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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엇'인가 하라

#19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by monolab

어렸을 적엔 글이 쓰고 싶었다. 재미있고 가치있는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을 변화하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대체로 어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가져야 할 것이라 이해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대단히 성공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계속 하고 싶은 까닭은, 아주 디테일한 요소부터 굉장히 추상적인 상황들까지 고려해야 '사람을 이롭게 하는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19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 매튜 프레더릭 지음 / 장택수 옮김

한 권 책꽂이에 꽂아두고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펴보면 좋을 책 1h



책을 내면서

건축과 학생들에게 확실함은 거리가 멀다. 건축과의 교육과정은 걷잡을 수 없이 날뛰는 괴물과 같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 빽빽한 글을 읽으며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많다. 설령 수업에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더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예외가 존재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과연 건축에 확실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건축교육에는 모호함이 필요하다. ... 정확한 해답이 없다는 건축의 특성이 오히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길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p0



건축가는 목적에 따라 선을 그린다. 건축의 선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처음과 끝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야 분명하고 힘 있는 선을 종이 위에 남길 수 있다. ... 최종선을 긋기 전에 밑선을 그리면 도움이 된다. 설계가 끝났다고 밑선을 지우지는 말라. 밑선에도 나름의 개성과 생명력이 있다. -p1


우리는 감춰진 공간을 이동하며 드러난 공간에 머문다. 건축 공간의 모양과 지른 인간의 경험과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건물의 형태를 만드는 벽이나 지붕, 기둥이 아니라 공간에 머문다. 드러난 공간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활동하는 장소다. 사람들은 감춰진 공간에 머물러 있기보다 계속 이동한다. -p6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환경을 지나는 경로를 풍요롭게 하려면 '거절과 보상'을 이용하라. ... 길을 설계할 때 보행자에게 분명한 목표물(계단, 건물 입구, 동상 등)을 보여주었다가 잠시 시선에 보이지 않도록 가린다. 그 다음에는 다른 각도나 새로운 디테일을 두 번째로 보여준다. 보행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길을 만들어서 새로운 호기심을 만들고 잠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 뒤에 또 다른 흥미로운 경험이나 목표물의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상을 제공한다. 조금 더 생각하면 사람들의 여정을 훨씬 흥미롭게 하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훨씬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p11



디자인 아이디어가 구체적일수록 호소력이 크다. 모두에게 호소하려고 무난하게 하면 아무에게도 다가갈 수 없다. ...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자인한다고 해서 건물의 쓰임이나 건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자 나름대로 해석과 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p17


순서대로 그려라. 무언가를 그릴 때는 종이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모든 디테일을 100% 채우려고 하지 말라. 가장 보편적인 구성 요소부터 시작해 점차구체적인 부분으로 진행한다. ... 전체 그림에서 특정 부분 디테일에 본인이 너무 집중하고 있다면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부분으로 넘어간다.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면서 각 부분을 마무리하고 평가하라. -p19



건축가는 모든 것 중 일부를 알고 있다. 엔지니어는 하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건축가는 전문의가 아니라 일반의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지 모든 악기를 완벽히 연주하는 명연주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 보통 팀에서 전문가들끼리 의견이 상충될 때가 있다. 건축가는 고객의 요구를 존중하고 전체 프로젝트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여러 상충되는 요구들을 협상하고 종합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p21


... 주관적 참여란 물체와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며 객관적 참여란 물체와 분리되었다는 생각이다. ... 현대인들은 객관적인 견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분의 세계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건축을 이해하고 창조하는 데 있어서는 객관적/주관적 참여 모두 중요하다. -p23


좋은 설계자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설계과정이 진행될수록 구조적 문제, 고객의 무리한 요구, 비상구 해결의 어려움, 깜빡했거나 새롭게 되두되는 프로그램들, 과거 정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 설계과정의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처음 계획이 무너졌다면 파르티를 바꾸거나 아예 포기하라. 그렇다고 파르티를 전혀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더 이상 쓸모없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자. 건물에 가장 적합한 또 다른 파르티를 만들면 된다. -p26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지금 설계하는 건물에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갑자기 떠오른 생각, 도움이 될 만한 제안 등이 있을 때 신중하게 비판적으로 검토하라. 건축가의 목표는 모든 것이 통합된 통합체를 만드는 것이다. 제 아무리 좋은 요소들이라도 한 건물에서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요소라고 무조건 섞지 않는다. -p28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p29

1. 해결책을 찾기 전에 설계과정에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2. 과거 문제의 해결책을 새로운 문제에 무조건 적용하지 않는다.
3. 자신의 프로젝트에 교만하지 않으며 자기 아이디어를 빨리 수용하지 않는다.
4. 설계할 때 연구와 결정을 차례대로 하기보다는(한 문제를 끝낸 뒤에 다음 문제를 연구) 총체적으로 진행한다. (서례상의 여러 문제들을 한번에 처리.)
5. 설계 결정은 잠정적으로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 최종 해결책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6. 이미 내린 결정을 변경할 때와 유지해야 할 때를 안다.
7. 어떻게 할지 모를 때 생기는 걱정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8. 컨셉 스케일과 디테일 스케일이 있을 때 두 정보를 잘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작업한다.
9. 자신의 해결책이 아무리 만족스럽더라도 "만약 이렇게 하면?"이라고 항상 자문해본다.



