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이를 위한 일기를 통한 변화 - 당당히 거부하세요!
나는 종종 마음이 지칠 때면 과거의 일기장을 들추어본다. 10년 동안 쓴 일기장을 모아놓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지친 마음을 위한 처방전을 찾는다. 과거의 일기장을 보면 때로는 왜 그리도 마음이 여리고 어렸나 싶은 생각도 들 때도 있다.
그래도 그때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마음을 다듬는 일을 잘하지 못했을 것이다. 10년 전에는 어떤 마음을 풀기 위해 한 달을 고생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의 응어리는 10년 내내 반복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마음 때문에 한 달 힘든 마음 살이가 점차 일주일, 하루... 이제는 10분? 정도면 정리되어 갔다. 때로는 뿌리가 깊이 상처 입은 마음은 잘 사라지지 않기도 했다.
어느 순간 또 어둠의 마음이 뭉쳐서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나의 머리는 그 마음을 풀기 위한 좋은 생각들을 총동원한다. 일기를 통해 쌓아 온 좋은 말들은 나의 마음을 점차 풀어주는 마음의 처방전이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를 위해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위한 처방전을 준다.
마음이 지쳤을 때, 종종 꺼내보던 일기 보기를 이제는 '들춤'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나의 일기 흔적들을 통해 여러 마음들을 '명명'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해결의 길을 찾아보는 것이 나의 브런치의 계획이다.
마음이 여린 나와 비슷한 '마린이'가 있다면, 조금이나마 변화를 위한 조언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내가 가장 애장 하는 일기장은 2013년의 일기이다. 지치고 용기가 필요할 때는 주로 2013년의 일기를 꺼내본다. 2013년은 나의 인생에 있어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아이를 임신을 한 시기이며, 작게나마 다시 일을 시작하는 시기였다. 임신을 하기 전 나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2009년 결혼 이후 임신을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었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임신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예민해져 갔다.
당시는 사실 잘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의 나는 최고의 우울감과 불안 , 두려움이 있었던 시기였다. 무기력감에 잠을 조절하지 못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감기에 걸리고 이틀이 멀다 하게 소화기관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다가 심리에 관한 책을 읽고, 나를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고 이를 나의 일기장에 글을 쓰며 조금씩 몸과 마음의 기운을 차렸다.
그렇게 2013년은 나에게 기운을 넣을 수 있게 된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2022년의 지금의 나에게도 2013년의 나는 큰 위로를 준다.
<절망이 아닌 선택> 디오도어 루빈의 책은 당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자기 자신을 직시할 수 있다고 한다면, 문제점의 반은 푼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거부라는 방법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세상에는 참 얄미운 입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해도 듣는 사람 입장 난처하게 만드는 참 얄미운 입이 있다. 그런 사람의 말은 거부해야 한다. 나의 마음에 그런 말들을 들여놓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패턴을 가진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필요도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하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덤덤해지자.
그리고 그런 말들이 쏟아질 것 같은 상황이 예상될 때, 미리 단단히 준비를 하든지,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나의 보통 일기, 2013년 1월 25일)'
내가 자주 읽어보는 이 부분은 '거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당시 나의 상태는 어떤 이가 의미 없이 던진 돌에도 맞아 죽는 개구리 심정이었다. '요즘에는 일 안 해?'... '아이는 언제 가질 거야?' ' 너 얼굴이 왜 그래? 좀 꾸미든지.. 어디 아파?"... 사소한 말 한마디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히고, 나의 입을 꽉 막히게 했다.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그러다 갑자기 울화통이 터질 것 같고, 끝없이 이어진 어두운 터널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작은 말 한마디가 나의 온 인생을 흔드는 듯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아쉬웠던 순간순간들까지 모두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나의 마음 어디선가 미움과 분노로 이어져 자꾸자꾸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그렇게 흔들리는 나에게 나는 '거부'라는 해결책을 주었다.
그런 상대의 말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당당한 거부!
일기에는 내가 누구에게 구체적으로 상처의 말을 들었는지는 기록하지는 않았다. 그런 상처는 굳이 적지 않아도 생각나게 되어있고, 그런 누군가를 적어놓으면 그 사람을 끝없이 미워하게 될 것 같아서 기록해두지 않았다. 그저 그런 나를 위해 필요한 말들을 생각해보았고, 적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위하는 '거부'를 연습했고, 의미 없이 던지는 말들을 담아두지 않으려 했고, 이미 담아버린 그 말들이 떠오를 때면, 당당한 거부를 통해 그 기분에서 이겨내고자 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가 났을 때는 마음의 거부라는 위로를 한 줌 넣어두면 어떨까?
유재석이 한 말 중에" 나에게 크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도 같은 의미인 것 같다. 이 말도 넉넉히 한 줌 더 넣어두면 좋겠다.
사실 진정한 거부는 단번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후 10년 이어진 나의 일기에도 줄기차게 이런 상처가 등장했으니, 점점 세분화시켜 생각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거부'는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가장 첫 번째 처방이라 할 수 있다.
10년을 사려 보았을 때, 마음의 변화는 느린 듯 하지만 분명 변화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의 글들이 마린이 들을 위한 응원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