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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 나다!  티를 내다!

나눔과 비움이 답이었다.

by 미정 Mar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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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정신없이 출근하느라  집안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는데, 과중된 스트레스로 며칠 앓아누웠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오 마이 갓! 이곳은 사람이 제정신으로는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것을 '현타'라고 하나?

"내가 이러고 살았다고? 이러려고 살고 있다고?" 아픈 것도 서러운데 엉망인 집안을 보니 후회가 밀려왔다.

나으면 반드시 청소부터 하리라!  다짐에 다짐!

청소! 이것은 안 한 티는 팍팍 나도 한 티는 잘 안 나는 요상한 단어이다.


며칠 후 발가락 끝에 어느 정도 기운이 뻗치길래 몸을 일으켜 이곳저곳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딴엔 열심히 정리를 한다고 했건만 전혀 한 티가 안나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진짜~ 정말~ 몹~~~시!


'아하!'

그 이유는 바로~ 남편이 남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 하던 "우리 집에는 웬만한 다이소보다 물건이 더 많을걸? 우리 마누라가 문구류를 얼마나 사재 끼는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근처 다른 아파트 보다  훨씬 수납이 짱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는 수많은 물건들이 보이는 곳에 놓여 있다. 수납장 속은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 시기 학원을 하다가 망하는 바람에 접고 다시 갖고 집으로 들어온 가구도, 집의 거실과 신발장 속에 쌓여 있었다.


게.다.가.


나는 늘~~사고, 남편은 절~~대 물건을 안 버리니(내가 고장 난 물건을 버리려고 쓰레기통에 넣으면, 남편님이 다시 주워서 제자리에 두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걸 장식품으로 사용을 한다나 뭐라나.)


거기다 다른 집에서는 5년이면 고장 나는 전자 제품들이 우리 집에서는 15년이 되어도 잘 고장 나지 않는다. 나와 딸들이 쓸 때는 분명 고장 난 가전이 남편이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이 거짓말처럼 작동되어서 당최 사주지도 않는다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 그냥 몰래 사버리고 잔소리를 듣지~! 그래도 고장인 듯 고장 아닌 고장 같은 그의 그!  가전은 남편님이 끌어안고 계신다. 절대 안 버리고.


여하튼 둘의 조합이 이 사태를 만든 것이다.


각설하고!!

기왕지사 청소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누가 봐도 한 티가 나야 하지 않겠는가? 답은 정해졌다!


비우자!


그래서 출근 전 비울 물건들의 사진을 찍어  당근에 각종 선반, 책장, 책꽂이, 공부방 할 때 사용하던 책상들 등 큰 가구들의 사진을 올리고 퇴근 후 무료 나눔을 하는 방법으로 이삼일을 보냈다.


티가 난다. 비운 티.

우리 집이 예전처럼 넓어졌다.


이젠 작은 물건 정리 시작.

거실의 전면 벽장을 모두 열어 물건들을 꺼내 쓰지 않는 것들은 모두 무료 나눔을 하고 쓰는 것만 다시 정리해서 넣으니 벽장 안도 훤해졌다.


나눔을 받으시는 분들도 감사해하셨다.

이런 나눔이 티를 내지 않아도 티가 나는 감사란다.


일부러 정리한 티를 내고 싶어 시작한 청소의 한 주가, 일을 하면서 돌아보지 못하고 놓아버렸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청소하면서 흘리는 굵고 짠 땀방울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뿌듯함도, 싫은 티 내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말없이 도와주는 딸에 대한 고마움도 새삼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참고로 이 모든 작업은 남편이 없는 평일에 이루어졌다. 남편은 절~대 뭐든 그냥 버리는 꼴을 못 보는 사람이니~, 남편이 집에 오는 주말에는 이런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남편이 없을 때~ 그가 애정하는 고장인 듯 고장 아닌 고장 같은 가전들도 다~ 버렸다는.

 2년 이상 안 썼거나, 못쓰는 것들은 싹!)

"아주 속이 시원하다!! "


덕분에 나는 다 나은 몸살이 도로아미타불!  비록 어깨 위에 울산바위가 올라가 있는 느낌이지만,

집도 말끔하게 정리가 되고, 좋은 사람들 곁에서 복잡했던 머릿속도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오늘은 티 나게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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