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터지고부터
내 인생의 시간이 아까워
코로나에 내 인생 떼어준 느낌이랄까
갑자기?
원래 집에 있던 건 똑같지 않니
그렇긴 하지
그치만 요즘 들어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막 계획해 둔 거 많았는데
하나도 못 하고 있으니까..
내가 원래 뭘 안 하긴 했지만
괜히 못 하게 하니까 더 아까워
1월 말, 매년 돌아오는 설 연휴에 가족을 만났다.
비교적 여유로웠던 직장인과 학생들은 해외여행을 떠났고,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볼멘소리를 하던 사람들도 연휴가 끝날 때쯤엔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며 '아 이번 연휴도 끝났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연휴가 딱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걱정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우한 폐렴이라는 게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
처음에는 한 명, 두 명, 열 명으로 번지던 게 어느 순간 열 명, 스무 명이 되었다.
중국에는 사망자와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일본에는 크루즈 선이 바이러스 배양소라는 오명을 싣고 바다를 떠다녔다.
위생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에 급한 대로 편의점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인터넷에서 특가로 나온 마스크도 주문했다.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는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다며, 어느 영화에서 작전명으로 나올 듯한 COVID-19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렇게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다.
어느 순간 주문한 마스크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개당 천 원이 넘지 않던 미세먼지 마스크가 4천 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게 되었다.
모든 카톡방에서는 매일매일 코로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온갖 괴담과 가짜 뉴스들이 난무했다.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괜찮았다.
모든 감기가 그렇듯이 잠깐이면 지나가는 재채기 같은 것이었다.
결국 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한국에서는 잠깐이면 종식될 거고, 우리는 이 사태에 성숙하게 잘 적응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31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 아래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확진자가 늘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역학조사는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세계 각 국에서는 한국발 비행기 또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거부했고, 질병관리본부는 지역별로 확진자를 카운트했다.
오프라인에서 마스크를 보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 사람들은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한 명, 두 명이 아니라 몇 백 명 단위로 늘어가는 확진자를 보면서, 몇 천명까지 올라야 종식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인생을 잠식시켰다.
지난 설에 고향인 대구를 다녀왔다.
본가에서 이틀 정도 잠을 잤고, 시험을 핑계로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시험을 보고 집으로 올라오는 기차를 탔다.
나오기 전에 엄마랑 크게 싸웠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크게 싸우고 나왔다.
이렇게 몇 달 뒤에나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싸우지 않았을 텐데.
대구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매일 불안에 떨었다.
그들은 당장 같은 회사 사람이 확진을 받았고, 옆 집이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스크를 모아 보내주는 것뿐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내 친구는 코로나가 자신의 인생에 들어오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취미활동을 즐기던 그는 코로나가 자신의 인생을 떼어 간 느낌이라고 했다.
비교적 확진자가 적은 지역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매일 아침 코로나를 검색하며 뉴스를 확인했다.
마스크를 쓴 직장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면 코로나 얘기를 했다.
오늘은 어떤 지역에서 확진자가 몇 명이더라, 어떤 마스크가 화장이 덜 묻더라.
평일에 퇴근을 하면 곧장 집으로 갔다.
주말이면 집에 있을지, 동네라도 산책할지를 매 번 고민했다.
잠깐 나가더라도 마스크를 썼고 사람들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해서 다녔다.
정말 말 그대로 코로나에게 내 삶을 뺏겼다.
내 삶과 시간이 이토록 소중한 것인 줄 몰랐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건 건강만이 아니었다.
혹시나 내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오늘도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는 매 순간에도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며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개인위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되었다.
잠깐동안 잃어버린 내 삶과 시간은 그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앞으로 또 다른 코로나가 생기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그래 왔듯, 하루를 마주하며 나와 가족들을 염려할 것이다.
언젠가 돌아 올 일상과 곧 마주할 따뜻한 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봄, 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