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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Mar 10. 2023

책을 읽고

청춘의 독서


태어나보니 가난했던 우리 집에서, 나는 주로 외롭고 심심했다. 11살이 되었을 때 동생이 태어났는데 그전까지 나는 엄마를 달달 볶았다고 했다. 동생을 낳아달라, 책에서 읽었는데 참외 세 개를 먹으면 아기를 낳는다고 하더라며 참외 먹기를 강요하기까지 했단다.


동생이 생기기 전까지 내게 유일한 형제요, 친구는 책이었다. 방학숙제로 참여했던 전국어린이독후감대회에서 금상을 탔고, 상품으로 고전문학전집을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엄마 대신 책을 달달 볶아 먹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도서실로 뛰어갔다. 중학생 때는 도서부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내가 사랑했던 책은 문제집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그동안 내가 사랑하고, 내 가슴을 뛰게 했던 독서와 글쓰기는 싹을 틔우지 않는 화분 속 씨앗처럼 묻혀있었다.


어느 순간, 싹이 난 화분을 발견했다. 세상은 여러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내 세상만 조용할 때, 아이들이 잠든 밤 밀려오는 공허함 속에서, 온종일 엄마로 아내로 아줌마로 불리다 낯선 내 이름을 글자로 만났을 때. 아마 그런 순간에 나는 화분을 기억해 냈을 것이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고이 심겼던 씨앗 한 알은 자그마한 푸른 싹을 틔웠다. 나는 싹이 난 기특한 화분을 창가로 옮기고 물을 주었다.


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묻어도 기어코 싹을 틔우는 거다. 내 마음을 뚫고 뿅! 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꿈이다. 어떤 환경도, 상황도, 사람도 막을 수 없다. 꿈은 내 마음에 심긴 것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처럼 나도 내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또 어떻게 살아서 어떤 기록을 읽고 남겨야 할까? 싹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도록 하는 일은 육아를 닮았고 나의 꿈과도 닮았다. 지금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꿈을 키우는 중이다. 무지 바쁘고 무지 기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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