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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Dec 23. 2017

[3부] 소득나눔 학자금은 시대정신

#67 부채 트릴레마

#67 부채 트릴레마

- 김형태 지음

꼼꼼하게 3h


7장 학자금부채를 넘어 소득나눔 학자금으로


부채차원을 넘어서는 미래의 학자금조달 방식은 자연스러운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업은 부채와 지분(주식회사라면 주식)을 모두 사용해 자본을 조달하는데, 개인은 왜 부채로만 자본을 조달하는가?", "왜 개인이 발행하는 지분은 없는가?" 미래의 학자금은 학자금 부채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학자금부채 외에 '소득나눔 학자금'으로 불리는 '학자금지분'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교육목적으로만 쓰이는 보완화폐인 '교육화폐'가 공존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의 바람직한 학자금 생태계다. -p241


창업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불확실성이 높고 미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벤처캐피털이 대출로 자금을 공급하지 않는다. 지분으로 투자한다. 대학교육은 어떨까? 우선, 투자대상의 위험이 높다. 졸업하고 언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지 불확실성이 크다. 자금 회수에도 장기간이 소요된다. 실물담보도 없다.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위험이 높다. 대학교육은 정말 부채와 어울리지 않는 대상이다. 그런데 부채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진출 전부터 빚 부담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를 양산해낸다. 과도한 부채는 젊은 세대의 경제력뿐 아니라 뇌를 소진시킨다. 소진된 뇌는 여유가 없고 고립된다. -p247


학자금부채의 한계와 문제점 정리 : 첫째, 미래 불확실성이 지극히 높은 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채계약은 교육에 적합한 금융계약이 아니다. ... 둘째, 학자금대출을 받은 학생 입장에서는 과도한 위험을 부담한다. ... 셋째, 자금공급자인 은행의 입장에서는 위험이 높은 대출대상이다. ... 넷째,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가계의 교육비 또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명시적 또는 암묵적 보증을 통한 교육비지원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어떤 형태ㄹ든 풋옵션이 많이 깔려 있는 사회는 외부충격에 취약하다. ... 다섯째,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학자금대출은, 나중에 못 갚으면 정부가 탕감해줄 것이라고 학생이나 부모들이 기대하고 있다. - p253


아인슈타인은 '복잡한 문제는, 그 문제를 발생시킨 차원과 동일한 차원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학자금 부채도 부채 차원의 사고만으론 해결 못한다는 말이다. 부채를 벗어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분투자다. 지분은 위험과 수익을 나누어 소유한다는 의미다. -p254


대학교육 자금조달은 부채가 아닌 지분 형태가 적합하다는 주장은 50년 전에 처음 나왔다. 바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는 [교육에 관한 정부의 역할]이란 논문에서 교육금융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개인의 미래소득에 대해 일정 지분(예:2%)을 매입하고 학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채와 달리, 위험을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자금공급자가 부담하도록 하자는 말이다. ... 잊혔던 아이디어가 요즘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오리건주 머클리 상원의원이 대학생 미래소득의 3%를 일정 기간 동안 지불한다는 조건하에 상환의무 없이 학자금을 제공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안해 통과시켰다. 학자금대출에 대비해 '학자금지분' 또는 '소득나눔학자금'이라 명명할 수 있다. .... 현재 미국 30개 주에서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이고, 퍼듀대학에서는 성공적으로 시행 중이다. 미국 전체 연방차원에서도 소득나눔 학자금이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2016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던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토드 영 상원의원이 '대학생성공투자법'이란 법안을 제안해 2017년 현재 논의 중이다. 2017년에는 퍼듀대학이 있는 인디애나주 메서 상원의원이 '대학생성취투자법'을 제안해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항상 새로운 제도에 대해 개방적인 호주는 '개인지분'이란 이름으로 나눔형 학자금제도를 이미 도입했다. -p256


소득나눔 학자금을 설계할 때 핵심 설게요인 중 하나는 '어디서 돈이 나오고 어디로 다시 들어가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퍼듀대학은 퍼듀연구재단에서 등록금을 지원하고 나중에 받는 일정 지분도 이곳으로 들어간다. 학교연구재단이 운영하므로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학생들을 가르쳐 미래소득을 높일 인센티브도 있다. 학생 입장에서도 나중에 엄청나게 성공해 내가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나누어야 한다고 해도 이 돈이 학교연구재단으로 들어가 후배들의 등록금 지원에 쓰일 터이니 거부감도 없다. -p262


