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lab Nov 19. 2017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63 인생학교 [일] 

#63 인생 학고 [일] 

- 로먼 크로즈나릭 지음 / 정지헌 옮김 

답답할 때 2h 




이른바 '천직'에 대한 열망은 철저히 현대에 등장한 발명품이다. 1755년에 출판된 새뮤얼 존슨의 사전에 '성취'라는 단어는 나오지도 않는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대부분 실질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바빴다. 먹고사는,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 말이다. 그런 마당에 재능을 십분 활용하고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는 흥미로운 직업인지 따질 여유가 있었을까? 직업을 행복이나 자아성취의 길로 인도하는 모험으로 여기게 된 것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심적 자유가 생기기 시작한 현대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p27


직업에 대한 불안에 일조하는 것은 '평생직장' 개념의 실종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20대 초반에 회사에 입사하면 그곳에서 은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제 그런 직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에는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조차 20세기의 유물로 사라져가는 추세다. 직업의 평균 지속기간은 고작 4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우리는 계속 선택을 하며 살 수밖에 없다. -p30


'이상적인 직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억지로 웃어가며 참기'다. 기대 따위는 최대한 억누르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류에게 일은 언제나 고역이었으며, 이는 미래에도 변함없으리라는 것을 아는 관점이다. 성취감 운운하는 허황된 꿈일랑 잊어버리고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할 필요악'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신봉하는 자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p31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의 핵심요소는 무엇인가?'가 첫 번째 질문이다. ... 바로 의미와 몰입, 자유다. 셋 다 얻기 힘들고 추구하다 보면 양립하기 힘든 요소들 간의 긴장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돈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직업을 택해야 하는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 명분을 추구하는 일을 하는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발상인가? 어느 한 분야에서 높이 성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통섭의 정신으로 다양한 분야에 널리 도전하는 성취자가 되는 편이 나은가? -p35


이런 혼란에 사로잡혀본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일말의 불확실함도 느끼지 않은 채 직업을 택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고민을 거듭하고, 나처럼 진로를 정해놓고도 이 길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해 막연한 두려움에 빠진다. -p46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현대인은 선택지가 너무 넓은 데다 거기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슈워츠는 선택권 없는 인간의 삶은 도저히 견딜 수 없지만, 선택권이 지나치게 많아도 과부하의 티핑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그 지점에 이르면 선택권은 더 이상 당신에게 자유를 주지 않고 오히려 약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도." -p53


사람들은 언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가? 대부분 학창시절에 이루어진다. 학교 교육과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평범하게 자란 사람이라면 청소년 때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이때 선택한 교육의 길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직업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p59


지금까지 애써 일궈놓은 업적이 시간낭비가 된다는 생각은, 우리가 직업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커다란 심리적 장벽이다. 10년 가까이 (때로는 그 이상) 노력해서 법률이나 광고 등의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는데, 이제 와서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분명 누군가가 '사는 게 다 그렇지'라든가 '시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어깨를 두드려주겠지만 그런 말 몇 마디로 위로가 될 리 없다. 물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조언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p63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금 우리는 두 가지 후회 가능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첫 번째는 수년 동안 시간과 에너지, 감정을 쏟아부은 직업을 '왜 버렸을까' 하는 후회이고, 두 번째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돌이켜볼 때 전혀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던 직업을 '왜 버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다. 두 가지 후회 모두 뼈아프지만, 현실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의 일이란 것이, 아무리 최상의 결정을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후회를 피할 방법은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p64


철학자 A.C. 그레일링도 비슷한 결론을 제시했다. "세상에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는 것이다." 어릴 적에 받은 교육이나 그때 우리가 선택한 직업은, 어른이 된 지금과는 사뭇 다른 과거의 선택이다. 자신의 성격이나 목표에 맞지 않는 직업에 매달린다는 것은, 어느새 사이가 벌어져 더 이상 되도릴 수 없는 인간관계를 붙잡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 인간관계는,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인간은 도전으로 가득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인생의 우선순위와 관점도 바뀐다. -p65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성취감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존재가 아니라 소유에서. 공감할 수 있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서가 아니라 소유를 늘리는 데서 말이다. 이제 돈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해서 의미 있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p87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직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세상을 더 낫게 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면 성취감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고 동의하는 바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도 있다. 하워드 가드너,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윌리엄 데이먼이 실시한 유명한 연구에서는 '좋은 일', 즉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일관되게 직업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p96


"제가 원하는 직업을 찾기까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긴 했지만 그 경험이 제 인생을 윤택하게 만들어줬어요. 전 제가 신뢰하지 않는 명분을 위해서는 일할 수 없어요. 제게 의미 있는 일이란 바로 그런 거죠. 언젠가 아버지의 친구분과 삶의 선택이란 것과, 생각을 현실로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분은 '인생은 짧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하셨어요. 그랬던 분이 다음 날 거짓말같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셨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아요. 기꺼이 위험도 부릅쓰고 바보 같은 짓도 하되, 어떤 경우에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면 안 ㅙ요. 극심한 생존경쟁이 주는 그 어떤 지위나 금전적 보상보다 이게 훨씬 값진 보상이에요." -p100


