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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Feb 17. 2018

사이퍼 펑크

#70 사이퍼 펑크 

#70 사이퍼 펑크 

- 줄리언 어산지, 제이컵 아펠바움, 앤디 뮐러미군, 제레미 지메르망 지금 / 박세연 옮김 

생각하면서 2h 



앤디 : 그리고 데이터 저장 비용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오스 컴퓨터 클럽이 내놓은 자료도 있습니다.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하여 3천만 유로만 있으면, 한 해 동안 독일에서 발생하는 모든 통화 내역을 고품질 파일로 저장할 수 있고, 순수하게 저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8백만 유로에 불과합니다. 


줄리언 :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바스테크와 같은 기업들은 연간 1천만 달러 규모로 이러한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의 전화를 엿듣고, 모든 내용을 통째로 저장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방향이 바뀌어 왔습니다.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감시하고 특정 인물을 미행하는 차원에서 아예 모든 것을 도청하고 모든 정보를 영구히 저장하는 방향으로 말이죠. -p52


제레미 : 이는 정부 지원의 감시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의 문제, 즉 제삼자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과 그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실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문제입니다. 저는 페이스북을 쓰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개인적인 정보를 기꺼이 페이스북에 넘겨줍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정보와 공개적인 정보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연예계나 정치계 혹은 언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공개적인 형태의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누구든 정보 공개만 설정하면 잠재적으로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공개>는 무언가를 공적인 형태로 놓아둔다는 말이며, 이는 세상이 자신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십대들이 자신의 술 취한 모습을 그러한 사이트에 올려놓을 때, 세상 전체가 그 이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그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와 공개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정보까지 저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든 간에 일단 페이스북에 정보를 공개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페이스북에 그 정보를 제공했다가 그 다음으로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셈입니다. -p71


제이컵 : 아니요. 저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인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라도, 우리 자신이 그것을 내놓으라고 강제할 수 있는 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면 우리는 그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서는 안 될 겁니다. 그리고 이는 보안 시스템 구축에서 <정책에 따른 프라이버시> 접근 방식과 <설계에 따른 프라이버시> 접근 방식의 차이입닏. 우리가 지금 노골적으로 사람들을 추적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그 서버를 카다피의 리비아나 아사드의 시리아에 설치해 둔다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경솔한 짓입니다. 한두 해 전에 발송했던 국가 안보 서신들 중 그 어느 것도 테러 때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25만 건에 이르는 그 서신들을 보낸 것은 테러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 기업들은 그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두었으며, 그것이 기본적으로 그드르이 사용자들을 팔아넘기겠다는 경제적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들은 이미 중대한 도덕적 책임을 떠안고 있는 겁니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경제적인 문제로 봐야 합니다. 이들 기업들은 정부와 손을 잡고 그들의 사용자를 팔아넘기고,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통제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결정한 겁니다. 정부에 저항하기보다 감시 문화와 통제 문화의 일부가 되어 이익을 추구하기로 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공범이며, 그에 따른 책임이 있습니다. -p78


제이컵 :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시민들을 괴롭히고,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ㅍ괴하려는 시도를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암호화된 메시지를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겁니다. 수학 문제는 절대 풀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도 이러한 방법은 기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설득이 필요합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수학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정부도 풀 수 있을 테니까요. -p84


줄리언 : ... 현재의 암호 기술은 충분히 뛰어나며, 우리는 이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분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기계에 대해서는 절대 확신할 수가 없으며,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정보 가로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특정 인물의 컴퓨터만을 목표물로 삼기 때문이죠. 그리고 보안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자신의 컴퓨터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암호 기술을 가지고 대규모 정보 가로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특정 인물의 컴퓨터만을 목표물로 삼기 때문이죠. 그리고 보안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자신의 컴퓨터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암호 기술을 가지고 대규모 정보 가로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인류 문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죠. 개인을 목표로 한 감시는 그 정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이들은 암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함으로써 전면적인 감시에 저항하고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아니면 네트워크를 완전히 떠나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간 네오러다이트이거나 현대 문명과 멀리 떨어져 좁은 활동 범위 내에서만 살아가는 전통 부족들일 것입니다. -p86


줄리언 : 암호 기술은 곳곳에 적용될 것입니다. 도처에 있는 주요 기관들이 암호 기술을 도입하면서, 우리 사회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도시 국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미래의 감시 디스토피아에 저항하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대책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정보를 가로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자제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역사적인 비유로 인류가 손을 씻게 된 과정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모든 사람들이 손을 씻기까지는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이론이 등장하고, 그리고 그 이론이 널리 알려져야 했습니다. 손에 묻어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질병을 옮긴다는 다소 편집증적인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형성되고 나서, 기업들은 그러한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는 비누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이러한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그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p89