이렇게 보면 부채 형태의 학자금대출보다 나눔 형태의 학자금지분이 먼저 존재했다. 은행은 기업에게 산업자금을 제공하느라 여유가 없어서 학자금대출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 소득나눔 학자금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계약 주체 그리고 이름을 달리해 부활한 것이다. 그래서 소득나눔 학자금은 '오래된 미래'다. '오래된 미래'에 대해서는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의 원형력 부분을 참조하기 바란다. -p270


소득나눔 학자금은 능력 있는 사람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성과의 일정 부분을 사회와 나누는 방식이다. 소득나눔 학자금이 정의로운 이유다. -p278


8장 교육화폐, 미래 학자금의 프런티어


금이냐 종이냐 비트코인이냐 하는 화폐의 형태가 아니라 화폐의 기능과 순환경로에 주목해보자. 서울시, 제주도 등과 같이 특정 지역 내에서 순환되면 지역화폐다. 교육생태계, 건강돌봄생태계, 식품생태계, 예술생태계처럼 특정 목적에 부합되는 커뮤니티안에서 순환되면 목적화폐다. 이런 화폐를 통틀어 보완화폐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교육화폐'다. 우리가 무엇을 배울 때 대가로 지불할 수 있고 등록금으로도 쓸 수 있는 화폐가 교육화폐다. .. 부채문제를 해결하려면 목적과 포괄범위가 다른 다양한 화폐가 공존하는 '화폐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p287


정말 모르면 상상이 안 되니 질문도 못한다. 기술발전의 파괴력을 고려할 때, 경제의 미래는 불확실성의 세계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다. ...불확실성과 미지성은 다르다. 단지 불확실한 경제라면 원화라는 하나의 법정화폐만으로도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 반면에 위기가 일상화된 미지의 경제가 되면 단일 화폐만으로 경제를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기 힘들다. 경제가 복원력을 갖기도 힘들다. 화폐도 종의 다양성이 필요한 것이다. .. 이렇게 보면 화폐의 다변화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폐순환시스템의 다변화'다. -p295


2명 모두 독일의 혁신적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실비오 게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게젤은 화폐도 '감가상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화폐도 쇠처럼 녹슬게 하라!"는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유비용이 발생하게 해야 사람들이 저축하거나 보유하지 않고 게속 교환하고 거래한다. 화폐의 기능 중에서 가치저장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약화시킬수록 화폐의 유통속도는 빨라진다. 저성장기나 경기침체기에는 특히 돈이 잘 돌아야 하는데 녹슬지 않는 화폐의 특성 때문에 오히려 돌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재화처럼 돈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하락해야, 정체되어 있지 않고 돌게 되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p297


교육화폐가 학자금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멘토 역할을 수년간 해온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모은 교육화폐로 등록금을 낼 수 있다면 학자금대출을 대체할 수도 있다. ...은행의 신용 창조에 빗대어 표현하면 신용 중에서 특별한 '교육신용'의 창조라고 보면 된다. -p301


교육화폐를 등록금으로 내려고 해도 대학이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대학이 받아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게 교육화폐의 핵심이 된다. 첫째, 교육화페가 활성화되려면 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화폐를 등록금으로 받아주는 대학에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 둘째, 대학 입장에서는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얼핏 손해 보는 듯한 이런 장사를 대학이 왜 할까? ... 교육화폐는 대학의 미활용 자원과 학생들의 미충족 욕구를 연결하는 것이다. 창의성을 외치는 시대에 가장 창의적이지 못한 것이 2개 있다.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화폐다. -p306


부채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된 보완적 화폐생태계 즉, 자체적인 목적과 순환경로를 갖는 화폐생태계는 교육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따라 건강돌봄화폐, 예술화폐, 그리고 식품화폐 등을 설계할 수 있다. -p309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그레이와 넬슨은 '예술가 지폐'를 창안해냈다. 이 지폐의 특징은 한쪽 면은 인쇄가 되어 있는데 다른 한쪽은 아무런 인쇄 없이 텅 비어 있다는 점이다. 이 지폐는 에술가들에게 지불되고 예술가들이 텅 빈 지면을 예술작품으로 채운다. .. 이 예술화폐는 피카소의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 줄리안 파케트가 1994년부터 시작한 '흐르는 돈' 운동도 예술화폐의 일종이다. 우편엽서, 편지, 카드 등에 작품을 그리는 우편예술가들 사이에서 화폐처럼 사용된다. -p314