어쩌면 돈과 가치가 조화롭게 합쳐지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가치와 재능을 합치는 편이 훨씬 쉬울지도 모른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 말이야말로 지난 3,000년 동안 등장한 직업에 관련된 수많은 조언 중에서 가장 유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p106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도 이미 100여 년 전에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진정한 삶의 고수는 일과 놀이, 노동과 여가, 몸과 머리, 공부와 휴식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는 두 가지 중 뭐가 뭔지도 잘 알지 못한다. 무엇을 하든 그저 탁월함을 추구하고 그에 걸맞게 완성할 뿐, 그것이 일인지 놀이인지는 타인의 판단에 맡긴다. 그 자신은 언제나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 -p110


그 답은 인간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특정한 태도에 있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1970년대에 인간이 잠재적 손실과 이익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인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2배 더 싫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박에서든 직업 진로를 바꿀 때든 똑같았다. -p135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 확신이 없으면 인간은 요람에 누운 아기와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관건은 위험을 무릅쓰기 싫어하는 본능과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에 필요한 용기를 찾느냐다. -p136


몰입 개념은 1970년대, 헝가리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처음 소개했다. 앞에서 한 번 언급한 나의 성 크르즈나릭보다 훨씬 발음하기 어려운 성이다. 오늘날 몰입이라는 개념은 '삶의 만족' 또는 '행복'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널리 활용된다. 몰입의 경험은 무슨 일이든 간에 자신도 모르게 그 ㅣㄹ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다. 암벽 등반을 하든지, 피아노를 연주하든지, 필라테스를 하든지, 회으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든지, 외과 수술을 집도하든지 간에 말이다. ... 우리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거나 내재적 동기를 제공하는 일에 즐겁게 몰입니다. 생계수단으로써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일인 까닭이다. -p155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보스'가 되고 싶어 한다. 세상에는 자기만의 작은 땅이나 가게, 사업을 남몰래 꿈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성공 가능성이 낮고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낙관적이지도 않은데도 그들은 꿈을 접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자율성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171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안전과 순응, 보신주의에 길들어서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정된 미래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모험정신에 가장 해로운 것이다.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p179


'삶의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기도 하다. 여가시간에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풍경사진을 찍고,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여유로운 직업을 찾으면 된다. -p186


소박한 삶을 살려면 '예술은 불필요함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피카소의 철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 달간의 모든 지출 항목을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으로 구분해 자세히 기록하고 다음 달부터 '원하는 것'의 지출을 반으로 줄이려고 해보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는가, 아니면 놀라 만큼 큰 자유를 손에 넣었는가? -p191


이렇게 만만치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나선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 행복한 결혼생활, 좋은 직업을 가진 '슈퍼우먼'이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도전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남녀를 불문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동시에 누리는 동시에 일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취를 거두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p195


남성의 역할을 간과한 채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하면서 생기는 복잡다단한 문제에 맞춰 타협해야 하는 쪽이 아빠가 아닌 엄마라는 문화적 편견을 강화할 뿐이다. 남녀 모두 일에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동등한 사회에 살고 싶다면 구태의 문화적 관습에 맞서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남녀가 함께 맞섬으로써 현명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p201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영혼이 담긴 일을 찾는 것은 현대인의 가장 큰 열망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을 대할 때 '억지로 웃어가며 참기' 방식을 따르지만, 점차 자아를 가장 잘 반영하고, 더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일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이 운동에 동참하고 싶거나 평생 직업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떠올려봐야 할 질문이 두 가지 있다. -p214


직업을 삶의 의미와 결부해온 오랜 전통은 오늘날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주장에도 반영되어 있다. 그는 "통일된 목적은 어디에서 비롯되든 간에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에게는 '마치 자기장처럼 마음의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목표, 나머지 작은 목표들이 전부 기댈 수있는 가장 큰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들었다면 전적으로 동의했을 말이다. -p219


마리퀴리의 생에에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 그녀의 직업은 천직의 모든 특성을 갖추었다. 일은 그녀에게 의미의 기본 요소를 빠짐없이 충족시켜주었다. 지적 재능을 활용하고 과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좇을 수 있었으며 방사능 치료가 암에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상이 진보하는 데 기여한다고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방사능 물질을 발견하겠다는 그녀의 목표에는 목적의식 또한 들어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p 221


결론적으로 내가 전해줄 대단한 비결이랄 건 없다. 천직이라고 할만한 직업을 찾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서 혜성처럼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마리 퀴리처럼 행동을 취하고 천직을 키워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의미와 몰입, 자유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헌신하면 된다. 마리 퀴리처럼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는 것은 조금 심했지만, 하지만 그조차 당신의 즐거움이라면 기꺼이 즐기시라.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하고 고무적인 목표가 서서히 싹트고 더욱 커져서 인생의 꽃이 피어날 것이다. -p224


불편한 진실이지만 언젠가는 생각을 멈추고 행동에 옮겨야 할 때가 온다. 이것은 가장 오래된 삶의 지혜다. 이 삶의 기술은 인생에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몇 세기 넘게 여러 형태로 표현되어 왔다. -p236


조르바의 말은 좋은 삶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메시지다. 우리는 대부분 억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살아간다. 밧줄을 잘라 자유로워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실험정신을 발휘해 내면에 자리한 광기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 지금 당장. -p231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