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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Apr 21. 2017

가치가 있는 것

#46 인생의 발견 [하] 

#46 인생의 발견 

- 시어도어 젤딘 지음 / 문희경 옮김 

요양하듯 3h




20장 예술가는 자기표현 이상의 다른 무엇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까 
예술 작품은 하나하나가 개별적이지만 의사소통의 한 모험으로서의 예술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자극한다. 따라서 예술은 용기를 키우는 작업이자 공포를 다스리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 


예술이 제시하는 단서를 보면 예술이 예측 가능한 목적과 능숙한 손재주 이상을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작가의 세계관이 표현되므로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탐색의 방향과 관점과 목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모험이다. 지침이나 설명서에서는 준비 단계에 필요한 기술 이상을 가르쳐주지 못한다. -p309



21장 리더가 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가 
리더십을 추종하는 문화에는 위험이 도사린다. 지도자가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한 배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니스가 평생 리더십에 집착하고 리더십을 진지하게 관찰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리더가 되는 것은 결국 품위 있는 인간이 되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정치가 품위 있게 처신하기에 알맞은 영역일까?) 그는 또한 삶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사실을 깨닫고 "나의 세 아이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왜 일 때문에 가정생활을 소홀히 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리더에게 '비전'이 없다면 제대로 된 리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유일한 비전은 "너 자신이 되어라"였다. (자신의 무능을 우울하게 통감하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비전이 될 수 있을까?) -p328 



22장 분주할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일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더 이상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덕분에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비즈니스에서는 돈 버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비즈니스라는 단어는 원래 불안을 의미했고, 여전히 불안이 비즈니스를 지배한다. 거래되는 가장 귀중한 상품은 금이 아니라 매일 가장 유용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문화는 대체로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라기보다는 퇴근 후의 오락거리나 위안을 주는 역할로 한정되기 때문에 비즈니스는 방대한 문화적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를 '기술'로 간주하는 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한 통찰력인 '철학'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기술은 과제를 수행하는 절차인 데 반해, 철학은 개인의 특정한 직업 이상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평생의 과정이다. 비즈니스가 대차대조표에 집착하는 한 지혜가 없는 부는 물 없는 빵과 같고 갈증은 허기보다 더 빨리 사람을 죽인다는 점을 망각한다. -p344


비즈니스는 아직 청소년기라서 이전 세대를 뛰어넘으려는 청춘의 대담하고 화려한 기교를 즐기는 중인지도 모른다. '분주함'이 무엇인지, 곧 분주할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이고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관해 폭넓게 성찰할 때 온전한 성인기에 진입할 것이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시간을 절약하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간과 싸우며,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서 시간을 죽이고 시간이 돈보다 더 소중해서 시간을 돈처럼 쓰는 것은 모두 '분주함'의 수수께끼를 푸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삶의 매 순간의 무한한 다양성이 얼마나 의미있고 인상적인지에 관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p345



23장 생계를 유지하는 더 즐거운 길이 있을까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우리는 그저 살아 몸을 따뜻이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돈을 버는 팍팍한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집은 단순히 소윰ㄹ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편히 쉬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고민과 기쁨을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집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는 곳이자 친구와 친구가 될 사람들을 대접하는 곳이자 위험을 의식하지 않고 속내를 서슴없이 드러내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집은 고독한 공간도 될 수 있다. 지금의 집은 모든 인간이 평생 쌓아올리고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위대한 예술품이다. 한마디로 집은 문화적 건축물이다. -p350


존경받는 전문가가 되는 것도 근사하지만 이제는 몇 가지 분야의 개념과 언어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한 가지 전문직업의 지식을 따라잡지 못한다. 전문화가 수많은 기술과 지식을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는 하지만 현재는 서로 연결되지 않은 듯 보이는 여러 전문 분야의 방문자들에 의해 수분될 때에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p358



