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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서도 99%는 무너집니다

조기 사육의 시대

by 김성곤 교수

요즘 유튜브에는 넘칩니다.

서울대, 의대생의 ‘상위 1% 공부법’.
암기 루틴, 플래너 정리법, 기상 시간까지 정밀하게 공유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게 많은 공부법을 보고 따라 하는데,
왜 우리 아이의 성적은 그대로일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공부법은 기술입니다.
그리고 기술은, 감정이 준비된 사람에게만 작동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고 부릅니다.
주의 집중, 목표 지속력, 감정 조절, 자기 통제.
이 모든 것이 갖춰져야 자기 조절력(Self-Regulation)이 작동합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대부분 감정이 불안정하고, 선택의 경험이 없으며,
‘공부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시키는 것’이라는 인식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어떤 공부법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치동에서도 살아남는 아이는 단 1%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는 부모의 불안에 떠밀려,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출산율은 낮아졌지만 사교육은 유아와 초등 시기를 정조준하며 더 커졌습니다.
초등 엄마들의 불안은 마케팅되고, 사교육은 그 불안을 정밀하게 활용합니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조기 사육 아닐까?”


아이의 삶을 설계하고, 결과를 부모가 대신 책임지며,
어떤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교육.

그런데 만약, 그 아이가 원하는 영재원, 의대, 명문대에 실패한다면?

실패가 아니라,

‘나는 실패 그 자체’라는 감각이 아이를 덮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저는 정말 두렵습니다.

우리는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유튜브 속 공부법은 감정이 안정된 아이, 스스로 선택해 본 아이,
실패를 복구할 줄 아는 아이에게만 작동합니다.

공부보다 먼저 필요한 건, 아이의 감정, 자기 결정감(Self-Determination),
그리고 부모의 시선 전환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상위 1%가 아니라,

나머지 99% 아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공부법이 아니라
부모의 불안을 멈추는 데서부터입니다.


혹시 지금, 우리 아이가 공부가 아닌

‘부모의 불안’을 수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이 글을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