제이컵 : ... 최종 결과가 애초의 의도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구글을 만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전례 없이 방대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시스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깨닫기 시작할 때쯤이면 그들은 그러한 국가 안보 서신을 보내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죠? -p97


제레비 : ... 이후 사람들은 P2P 기술이 어떻게 아키텍처를 분산화시켰는지에 대한 실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당시 냅스터 역시 다소 집중화된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분산화된 아키텍처라고 하는 아이디어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분산화된 아키텍처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그리고 문화를 공유하는 일은 지식을 나누는 일과 똑같다는 점을 말해 주는 확실한 사례를 보게 되었죠. 보다 나은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감시를 피하고, 정치적 스토리텔링을 헤치고 나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지식의 공유는 항상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이제 우리는 분산화된 서비스와 개인 간의 공유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판대편에서 줄리언이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 잘 해주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 돼, 그건 도둑질이야. 그러면 배우도, 할리우드도, 영화도, 새끼 고양이도 모두 살아남지 못할 거야.> 그들은 이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위조품 거래 방지 협정을 둘러싼 싸움에서는 우리가 우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저는 앞서 줄리언이 역할을 맡아 주었던 악당들의 주장을 반박하고자 합니다. ... <위조품 거래 방지 협정은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 정말로 보탬이 되는 그런 일을 시작합니다.> 실제로 상황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유럽 의회에서도 일부 인사들은 개인적인 용도로 파일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하거나 교도소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러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으며, 공유는 반대해야 할 일이 아니라 더욱 장려해야 할 활동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 주게 될 것입니다. -p110


제레미 : ... 하지만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능력을 점차 기르게 되고, 그리고 까다로운 주제로 토론을 벌일 역량을 조금씩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현상은,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야 하는 기술적인 복잡성을 중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건 정치적 선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정치 집단이나 언론, 기업, 혹은 과거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했던 모든 집중화된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능력을 정치 시스템을 통해 발휘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p115


제이컵 : ...사이퍼펑크 활동가들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보완하는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에서 감시는 불가능합니다. 완전한 익명 전자화폐인 e-캐시를 개발했던 데이비드 차움의 설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디지털 화폐, 차우미언이 바로 그러한 시스템입니다. 물론 생각보다는 집중화된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요. 차우미언의 핵심은 비자나 마스터카드와 같은 추적 가능한 통화와는 달리, 절대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화폐를 만드는 겁니다. 차우미언은 중앙 집중적인 권한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는 하지만, 익명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데이비드 차움이 개발한 암호 프로토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p122


줄리언 : 세 가지 기본적인 자유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세 가지는 의사소통의 자유, 이동의 자유, 경제적 상호 작용의 자유였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 사회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그러한 변화를 일으켰을 때, 개인의 이동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 상황은 크게 악화되었죠. 프라이버시가 사라졌으니까요. 우리가 나누는 모든 의사소통이 감시당하고, 저장되고,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기본적인 상호 작용은 실질적으로 악화되었습니다. -p127




제이컵 : 기술을 떠나서 한번 얘기해 봅시다. 우리가 1비트코인이 몇 유로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자 화폐는 화폐라기보다 상품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과도 비슷하죠. 게다가 비트코인에는 소위 채광비라는 게 있는데, 비트코인을 찾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에서 검색을 해야 하고, 그 아이디어는 계산에 관한 복잡성이 존재하고, 실물 가치와 연동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비기술적인 차원에서 비트코인은 제가 줄리언에게 돈을 보내면, 앤디가 여기에 개입하거나 방해하는 일 없이, 줄리언이 확인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물론 문제는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비트코인을 익명을 보장하는 화폐는 아닙니다. 제 생각에 그건 중요한 단점입니다. 


