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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개인의 몫

#11 프로야구 명감독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by monolab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거나 하는 소설을 통해, 야구는 모르지만 야구라는 것이 인생과 다수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잘 아는 사람들에게 아주 재미난 것이라는 것을 공감은 하지 못해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주식'이 뭘까...하는 의문으로 이런저런 책들을 뒤적이던 중 발견한 한 권의 책에서 야구와 주식을 연결하고 있었는데, 그 비유나 설득이 몹시 매력적이었다.






#11 프로야구 명감독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 안혁 지음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책 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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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야구를 좋아한다면 이미 주식투자의 반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좋은 주식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은 오해의 소지가 많은 위험한 질문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주식과 대답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주식의 정의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을 추천받고 싶은 투자자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주식이 어떤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 p32


하지만 야구를 오랫동안 본 합리적인 야구팬이라면 타자들의 타석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자 경험이 많은 기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주가를 계속해서 맞힐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단 한 번의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달성하고자 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목표주가보다 그들이 제시하는 투자 아이디어와 투자 논리 등과 같은 종합적인 분석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p41



2회. 팬에서 벗어나 감독의 시각으로.


매니저가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거나 다른 펀드들에 비해 좋은 수익률을 냈더라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비난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 오랫동안 손해를 보다가 플러스 수익률이 될 경우는 어떤가? 애초에 손해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은 훨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매니저를 비난할 것이다. 반대로 펀드의 수익률이 좋으면 펀드를 잘 선택한 투자자의 혜안 때문이라 생각하며 매니저의 운용 능력에 대해 칭찬하는 것에 인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을 행태재무학에서는 자기본위편향이라고 한다. - p65


그렇다면 유독 야구에서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의 승률 차이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다른 스포츠에 비해 운이 많이 작용하는 야구 경기의 특성 때문이다. 투자 분야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무작위성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선수와 야구 경기의 승패가 감독의 능력보다 운에 의해 좌우될수록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의 승률은 50%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 따라서 운이 많이 작용하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감독이 되었다면,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 이상의 것들에 대해 외부에서 쏟아내는 과도한 비난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확대 해석함으로써 자신을 과도하게 채찍질해서는 안 된다. - p70


가장 대표적인 야구 감독의 스타일 분류 방식은 군대를 이끄는 장수에 비유해 지장, 용장, 운장으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 지장은 야구에 대한 많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적재적소에 정확한 판단을 하는 감독을 의미하며 데이터에 의지해 세밀한 데이터 야구를 의미하며... . 용장은 말 그대로 선수들로 하여금 승부를 정면으로 돌파하게끔 하는 파이팅 넘치는 감독으로... .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감독들을 이길 수 있는 감독이 있으니, 야구팬들은 이 감독을 운장이라고 한다. 아무리 지혜와 덕과 용맹함을 겸비하더라도 경기마다 운이 따라주는 감독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p77


그렇다면 이제 주식을 막 시작한 초보 투자자들은 이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바로 당신이 살지말지 고민하는 주식과 매매 타이밍이 실제 전체적인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사실과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투자 수익률을 위해서는 주식을 매매하는 그 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p 81



3회. 데이터 야구의 시대 - 세이버메트릭스


대부분의 감독들은 이 결과는 시뮬레이션일 뿐이고 현실과 이상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내세워 그저 가볍게 지나가는 기삿거리로밖에 보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어떤 감독들은 출루율이라는 지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후 선수 기용과 선발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높은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사고바의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필자는 과거의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 않고 새로운 발견들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감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 p 121



4회. 데이터 투자의 시대 - 퀀트


[딜러를 이겨라, 1962]라는 책은 그 논문을 바탕으로 출간한 퀀트의 고전이다. 그는 카지노 게임을 확률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일반 도박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블랙잭의 확률적 취약점을 이용하는 전략을 썼고, 실제로 카지노에서도 사용해서 짭짤하게 돈을 벌기도 했다. - p136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가? ... 대표성 편향(오르고 있는 주식보다 떨어지고 있는 주식을 더 사고 싶어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특성은 '이미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올라갈 때다'라고 과도하게 기대하는...), 기준점 오류 (가장 처음 접하는 수치에 낚이게 되어 그 이후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는 오류이다.), 현상유지 편향 (과거부터 해왔던 방식을 고수해 현상유지를 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편향이다.) - p 139


현명한 투자자라면 '성장주'란 단어에 두근거리는 가슴의 신호보다 '가치주'가 과거에 보여준 객관적인 데이터에 반응하는 차가운 이성의 신호에 더 주목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p 147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비이성적인 시스템 붕괴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이런 사건들을 금융공학 모델에 넣으면 되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위기들은 대부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경로에서 발생하고, 그 빈도 또한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모델에 넣기가 불가능하다. -p 150


따라서 퀀트 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투자자들이 살펴보아야 할 매니저의 능력에는 창의성이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1만 개의 지표를 이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운용사는 창의성보다는 근면성실함을 우선시하는 철학을 강조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라면 이런 운용사보다 오히려 5~6가지의 지표만을 이용해 독창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운용사에게 돈을 맡길 것이다. - p154



5회. 기록의 이해.


그렇다면 야구는 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을까? 필자는 야구의 복잡한 규칙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다시 말해 야구를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은 유럽인 중심의 IOC위원들에게 야구가 왜 재미있는지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p 165


많은 스포츠 중에 유독 야구가 기록의 스포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야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이 하나의 독립된 사건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이다. -p 172



6회. 밸류에이션


기업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밸류에이션 또한 마찬가지다. 밸류에이션에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존재하며, 어떤 밸류에이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철학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 p 202


주식을 사야 할 이유가 100가지이면 사지 말아야 할 이유 역시 100가지다. 하지만 자신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전략과 밸류에이션 모델이 있다면, 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p225



7회. 예측의 기술


자신의 예측을 남들과 비교하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예측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인 50%의 확률을 지속적으로 넘는 예측력을 갖고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예측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반대로 지속적으로 50%보다 낮은 예측력을 보여준다면 실제로 투자할 때는 원래 예상과 반대로 투자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예측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며, 자신의 예측 일지를 꾸준하게 기록함으로써 예측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p238



8회. 판타지 베이스볼 게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기업의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 바로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의 대가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전통적인 가치투자의 방법과 일맥상통한다. -p 267



9회. 좋은 감독과 펀드 찾기


'가치 투자가 작동하는 이유는 때로 가치 투자가 작동하지 않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그린블라트의 충고는 간접투자에서 인내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p 291


사실 확률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야구와 주식투자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는 삶 역시 확률로 가득차 있고, 우리는 그 삶 속에서 수많은 결정의 순간을 만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결정의 순간은 확률에 바탕을 둔 투자의 관점과 유사하다. - p299





야구란, '관람 가서 먹으면 뭐든 맛있는 경기' 정도로 생각하곤 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한 번 집중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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