두꺼운 느낌이 나는 벽을 만들려면 실제로 두껍게 하라. 높은 느낌이 나는 공간을 만들려면 실제로 높게 하라. -p33


자신의 아이디어를 할머니가 이해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여러분은 그 주제를 잘 모르는 것이다. 일부 건축가들, 교수들, 학생들은 인정과 존경을 받으려고 지나치게 복잡한(때로는 아무 의미 없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따라하지도 말라. 자기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라면 자기 지식을 사람들에게 일상용어로 전달하는 법도 알고 있다. -p48



아름다움은 요소 자체보다는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나온다. ... 비대칭 균형은 고차원 사고로만 이해할 수 있다. ... 대칭 구성에는 본질적으로 균형이 내재되어 있으나 비대칭 구성은 균형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따라서 비대칭 구성을 이해하려면 다각적이고 세밀한 측면에서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p52


누리는 공간(served space)과 보조하는 공간(servant space)이란 프로그램 공간과 기본 공간 개념과 유사하다. 루이스 칸이 정확히 설명한 보조하는 공간은 건물의 기능적 필요를 충족시키며 전체 건물에 시적인 율동감을 부여한다. -p74


설계과정 초반에는 처음 할당받은 프로그램보다 10% 크게 공간을 설계한다. 설계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공간이 생긴다. ... 여유 설계의 핵심은 불필요하게 큰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의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혹 여분의 공간이 불필요하다면 그 부분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아예 없는 공간을 추가하기란 어렵다. -p76


완벽한 설계 시스템은 없으며 완벽해서도 안 된다. 설계자는 좋은 설계란 체계적으로 완벽하여 설계상의 모든 문제점들을 예외 없이 해결해야 한다는 선의의 잘못된 신념에 구속받을 때가 종종 있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들이 오히려 여러분의 프로젝트에 풍부함과 인간미를 고취시킬 수도 있다. 규칙에서 규칙 자체보다는 예외조항들이 훨씬 흥미로운 것처럼 말이다. -p77



설계자는 비상계단보다 훨씬 그럴듯한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물의 전체적인 기능을 고려할 때 비상구는 매우 중요하다. -p79


... 인내를 가지고 설계과정을 진행하라. 유명 건축가들이 난해해 보이는 단 하나의 영감에 의지해서 창조적 과정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하지 말라. 복잡한 건물의 설계를 앉은 자리에서 끝내겠다거나 일주일 만에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불확실함을 받아들여라. 설계과정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어도 괜찮다. ... -p81


욕심을 다스려라. 훌륭한 건물을 설계하여 인정받고 싶다면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잊어버려라. 오히려 이렇게 질문해보자. "이 건물은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 설계상의 문제는 고객의 요구, 대지의 특성, 건물 프로그램의 현실 등 그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이러한 요소들을 먼저 고려하라. ... -p86


... 가파른 경사 때문에 일반적인 건물을 세우기가 어려운가? 그렇다면 환상적인 계단과 경사로와 아트리움을 수직적으로 잘 이용한 공간을 만들어보라. 건물 앞에 추한 벽이 떡하니 서 있는가? 그 벽을 매우 흥미롭고 기억에 남을 만한 전망 속에 포함시킬 방법을 찾아보라. 너무 좁거나 긴 대지, 건물, 방을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가? 비정상적인 비례를 흥미롭게 이용한다면 뜻밖의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p97


'위기'는 두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글자는 '위험'을 뜻하며 다음 글자는 '기회'를 뜻한다. 설계상의 문제점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수용해야 할 기회다. 최고의 해결 방법은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필요한 형태로 수용하는 것이다. 즉 문제를 다른 말로 고쳐보는 것이다. -p98


일단 '무엇인가' 하라. 설계가 풀리지 않아서 거의 미칠 지경이라도 모든 것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설계는 단순히 디자인 해결책을 찾는 수단이 아니라 여러분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다. ... 50세 이전에 확고한 자리를 잡은 건축가는 드물다. 광범위한 지식을 통합하여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직업은 건축 밖에 없다. 건축가는 역사, 미술, 사회학, 물리학, 심리학, 재료학, 상징론, 정치 외에도 무수히 많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규제를 준수하고 기후에 적응하며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 ... 건축계에 몸담고 싶다면 장기적으로 생각하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p101





책갈피를 너무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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