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여행자의 미술관
그림을 보고 무엇인가 말표 표현할 수 없다는 느낌을 딱 한 번 느껴보았다. 마르크 샤갈의 어떤 그림이었고, 그 이후로 샤갈의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처음 만난 순간부터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이 있었다고 하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듯 하다.
- 박준 지음
쉬는 날 1h
아름다운 대상은 화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기 눈으로 본다는 게 어떤지 고흐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사물을 뚤어지도록 바라보았다. 종종 꼼짝 않고 한 곳만을 응시했다. 그는 낡은 구두를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구두를 그렸다. 그의 눈에는 의자도 흥미롭고 아름다웠다. 그는 구두나 의자만큼 사이프러스 나무의 생김새가 궁금했던 사람이다. -p18, 낡은 구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우리 모두는 반쪽이에요. 어차피 불완전한 인생, 남은 반쪽은 당신이 채워야 해요." 내 인생의 반쪽을 어찌 채울까 생각하니 목이 마르다. 회고전이 열린 쉬른 미술관 1층에 '테이블'이란 이름의 카페가 있다. 카페 한 가운데 어마어마하게 큰 원형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을 나 혼자 차지하고 앉아 라테 마키아토를 시켰다. 여든이란 나이에 밴드를 만들어 활동 중인 오노 요코의 노래를 여기서 들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 -p25, 절반의 방, 절반의 인생, 프랑크푸르트, 쉬른 미술관
여행자는 누가 알아주건 몰라주건 지구라는 별에 자기의 여정을 그린다. 세상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는 게 참 팔자 좋아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듯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p31, 자화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하지만 실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무 조각이에요. 나무 조각처럼 돌멩이도 마찬가지에요. 산이나 들에 널린 돌멩이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똑같은 건 하나도 없어요." -p119, 바다의 조각, 나오시마, 베네세 하우스
노아는 폴리네시아어로 '향기롭다'는 말이다. 그는 노아 타히티를 여행하고, 낙원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p210, 존재하지 않는 향기, 뉴욕, 현대 미술관
그러나 인생은 늘 인간의 기대를 배신한다. 그는 <지옥의 문>을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완성하지 못한 게 아니라 완성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미완의 <지옥의 문>, 그 빈자리의 주인은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이다. -p225, 지옥의 문 한 가운데에는, 파리, 로댕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