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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1. 2023

엄마의 낡은 서랍장

8. 우리는 누구나 끝이 있더라도

‘찬란한 햇살 맞으며, 돌아가리라. 두 딸과 가족의 인사를 받으며’     

이건...     

엄마의 수첩이야. 엄마 가방에 있었어.   


동생의 내민 수첩을 보며 은희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엄마를 지금 보내드리고 싶지 않아. 넌 너무 담담하.. 게     


언니! 이 날짜를 봐. 엄마가 정한 날짜가 아직 10년은 남아있어. 엄마도 아직 떠나실 생각이 없으실 거야.     


은희는 두 눈을 반짝이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맞아! 엄마는 수첩에 적은 대로 대부분 행동하셨어. 꼭 이 계획대로 이루실 거야!     


은희는 동생을 꼭 안았다. 동생도 언니를 꼭 안았다. 은희도 동생도 엄마의 계획이 꼭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을 위로하는 것은 사실 어떠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었다. 삶에 대한 엄마의 의지를 믿고 싶은 것이었다. 그것은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허락된 순간이 있다면 엄마가 충분히 그 의지를 발휘하리라 믿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는 꿈을 항상 생각하며 계셨어. 엄마의 상상 속 물건이 꿈과는 상관없는 엉뚱하다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꿈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 같아. 누구에게나 보일만하게 멋진 것이 꿈이라 생각했어. 나에게 의미 있는 것보다는 말이야. 내 기준으로는 꿈이 아니었지만, 엄마에게는 마음 셀레는 꿈이었어. 엄마에게는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니 지금 삶을 마감하시지는 않으실 거야.     


은희에게 전화가 온다.      

미뤄둔 수술을 이제 해보자고... 

    

은희는 마음이 설레었다. 동생과 눈 맞춤을 하며 그러겠노라고 말을 하며 입원실을 나선다.     

동생은 부서진 서랍장을 들고 함께 따라나선다.


햇살이 병실 안에 엄마의 물건들을 살포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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