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로 살려고?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리스 로마신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아마 그 이름을 충분히 들어보았으리라 짐작한다.
신화를 보면,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이타카에 살던 강도로 아테네 교외 언덕에 집을 짓고, 집 안에 철로 만든 침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는 언덕을 오가는 사람들을 붙잡아다가 침대에 눕혀서 침대보다 키가 크면 머리나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만큼 키를 늘려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테네의 영웅인 테세우스에게 자기가 저질러 왔던 방법으로 그의 침대에서 머리와 다리가 잘려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어떠한 뜻으로 사용되는 말일까?
그것은 이러한 일화에서 유래한 말로써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는 행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 극도로 융통성이 부족한 태도를 말한다. (출처 : 위키백과 및 네이버 지식백과)
시쳇말로 '개꼰대'를 일컫는 것이다.
나는 2년여 정도 독서토론 모임에 가입해서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에 비해 편견, 아집, 고집, 억지주장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 않은가?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이 가끔, 독서 모임에서도 실감이 날 때가 있다.
모두 같은 책을 읽지만, 책에서 감명 깊었던 부분, 책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볼 부분, 책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책을 읽고 난 후의 전체적인 느낌이나 생각, 도입부를 읽었을 때와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의 차이점, 혹은 가독성이 좋은 문체인지의 여부 등 읽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소설은 호불호가 작가의 편향성에 따라, 사상에 따라, 문체에 따라, 서사에 따라, 시대적 배경에 따라, 주제나 소재에 따라 읽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명이 읽으면 10명 모두가 다른 느낌, 생각,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고, 내가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 또한 나와 다른 관점이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이다.
물론 책에 따라서는 회원들이 비슷한 느낌이나 생각을 공유할 때도 있다.
그런데, 특정 회원은 자신의 주장에 매몰되어 타인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싸우려고 덤벼드는 경우가 있다. 그는 책을 전문적으로 읽는 것을 좋아하여 시대사적 배경, 작가의 집필 의도, 시류를 관통하는 철학사조 등 전체적인 맥락을 단단히 준비해서 토론에 임한다. 적잖이 바람직한 태도일 수 있다. 그를 통해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철학적 배경이나 사조 등을 배우는 계기가 되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옳지 않다고 하는 그의 태도가 문제이다. 작가의 집필 의도, 시류 등을 배우고 시험을 치르기 위해 우리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다면 어쩌면 그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나누는 이유는 정보나 지식의 획득만이 아니라 우리가 소설 속 주인공이나 그들의 관계, 그들의 삶을 통해 얻은 간접적인 경험과 실제로 겪은 나의 경험이 적절하게 반영되어 다시 뿜어 나오는 우리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독서 모임에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가가 집필하지 않고 맺어버린 열린 결말인 경우는 더더욱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서술되지도 않은 결말을 어떻게 상상을 하든 그것은 독자의 자유가 아닐까? 논문의 답을 정답으로 국한하여 반드시 책의 결말이 주인공의 마지막이 그대로 되어야 하는 걸까?
그가 제시한 논문의 결말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피력한 그들도 옳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논문에 나온 학술적인 이야기만 옳다고 고집하려면 대학원이나 관련 학과 교수들과 만나서 토론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나의 생각이 옳다. 그러나 남도 옳을 수 있다. 단지 우리는 입체적인 사물의 다른 면을 보고 있을 뿐이다.'라고, 다만 관점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꼰대'에게 남의 의견도 인정하고 수용해 주는 자세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아무도 나서서 그 회원에게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갈등이 생긴다. 계속 참여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다른 모임을 찾아봐야 할 것인가? 그에게 그러한 태도를 지양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해 보아야 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