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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May 27. 2017

고생 있는 행복

#47 백 년을 살아보니 



#47 백 년을 살아보니 

- 김형석 지음 

휴가지에서 2h 



1. 똑같은 행복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을 얘기할 때는 삶의 일상적이며 정상적인 내용과 연결되는 행복을 뜻한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빈 그릇 속에 담아 넣고 싶은 것들이 대명사 같은 것이다. 그 대명사의 내용에는 꼭 같은 것은 없어도 서로 비슷한 것들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몇 가지 유형 중의 하나 또는 둘을 택해 사는 것이다. -p14


성공은 무엇이며 실패는 또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남겨두기로 하자. 다른 하나의 행복론과 같은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의 객관적 기준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은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주어진 유능성과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가 없다. -p19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사는 것이 좋은가. 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다. 그의 인격의 수준만큼 재산을 갖는 것이 원칙이다. 인격의 성장이 70이라면 70의 재물을 소유하면 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해서 90의 재산을 갖게 되면 그분에 넘치는 20의 재산 때문에 인격의 손실을 받게 되며, 지니지 않아야 할 짐을 지고 사는 것 같은 고통과 불행을 겪는다. -p25


세상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나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웃을 돕는 것만큼 그들이 또 나를 돕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삶이 귀한 것이다. 그러나 적게 받고 더 많은 것을 베풀면서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p33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 사는 것이 바람직스러운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은 정리해볼 수 있겠다. 나 자신이 행복하게, 그리고 이웃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나도 고통을 겪어야 하고 이웃에게까지 부담과 어려움을 끼치면서 오래 산다는 것은 지혜로운 생각이 아니다. -p37 


인천에 있는 한 대학교수는 '행복학' 교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교수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행복을 찾아 누릴 수 없다는 지론을 강조한다. 나는 그 교수가 크리스천인가 살펴보았으나 종교적 신앙과는 관련이 없었다. 바이블에는 '모든 일에 감사할'는 교훈이 명시되어 있다. -p38


그러다가 70대 후반부터 80대가 되면 얻어지는 것은 없고, 잃어가는 것이 현저히 많아진다. 그렇게 왕성했던 소유욕까지도 사라진다. 소유해보니까 별것 아니더라는 생각도 들고, 소유해보겠다는 욕심조차도 약화되고 만다. 현상을 유지해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바뀐다. 다 잃어버리거나, 모두 떠나버리고 말면, 어떻게 하는가. 무엇이 남는가. -p46


그것이 내 인생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이 걷는 인생의 길을 걸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함에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았는가, 라고 물었을 때에 부끄럽지만 내 나름대로의 대답이 있었다. 사랑하기 위해 살았다,는. -p49


그 마음밖에는 남을 것이 없을 것 같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남는 것은 사랑이 있는 고생뿐인 것 같다. -p51


2. 사랑이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네


그런데 내 손주들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결혼은 필수조건이 아니고 선택 조건으로 바뀌었다. 할 수도 있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남자애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자애들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 아들딸의 큰 걱정거리는 손녀들의 결혼 문제이다. 늦어지기도 한 데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p56


두 사람은 이성친구로 지내기로 약속했다. 대학과 그 여자가 일하는 뮌헨과는 좀 거리가 있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주말이나 휴가에는 서로 방문한다. 크리스마스 휴가 때는 스위스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면 미국이나 일본으로 긴 여행을 함께 한다. 보는 사람들은 부부로 생각하지만 자신들은 친구로 통한다. 부부친구인 셈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내연관계라고 색다른 안경을 끼고 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그 두 사람은 그런 믿음과 생활이 훨씬 더 자유롭고 서로 위해주는 남녀관계라고 여기며, 또 주변에서도 인정해준다. -p59


나이 들고 자녀들이 성장했을 때 상배를 하는 경우가 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은 혼자 자유로이 사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다가 한쪽이 먼저 가게 되면 그 공허감과 고독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먼저 간 사람을 뒤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또 억지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성격이나 생활에서 정상 궤도를 벗어나기도 한다. -p60


재미있는 신화이기는 하나, 그 속에서 우리는 잠재해 있는 인간적 본성의 두 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는 남녀 간의 애모심이 얼마나 본능적이며 절대적인가 하는 것이다. 반으로 나누어지기 전의 인간은 나름대로의 삶의 가치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뒤따르는 문제는 짝을 찾은 뒤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을 해 가정을 갖게 되면 그 가정적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가, 하는 과제이다. -p64


