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30_오늘의 밑줄.
그들은 더 이상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연극이 끝났으므로
분장 인물을 자신보다 더 사랑한 사람들
다리 저는 여자, 순정한 매춘부,
사랑에 빠진 남자, 잔인한 살인청부업자,
교활한 상점 주인에서 천진한 소년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비로소 아무도 아니게 될 수 있는 곳
무대에서는 널빤지와 걸레도 소품이 된다
그러나 무대 밖에서는
다시 널빤지와 걸레로 돌아가야 한다
연극보다 더 극적인 삶이 벌어지는 뒷골목에서
운명이 흘리고 간 빵가루를 주워먹으며
때로는 우두커니 서 있는 그들
포충망 속의 나비처럼 파닥거리는 그들
모든 게 연극에 불과하다면
삶은 지퍼백처럼 얼마나 간편한 것인가
하지만 막이 언제 열리고 닫힐지
다음에 누가 등장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투명한 비닐 속에서
여전히 진지하게 대사를 읇조리는 등장인물들
그러나 그들의 말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는다
연극 같은 삶이 끝났으므로
#나희덕 #등장인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