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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1. 2023

엄마의 낡은 서랍장

7. 우리는 누구나 


엄마의 맥박이 점점 느려져갔다. 응급 신호가 울린다. 간호사들이 우르르 서둘러 들어왔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 사이에 은희는 멍하니 서 있었다.


언니!      

여행을 다녀온 동생도 당황스러운 얼굴로 입원실로 들어와, 멍하게 서 있는 은희의 손을 잡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일단 중환자실로 옮겨야겠다고 하셨다.      

은희는 어떤 생각도 어떤 마음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마음을 바라볼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 같았다. 

죄책감과 미안함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내가 조금 더 인내할 수 있었더라면... 조금 더 친절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렇게도 못 참을 일은 아니었는데...


엄마의 침대가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내내 은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병실로 돌아온 동생은 바닥에서 조각 난 서랍장을 주우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은희는 서랍장과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토해내듯 말을 했다. 엄마와 엄마의 물건들과 있었던 시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었는데, 그래도 그나마 좋았던 순간은 너무나 짧았다.     


언니의 잘못은 아닐 거야. 엄마는 상상을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 

병이 든 자신을 위로하며, 좌절감과 절망감을 즐거운 상상으로 이겨 내고 있으셨던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내가 아는 엄마는 그러실 것 같아. 

그리고 아마도 이젠 그 상상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때가 온 것일지도 몰라.         


은희는 엄마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엄마가 없는 세상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뒤돌아보면 항상 계셨던 엄마의 품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언니 이런 생각해 본 적 있어? 우리 모두는 언젠가 다 죽는다는 것 말이야. 

생각해 보면 너무 웃기지 않아? 

분명 끝이 있는데, 대부분 끝을 생각하며 살지는 않잖아. 아니..

그 끝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영원한 삶을 살아갈 것처럼 스스로 헛된 주문을 하며 살고 있는 건지도... 


그래도 엄마는 늘 끝을 생각하셨던 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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