24장 호텔에서 할 수 있는 더 흥미로운 일은 무엇인가 
변화의 대안은 발견이다. 다만 발견은 이제껏 상상도 못한 목표로 향하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는 독단과는 정반대로 문제의 모든 측면을 바라보고 죄인에게서도 성인의 가능성을 엿보고 고통의 잔혹함과 고통이 만연한 현실을 보면서도 고통에서 '구원'의 힘을 보았다. 그는 범죄를 자유나 호기심이나 용기의 표현이 될 수 있는 죄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보았다. "누구나 날마다 죄를 짓고 산다. 두 가지 선이나 두 가지 악 중에서 선택해야 할 때가 많다." 악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인간조건에 내재한다. 어떤 주장도 진실을 날조할 수는 없고 진실은 난해해서 말로 옮길 수 없다. 따라서 그는 사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식으로 세계를 보는 법을 배워서 진실을 발견하는 예술가가 되고자 했다. "한 줄기 햇살이 인간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놀랍다." -p365 


그러나 지금은 호텔 직원들 중에서 전원 저택의 주인 내외 같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고 세계 각지에서 놀라운 경험을 쌓은 흥미로운 사람들도 있어서 고객이 그들에게 배울 것도 많고 또 그들에게 가르쳐줄 것도 많다. 고객과 직원이 피상적인 대화만 나누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편견 때문이다. 배움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서 배우거나 함께 배우는 과정을 의미한다. -p376



25장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에게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있을까 
교육받은 새로운 세대는 점차 공포와 맞서는 다른 정서와 야망에서 동기를 얻는다. 이제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에게는 충만한 삶과 따뜻한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이국적인 경험을 원해서든 뜻밖의 난관이 주는 짜릿함을 원해서든 더 과감한 여행을 감행할 때 위험에 대비한 보험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이방인의 비밀을 파헤치고 일부러 위험을 찾아다닐 때는 피곤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해 안락한 호텔과 안전한 해변과 여행자 보험을 갖춘 패키지 관광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어디를 여행하든 어느 집 문을 두드릴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p388 



26장 마음이 젊으면 노화를 피할 수 있을까 
지금은 사람들에게 나이를 묻는 대신 얼마나 생생히 살아 있는지, 언제부터 더 이상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더 유용하다. 나이는 핑계일 때가 많다. 


니마이어는 젊을 때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고 그때의 가치관에 변함없이 충실했다. 그는 건축가로서 건물을 네보만듯하게 짓는 직각의 틀에서 건축을 해방시키고자 했다. 그는 이런 의문을 품었다. 왜 집에는 풍경과 꽃과 여자와 자연의 모든 것처럼 곡선이 들어가면 안 될까? 왜 집은 '구조적 논리'와 '기능주의' 대신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없을까? 왜 집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 안 되고 단조로운 유리 상자를 재생산하는 대신 '놀라움을 선사하면' 안 될까? -p393


하지만 그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가족과 친구를 먼저 꼽았다. 가족은 "평생의 친구다. ... 우리 가족은 아주 가깝고, 서로의 편이 되어준다." 그는 부모님이 말씀하시면 자식들은 고분고분 따르던 어린시절을 흐뭇하게 떠올렸고, 말년에는 건축사무소의 경영권을 손녀에게 물려주었다. 그의 자서전은 친구들에게 바치는 장편의 찬가로서 모두 저마다의 특별한 방식으로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인지 소개한다. "삶이 건축보다 중요하다. ... 삶은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다정하고 공정한 데서 기쁨을 얻는 것이다. ... 삶은 당신 옆의 여자다." -p394 


남들이 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고 얼마나 빨리 자기중심을 찾는지는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활기차게 살아 있는지를 알아보는 두 번째 기준이다. ... 최근 MRI 스캔에서는 만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만남이 끝난 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만남의 영향은 만남의 의미를 통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성찰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이런 성찰은 수면 중에 가장 진득하게 일어난다. -p402



27장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식에서 쓸모 있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은 벽돌로 집을 쌓아올리는 것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가깝다. 


