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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울 Mar 21. 2016

한국인에게 평생의 숙제가 된, 영어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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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전공 중 하나가 하필 영문학이라,

종종 영어를 잘하기 위한 팁을 물어보는 이들을 만난다.


나 역시 한국에서 공부해야 했던 평범한 학생 중 한 명이라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누구보다 영어를 좋아했기에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가 깨닫게 된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0. 영어공부의 목적.

공부에 대한 자신만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지.


다양한 사람들의 수만큼 각기 다른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영어시험에서 고득점을 바라고 있는 A도 분명 있을 것이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은 B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꽃보다 청춘의 류준열처럼 해외여행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라든지..

그렇다. 류준열도 미드로 영어를 독학했다고 한다. (한국경제 인터뷰 중.)
다들 좋아하는 것 하나씩은 있지 않나.


난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케이스다. 한국어로 번역된 자막이나 더빙은 온전한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보였달까.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다 더 이해하고 싶었기에 시작했던 것이 바로, 영어공부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영어공부를 열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영화로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영어자막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대본까지 출력해서 같은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서 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인터뷰도 샅샅이 찾아보았다. 그러다 어느새 오디오북을 들으며 원서까지 읽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수많은 날들이 쌓이자, 거짓말처럼 조금씩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잭스패로우의 대사를 외우다보니 어느새 나도 잭스패로우가 되어있더라.


결국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야 영어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게 아닐까..


앞서 말했던 영화로 영어공부하는 방법은 실제로 적용해본 방법이기도 하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방법 중 하나다.


주인공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당장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난 그 영상을 mp3 파일로 변환해서 그냥 듣고 또 들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영화와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방법이 내게 딱 맞았던 거고, 그래서 영어를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외국인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를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유학을 갈까 하다가 문득, 복수전공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영문학과에 오게 됐다.


영문학과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으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내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 영어를 좋아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강했던 영어수업들을 보면 원서읽기와 영상제작을 비롯해서 글쓰기와 프리젠테이션까지 정말 다양했다. (물론 나 역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토익과 같은 영어 시험을 공부하는 것에 열중했다면 영어를 싫어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알려주고 싶은 팁들을 몇가지 정리해 보았다. 본인에게 적용해보고 맞지 않다면 과감히 무시해도 좋다.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거니까. 다만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까지 이러한 과정들이 필요했다는 것만 참고해주시길.


1.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라면.


순전히 시험이 공부의 목적이라면 이 글은 여기까지만 읽고 시험준비를 하시라. 요즘은 교재도 잘 나와있고 좋은 인터넷 강의도 많다.


그래도 굳이 얘기를 덧붙이자면, 로즈리 선생님의 그래머홀릭 강의를 추천한다. (EBS라서 무료다. 총 30강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꽤 재밌는데다가 유익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인 영문법은 시험을 위해서도 회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본인이 문법이 약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꼭 한번 보시길. (참고로 남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진짜 아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칸 아카데미 강의도 상당히 좋다. 다양한 과목들을 영어로 배울 수 있는, 미국의 ebs랄까.


2.


어느 정도 토익 점수도 높은데 외국인 앞에만 가면 주눅이 든다거나 자신감이 떨어진다면, 말하기듣기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말하기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듣는 훈련을 먼저 해야 한다.


내가 실제로 해본 방법은 우선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 골라서 볼륨을 최대한 높여서 보는 거였다. 영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한글자막으로 봐도 괜찮고, 하도 많이 봐서 줄거리를 잘 안다고 생각이 들면 영어자막으로 봐도 좋다. 보다 보다 질릴 정도로 보면 자막없이도 주인공들의 대화가 이해되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또 다른 영화를 보면 된다. 그런 방법으로 계속 보다보면 반복해서 시청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어느새 영어자막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이젠 자막없이 봐도 알아듣는 내용이 더 많아질 거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외국어 학습에는 분명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든다는 거다.


물론 영화가 아닌 드라마도 좋다. 서점에 가면 관련 책들도 많다. 스크린영어사에서 나오는 영화 대본책이 있는데 꽤 간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드라마는 대사들을 공부할 수 있는 책도 다양하게 나와있고 인터넷 강의도 있다.

내가 항상 추천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린이용이라 어렵지 않다. 원서뿐만 아니라 오디오북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길.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 시리즈는 셜록과 닥터후. 대본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된다. (~ script나 ~ quote로 구글에 검색하면 나온다.)