이기주의자들은 사랑다운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 흔히 결혼했다가 파혼을 하거나 이혼을 한 사람들은 성격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격은 같을 수가 없다. 또 달라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같은 성격이라면 성장과 발전도 없고 새 것을 창출해내는 행복도 사라진다. 달라서 더 귀하고 행복한 것이다. 그런 것은 성격의 차이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안고 있는 이기심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p65


자녀들을 키워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사랑의 짐을 져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 사랑의 고귀함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이 있는 문물의 값이 귀한 것이다. 나는 자신과 부부의 즐거움을 위해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들은 가정이 무엇인가를 완전히 체험하지 못하는 인생을 산다고 생각한다. 실연을 해도 사랑을 해보는 것이 귀하다. 인간적 성장이 더 귀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희생만큼 고귀한 사랑은 없다. -p69


그리고 더 귀한 뜻과 목표가 주어지면,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뒤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먼저 할 것과 후에 해도 되는 것이 있고, 더 귀한 것과 덜 귀한 것이 있는 것이 인생의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 -p77


그런 약점을 안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후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결혼의 필수조건인 사랑의 조건이 채워지지 않은 결혼도 있고, 인간적으로 충분히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결혼도 있다. 상대방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사람인 가는 생각지 않는다. 적어도 내 남편, 부인이 60세나 60세쯤 되었을 때, 이런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를 고려해보지 않는다. -p79


그런 열린 마음과 섬기려는 뜻이 있는 사람은 가정의 더 큰 의무와 책임을 깨닫기 때문에 가정적 불행과 고통을 극복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자녀들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부부는 그 자녀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 때문에도 남편과 아내의 도리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p85


알고 보니, 아버지가 막내딸에게 "작은오빠도 차를 가지고 왔느냐?"고 슬그머니 묻더라는 것이다. 따라갈 체면을 세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딸들은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싸우는 재미로 사는데, 한 분이 먼저 가시면 무슨 낙으로 사실지 모르겠다"는 걱정이었다. 싸움이 끝나면 인생도 끝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열심히 싸우는 부부는 이혼은 하지 않는다. 싸움도 하나의 사랑의 방법인 것이다. 이혼은 사랑도 끝나고, 사랑의 싸움도 끝났을 때의 선택이다. -p93


모든 남녀는 인생의 끝이 찾아오기 전에 후회 없는 삶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다. 사랑이 없는 고생은 고통의 짐이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 인생이다. -p96


그런 얘기를 하다가 내 제자가 "결혼을 한 후에도 어떤 변화가 또 올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내 여자의 어떤 면을 보게 되지요?"라고 물었다. 나는 "글쎄, 결혼은 연애의 종말이 아니고 더 높은 사랑의 출발이니까, 무엇을 본다기보다는 내 아내의 어떤 면을 키워주고 어떻게 위하는 마음을 가질까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할 텐데, 그런 문제라면 내가 한 가지 충고해줄게. 아내로 하여금 계속해서 아름다운 감정을 유지하고 키워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여성들은 감정이 아름다우면 생활 자체가 아름다워지고 가족과 주변의 대하는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운 행복을 더해줄 수 있을걸.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이 아름다운 여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늙어서도 여성미를 유지하는 법이지..." -p100


인생은 50이 되기 전에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자녀들을 키울 때도 이 애들이 50쯤 되면 어떤 인간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딸들은 성공보다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아들들은 성공해서 유명해질 수 있기를 많은 부모는 원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성공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유명해지기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는 인생이 더 귀하다고 믿는다. 나 자신도 그렇게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p111



3. 운명도 허무도 아닌 그 무엇 


인생의 목적과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철학자들은 두 가지 길에서 방황하게 된다. 그 하나는 인생은 운명적인 존재라는 결론이다. 인도의 업보 사상이 그랬고 동양인들의 운명론도 그랬다. 인과 법칙을 거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p115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날 밤 우리 둘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다가 나는 허 군이 공산주의자가 된 것을 알았고 허 군은 내가 반공주의자인 것을 인정했다. 그 이념적 차이가 그렇게 큰 줄은 몰랐다. 다음날 아침 헤어지면서 우리는 서로가 건널 수 없는 강 양쪽에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기쁘게 만났다가 말없이 악수를 하면서 헤어졌다. -p122


쇼펜하우어는 "젊었을 때는 모두가 자유를 외치다가도 늙으면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고 인정하게 된다."고 말한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운명론자가 된다는 뜻이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니체는 "잡스러운 범인들의 삶을 버리고 초인이 돼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 초인은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운명애의 철인이라고 말했다. -p145


