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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Dec 24. 2021

하나님한테 말해볼까?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하리가 하는 말이 있다.

"깜깜해서 무서워"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엄마가 옆에 있잖아. 하나님이 하리 지켜주시기 때문에 무섭지 않아. 계속 무서우면 엄마랑 같이 기도해 볼까?"

어느 날은 하리가 먼저 "깜깜해서 무서우니까 하나님한테 말해볼까? 아멘 해볼까?"라고 말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하리 입에서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신기했지만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흘려듣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평소에 아이가 자주 듣는 말들이 마음에 쌓여있다 어느 순간 아이 입 밖으로 나온다.

특히나 부모가 되면 자식이 하는 말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여도 다 듣고 알고 있으며 심지어 어른인 우리를 위해서 모르는 척을 해주기도 한다.

나의 말이 아이 마음속에 남는 것이라면 나의 말은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속에서 사랑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올 테니, 우리 아이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말이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가슴에 사랑을 툭 심어주는 사람으로 자라가길 바란다.

이 땅의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으며 자라갈 때,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마저 짜증 섞인 말 대신 아이들 손에 들려 "어디서 굴러왔니?" 하고 관심받는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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