드라마는 아무래도 익숙한 내용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 배우가 나온 작품들을 섭렵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위주로 공부하는 것도 좋다.


웃긴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아이티 크라우드>도 추천한다. 20번 넘게 봤는데도 여전히 재밌다.


3.


이번엔 글쓰기.


영어 일기를 매일 써보는 것도 좋은데 글쓰기의 경우, 첨삭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지식인에 물어보는 방법이 있겠다.)


혹시 뭘 써야하는지 모르겠다면, 자신이 봤던 책이나 영화에 대해 써도 좋다. 궁금한 표현이 있으면 인터넷에 직접 검색해보자.


한때 단어에 미쳐서 전자사전 배터리를 하루에 한번 교체했던 적도 있었다.
의학드라마에 빠져서 의학용어사전을 만들어본다든지. 그 어떤 형태로든 다 좋다. 외국어 학습에서 아는 단어의 양이 많다면 이점이 너무나 많은데 그 단어가 자신이 스스로 찾아본 단어라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덧붙여서 단어를 공부할 때 그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스펠링을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른다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또 하나의 팁은 영화나 책을 보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메모하는 방법이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쿵푸팬더 3 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영어가 어렵다면 이런 애니메이션도 좋다. 요즘은 어른을 위한 동화도 많이 나오니 참고하시길.
Shifu: If you only do what you can do, you will never be more than you are now.
Po: I like who I am!
Shifu: You don't even know who you are.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도 영어 공부용으로 매우 좋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도 얼마 전에 봤는데, 대사들이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단순히 메모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표현들을 기억하는 건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므로.



4.


어느 정도 알아 듣기 시작했다면 좀 더 난이도 있는 학습법을 시도해봐야, 그동안 배운 것들을 까먹지 않는다. 기왕이면 영어도 공부하고 본인의 실력도 쌓을 수 있는 방법들. 가장 대표적으로 테드가 있다.

자신이 관심있는, 이를테면 심리학 같은, 분야를 선택해보자.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테드는 15분 내외의 짧은 강연들을 모아둔 사이트인데 유명 인사들의 강연을 비롯해서 그 내용도 꽤나 좋다. 덤으로 프리젠테이션스토리텔링 기술도 배울 수 있다. 스크립트도 나와있으니 더없이 좋은 공부 자료가 될 것이다. 강연자의 책도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시길. 보다 깊이 있는 학습이 될 것이다.

수잔 케인의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을 추천한다. <콰이어트>란 책도 썼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뉴스 기사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급 표현들도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세상의 다양한 이슈들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영상이나 음성이 제공되는 뉴스는 듣기와 말하기 훈련도 덤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팁은, 자신이 평소에 관심있던 분야에 대한 뉴스로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김연아의 팬이라면 그녀의 영어 인터뷰와 뉴스 기사들을 찾아보시라. 생각보다 자료가 방대하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랄 것이다.


영어를 누구보다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아마도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따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습에 적용시켜봤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보더라도 한번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대본을 읽고 대사를 메모해서 외우고, 원작이 있으면 책도 읽고, 오디오북도 찾아서 수시로 들어보고,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도 유투브에 검색해보고, 그 배우가 나온 다른 작품도 같은 방법으로 공부해보면서, 차츰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그저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알고자 했던 공부에 외국어가 있었을 뿐, 내게 영어는 딱딱한 학문이 아니었다. 영어는 그저 외국인 친구와 쉽게 대화할 수 있는 말이라는 매개체, 즉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좋은 방법들은 정말 많다.
영어노래를 듣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


영어로 된 자료들 중에는, 영어를 못한다거나 싫어한다고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영어를 모르면 세상의 절반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영어와 함께 한번쯤 미쳐보길 바란다. 진정으로 즐기는 자는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는 공자님의 말씀도 있지 않는가.


그동안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많이 안타까웠다. 여러분이 영어를 기피하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시험위주의 잘못된 교육방법이 한국에서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이지, 절대 여러분이 못나서가 아니다.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기를 바란다.


각자의 방법들을 찾아가다보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찾은 방법들은 또 누군가에게 알려주기를.


당신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존재다.

내 삶은 앞으로도 배움이 가득하기를. 이 모든 배움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p.s. 근데 여러분.. 어디서 이렇게나 많이 오신건지.. 유입경로가 '기타'라고만 되어있어서 알 수가 없는데, 댓글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혹시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다음 글에 참고하겠습니당.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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