조리 과정도 알고,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도 알죠. 그런데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심사위원이 그것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평가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사람의 노력, 감정, 철학을 알아봐주고 그것에 대한 존경을 표합니다. 안성재가 특별한 것은 요리 이면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들을 알아봐준다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흑백요리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 스스로는 타인의 과정을 얼마나 알아주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나'도 아니고 그저 내가 감정을 이입한 참여자가 그의 사연과 노력한 시간들을 인정받는 것에도 이렇게 큰 만족감을 느끼는데 직접 그것을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얼마나 큰 만족을 느낄까요?


과정을 알아볼 수 있는 실력을 키우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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