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공간

#24 페터 춤토르 - 분위기

by monolab


#24 페터 춤토르 분위기

- 페터 춤토르 지음, 장택수 옮김, 박창현 감수

쉬는 날 1h


건물을 설계할 때 침묵 속의 건물을 상상해 보라. 정말 근사하다. 건물을 최대한 조용한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 우리가 걸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가? 말할 때,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가? 일요일 오후에 거실에 앉아 세 명의 친구들과 대화하며 책을 읽는다면 어떤 소리가 날까? 원고에 이렇게 적어 보았다 : 문 닫는 소리. 훌륭한 소리를 가진 건물들이 있다. -p31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분위기이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생각해 보자. 나는 첫인상을 믿지 말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보니 다시 첫인상을 신뢰하는 사람이 되었다. 건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건물에 들어가서 실내를 보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 -p13


내가 설계한 건물의 미래가 어떠할지에 대한 통찰을 준다. 나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미래 말이다. 이런 상상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내가 짓고 있는 주택의 방들이 장차 어떤 모습일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지를 상상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p39


그러나 내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고층건물이다. 나를 포함하여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층건물 하나에 있는 모습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가 않는다. 무수한 고층건물 중 하나인 그 건물을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가? -p53



처음부터 조명을 염두에 둔다. 첫 번째 생각은 건물을 그림자로 구성된 하나의 매스라고 생각하고 빛을 설치하면서 어둠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빛을 하나의 새로운 매스로 끼워 넣는다. 두 번째 생각은 빛을 내는 물질들과 표면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빛이 반사되는 방식을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빛을 반사하는 방식에 따라 재료를 선정하고 그 방식하에 모든 것을 조화시킨다. -p59


나는 빛을 잘 모른다. 빛은 나를 뛰어넘는 무언가,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그런 빛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이곳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잠시 후에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만끽할 생각이다. 건축가에게는 자연조명이 인공조명보다 천 배는 더 좋다. -p61


인간의 환경으로서의 건축. 이렇게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사랑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건축을 사랑한다. 주변을 둘러싼 건물들을 사랑한다. 사람들이 건물들을 사랑하면 나도 사랑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대상을 만드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p65


여러 사물이 각자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관성을 이룰 때 가장 아름답다.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관성을 갖는 상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를 제거하면 전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장소, 용도, 형태. 형태는 장소를 반영한다. 장소는 그대로 있다. 용도는 여러 가지를 반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화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