여기에 더해 아이들 교육비를 교육화폐로 충당할 수 있고, 고령화와 건강문제를 돌봄화폐로 조달할 수 있다면, 크게 돈(법정화폐)에 들어가는 곳은 ㄴ확 준다. 웬만한 경기침체나 실업에도 견딜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이 정도 수준까지 교육화 폐, 돌봄화폐, 식품화폑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같은 화폐생태계의 다변화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미래를 위한 정책방향이다. -p319


9장 왜 국가주식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부채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질문은 '부채가 어느 정도 빡빡해야 적절한가?'이다. '어느 정도'라는 부채의 양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빡빡함'이라는 부채의 융통성에 관한 질문이다. 부채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빡빡함은, 경제상황이 좋든 나쁘든, 소득이 많든 적든 상황에 관계없이 고정된 금액을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용어를 써서 표현하면 '상환의 의무성' 또는 '융통성 없음'을 뜻한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은, 빡빡함의 최적수준은 역사를 거치면서 변해왔다는 사실이다. -p322


존 로는 국가부채문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 획기적 아이디어로 접근했다. 명목화폐를 찍어내 자유롭게 화폐공급량을 늘리다 보니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가치가 자연히 하락했다. 화폐도 알고 보면 부채다. 이자 없는 국채다. ... 이때 그가 낸 아이디어는 제노바의 '국가 내 국가' 주식과 유사하다. 거의 휴지조각이 된 국채를, 국가가 운영하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알짜배기 회사의 주식으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국가부채인 국채를 국가주식으로 바꿔주는 부채-주식교환이다. -p335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부채 같은 고정된 청구권보다 지분 같은 변동적인 청구권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교육투자에서는 빡빡하고 꼿꼿한 부채가 오히려 불안정한 것과 같은 이치다. ... 화폐란 차원에서 보면 존 로가 추구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부채형 화폐가 아니라 지분형 화폐다. 부채형 화폐와 달리, 주식형 화폐에서는 국민들도 국각경제의 위험을 정부와 같이 부담하게 된다. ... 로의 혁신적 아이디어 중에서 명목화폐는 약 250년 후인 1971년에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하면서 부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에서 보편적인 화폐제도로 작동되고 있다. -p338


프랑스의 실패사례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개혁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고자 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첫째 과욕이 일을 그르쳤다. 로는 과도했던 국가부채를 단순히 적정수준으로 줄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없애버리려 했다. ... 둘째, 반대파들과 협상할 수 있는 카드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존 로와 대비되는 사람이 미국의 초대 재무부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 셋째, 존 로를 지원해주는 정치세력이 없었다. -p342


'국가 내 국가'인 영란은행 설립을 통해 국가주식을 발행하고 국채의 부채수용력을 높이는 전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메커니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영란은행에 다양한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해 영란은행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만든다. 둘째, 높아진 영란은행 주식가치를 바탕으로 견고한 주식매수 기반을 구축한다. 셋째, 주식발행을 통해 유입된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한다. 넷째, 정보는 해가 지지 않는 국채수요 기반을 바탕으로 전쟁과 식민지개척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한다. -p350




생물도 환경에 적합한 것이 살아남고 번창하듯이 경제도 경제환경에 적합한 자금조달수단이 선택받기 마련이다. 부채가 그토록 각광받고 개인, 가정, 기업, 국가 나아가 글로벌 경제를 지배해온 이유는 과거 환경이 빡빡함과 둔함을 본질로 하는 부채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경제와 사회환경도 달라졌다. 불확실한 시대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진입한 경제환경, 점점 더 안정적이고 고정적 수입을 획득하기가 어려워진 환경, 꾸준함과 성실함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진 세상에서는 부채가 건강하게 생존하기 힘들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대학교육이다. 학자금부채에만 의존한 학자금생태계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채를 개혁하면 될까? 빡빡하고 둔한 부채를 융통성 있고 민감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출발점이다. ... 방향성은 명확한데 어떤 절차를 거쳐야 실행이 가능할까? 첫째, 학자금 부채문제의 심각성과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대학생 1명을 제대로 키우려면 온 국가가 필요하다는 책임감을 기성세대가 가져야 한다. ... 둘째, 학자금부채의 개혁은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 셋째, 제도화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


젋은이들을 빚 지워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위축되지 않고 사기가 높고 톡톡 튀어야 4차 아니 5차 산업혁명을 위한 아이디어도 샘솟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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