내 머릿속에 축적된 정보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불안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배움은 시작에 불과하다. 나는 역사책을 쓰면서 항상 가능한 한 정직하고 성실하게 진실을 탐구했지만 집필을 마치면 늘 허구의 책을 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정보의 단편들을 선별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엮어서 내가 보기에 그럴듯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누구도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거나 기억할 수는 없다. -p413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이렇다. 내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했는지만이 아니라 지식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습득한 지식에서 쓸모 있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은 미리 주문해서 받은 벽돌로 집을 쌓아올리는 거소가는 다르다. 그보다는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가깝다. -p415


의사소통은 메시지를 전송하고 상대가 발신자의 의도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사람마다 지식의 배경이 제한적이고 메시지의 함의를 파악하려는 의지나 에너지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수신자가 메시지에서 얼마나 많은 관련성을 발견하는가에 따라 메시지를 이해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메시지의 함의가 많고 함의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 적을수록 관련성이 커진다. 남들이 우리에게 알아내도록 의도한 함의를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추측이 개입한다. 의사소통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p416


닐스보어는 생각은 남들에게 전달되고 이해될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고 주정했다. 나아가 "물리학의 과제는 자연이 어떤지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인간은 언어에 의존한다. 우리가 할 일은 실험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 속에 떠 있다"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여행을 과학의 언어와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데 바쳤다. -p418 


알 만한 가치가 큰 것은 바로 내가 머릿속에 집어넣은 사실들에 부여하는 양상의 형태이자 아주 많은 사실을 걸래는 체의 형태다. 이 형태는 다른 사람들의 양상과 체와 비교해야만 드러난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이 좋아하는 주제에 관해 무엇을 알아냈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는지 내게 말해주어야 한다. 여러분도 다른 사람들의 체와 비교하기 전에는 알지 못할 것이다. -p419



28장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두려움을 탐색하는 것은 삶의 사명이고, 두려움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각자 삶이라는 선물을 자신의 이상과 욕구에 맞게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새로운 확신이다. 따라서 "무엇을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 대신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리고 삶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라고 바꾸어 물어야 한다. '삶'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목적으로 삼고 싶은가? 따라서 삶의 목적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진다. 자기 삶에 목적을 부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욕구가 순종을 권좌에서 몰아낸다. -p425


매슬로는 저자의 메시지가 제자들에 의해 지나치게 단순화되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그는 개인적으로 현실에서 자아실현을 한 사람을 거의 찾기 어렵다고 유감스러워했다. 아마 인구의 2퍼센트만 자아 실현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마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타깝게도 "불완전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자비하면서도 아주 정확하고 냉철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좋은 연애 상대가 된다고는 해도 "상대의 험한 꼴을 기꺼이 받아주지 않는 한 좋은 결혼은 불가능하다." 반유대주의와 싸우고 독단적인 어머니에 맞서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매슬로에게는 환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p427 


자아실현이 충만한 삶과 동의어는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 타고난 알량한 재능만으로 아무래도 부족해 보이는 '잠재력'을 실현하는 정도 이상을 꿈꿀 수 없다는 데 만족할 수 있을까? -p431


남들이 내게 두려움을 주고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건넬 방법을 모르거나 그들이 내게 ㅏㄹ을 건넬 방법을 모르거나 우리가 서로의 요구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존재의 목적을 상실한 세포와 같다. 하지만 두려움이 배고픔만큼 불가피하다고 해도 두 가지 모두에 품위있게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두려움을 탐색하는 것은 삶의 사명이고, 두려움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p433







시어도어 젤딘은 이 책을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련한 선물이자 그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자화상이라고 했다. 다시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 시대의 창조적인 지성이 던지는 여러 질문들 중에서 가장 오래 잔상이 남는 질문 하나를 잡고 대화를 시작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각자의 기억과 상상력으로 자기만의 자화상을 그려보길 바란다. - 문희경,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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