줄리언 : 계좌 보유자들이 완벽하게 숨어 있을 수 있고, 자기 마음대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기는 하지만, 비트코인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가 완전히 공개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아주 흥미로운 하이브리드 방식이라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비트코인 뱅킹 네트워크의 특정한 일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법률, 규제, 감사를 통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하는 것을 실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네트워크 각각의 부분이 풀어야 하는 복잡한 암호 계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명한 비트코인 <뱅킹>의 실행은 그 시스템의 아키텍처에 구축되어 있습니다. 계산 작업은 곧 각각의 비트코인 은행 지점의 전기료에 해당하며, 그렇기 때문에 전기 요금의 차원에서 사기 행위에 대한 비용을 할당할 수 있습니다. 사기를 치는 경우, 이로부터 얻는 이익보다 전기료가 더 많이 나오게 됩니다. 이는 대단히 혁신적인 방식입니다. -p131


줄리언 : 역사가 바뀔 뿐만 아니라 아예 사라진 거죠. 오웰이 남긴 명언이 있습니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서구 국가들에서는 추적이 불가능한 형태로 역사가 지워지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사후 검열에 해당합니다. 사전 검열이나 자체 검열은 훨씬 더 극단적일뿐더러 종종 추적하기도 힘듭니다. 위키리크스가 전 세계 다양한 언론 파트너들과 협력했던 케이블게이트 사례에서 우리는 이를 분명히 목격했으며, 누가 우리의 자료를 검열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p160


줄리언 : 검열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우선 검열을 수행하는 기술적인 아키텍처가 필요합니다. 효과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검열 시스템을 전국 규모로 구축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검열을 수행하는 위원회와 관료조직이 필요합니다. 본질적으로 이 조직은 외부로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기 때문이죠. 즉 은밀한 정의가 존재합니다. -p166


제레미 : 다시 한 번 이 모든 문제들이 하나로 연결되었습니다. 집중화된 권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또다시 아키텍처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터넷 검열에 관한 이야기는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부 검열이나 민간 소유의 검열이 지나친 권한인지를 판단하는 집중화된 권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우리는 그들이 사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차별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었으니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서비스 기업인 민간 주체가 인터넷상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사람들에게서 빼앗겠다고 제안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저는 여기서 오렌지UK든 중국 정부든, 혹은 그 누구이든 간에 우리가 부여한 권력을 넘어서는 중대한 위험을 보게 됩니다. -p172


제레미 : 저는 언제나 검열과 다른 방식이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 음란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우리는 음란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음란물이란 말은 아이들을 학대하는 범죄 현장을 떠올리게 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문제의 서버를 발견하고, 이를 폐쇄하고, 그 파일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내서 실제로 그러한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 즉 최초로 아이들을 학대했던 범인을 밝혀내는 겁니다. 또한 그러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혹은 상업적 네트워크로 쳐들어가서 이들을 검거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이 이 통과되는 순간(프랑스에 그러한 법이 있는데, 이를 근거로 내무부는 어떤 웹사이트들을 차단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는 행정 권한을 가집니다.), 수사대가 출동하여 <그 나쁜 콘텐츠들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막아 버렸어>라고 외치면서 그러한 콘텐츠를 만든 범인들을 잡아야할 이유를 모두 없애 버리는 겁니다. 그건 마치 어떤 문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눈을 손으로 가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라면, 그저 이렇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죠. <이러한 이미지들을 인터넷상에서 없애 버린다는 주장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p176




줄리언 : 앞서 저는 미래를 위한 가장 긍정적인 궤적이 어떠한 것일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자기 인식, 다양성, 그리고 자기 결정이 네트워크. 전 세계적으로 고등 교육(공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산업적, 과학적, 심리적 차원에서 인류 문명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한다는 의미에서)을 받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한 결과로, 그리고 또한 활기 넘치는 자극적인 새로운 문화와 개인적인 사고의 다양성의 극대화로 지역적인 자기 결정, 그리고 지형적 한계를 넘어서 신속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가치를 교환하는 이익 집단들의 자기 결정을 증가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아마도 아랍의 봄에서, 그리고 인터넷에서 힘을 얻은 아랍 전역의 움직으로 드러났습니다. ...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가 오직 한 가지 형태만 존재한다면, 그런 유토피아는 제게 디스토피아와 다름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유토피아에서는 상호 작용의 시스템과 모델은 다양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화적 상품의 획기적인 진화와 언어의 변화,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스스로 상호 작용의 메커니즘을 이루는 하위문화들을 살펴보면서, 저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긍정적인 길이 점차 열리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그러한 시스템 속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을 겁니다. 불가능한 일이죠. 물론 어떠한 시스템 안에서도 사람들은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는 없지만,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해 온 자유, 그리고 문화적으로 익숙해진 자유마저 대부분 종적을 감추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령 20년 전의 자유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감시 국가가 이미 대부분의 자유를 없애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유의 개념마저도 알 수 없을 겁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조를 치밀하게 공부한 사람들뿐일 것입니다. 즉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저항 엘리트만이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바로 오페라하우스 안을 내달리는 똑똑한 쥐들입니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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