그러면 흑과 백을 연결 짓는 중간색이 있는 그것은 회색일 뿐이다. 밝은 회색이 백에 가깝고 어두운 회색이 흑에 가까울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삶의 현실 속에는 백과 흑은 존재하지 못한다. 오로지 밝거나 짙은 회색이 있을 뿐이다. -p152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면서 즐기고, 열매를 익혀가면서 행복을 누리다가, 완숙기인 가을이 되면 충분히 익은 열매는 떨어져 간다. 그래서 또 다른 생명체들과 인간에게 생명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인간의 일생도 그렇다. -p160


그런 과거를 이어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더 지체하지 말고 한 가지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난날들을 보내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도 좋고, 취미와 소질이 있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은 타고난 장점이 있다. ...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만이라도 계속 살려간다면, 늦게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보다 더 큰 행복과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p162


'나에게 시한부 인생이 주어진다면 그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젊었을 때는 삶의 시간적 단위가 긴 편이다. 20년, 30년의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50고개를 넘기게 되면 10여 년씩의 설계를 해본다. 그러다가 70대가 되면, 10년의 계획도 가능할까 싶어진다. ... 나와 같이 90의 언덕 위에 서게 되면 삶의 계획이 2년이나 3년으로 짧아진다. 지나간 과거는 점점 길어졌으나 다가올 미래는 예측할 수가 없다. -p173


인생의 나이는 길이보다 의미와 내용에서 평가되는 것이다. 누가 오래 살았는가를 묻기보다는 무엇을 남겨주었는가를 묻는 것이 역사이다. -p177



4.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보면 한 사람의 일생은 대나무가 자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아 좋을지 모른다. 대나무는 마디마디가 단단히 자라야 한다. 어떤 한 마디가 약해지면 이다음에 그 마디가 병들어 부러지게 된다. 또 그렇게 자기 목적을 위해 현재를 소홀히 한다면 그 책임자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또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산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p184


요사이는 평범한 사람들도 자서전 비슷한 저서를 남긴다. 책을 펴내지는 않아도, 70고개를 넘기면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자서전 비슷한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었을 때 다른 사람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다. -p196


그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더 일을 할 수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죽음을 맞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만일 모든 사람이 죽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 죽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100년이고 200년이라도 산다고 상상해보라. 그곳이 바로 지옥이 될 것이다. -p226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내용을 그대로 연장하면 된다는 사람이 있다면 긍정적인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살아야겠다는 자기반성이 있다면 늦기 전에 삶의 내용과 의미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 그렇다면 그 가치판단은 누가 내리는 것인가. 우리가 죽은 뒤에 우리의 삶을 계승해가는 후대들이 평가해준다. 그 대신 우리는 '나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묻고 그 대답에 걸맞은 삶을 찾아 노력하면 된다. -p227


그래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은 사랑을 나누어주는 삶인 것이다. 그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그 사랑이 귀하기 때문에 더 높은 사랑은 죽음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p229



5.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 


인간의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그런 한계가 없다.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후배 교수들이 회갑이 되었다고 말하면 '저 친구는 철도 들기 전에 회갑부터 맞이하네'라고 생각한다.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p234


왜 이런 부끄러운 얘기까지 하는가? 지금도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젊은 늙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40대라고 해도 공부하지 않고 일을 포기하면 녹스는 기계와 같아서 노쇠하게 된다. 차라리 60대가 되어서도 진지하게 공부하며 일하는 사람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실한 노력과 도전을 포기한다면 그는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된다. -p237


그러나 운동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건강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즐겁고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운동의 목적이 건강이었다고 해서 건강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건강은 일을 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필수조건이었다. 마지막 목적은 일이었다. -p240


인생에 있어 장년기는 가장 오랜 세월을 차지한다. 30에서 60까지는 장년기에 속한다고 보아 좋을 것이다. 어떤 이는 70까지를 장년기로 보기도 한다. 자신의 일과 더불어 성장하는 기간이며 일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평가받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 긴 기간 동안에는 어떤 신념이 있어야 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은 악이라는 윤리적 신념도 필요하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가치 있는 것과 무가치한 것을 식별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해서는 안 되는 것과 어렵더라도 해야 할 의무를 구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뚜렷한 삶의 목표와 목적을 위한 확고한 신념이다. -p248


인간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성숙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관념이 보편화되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꽃이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것 같은 과정이다. 그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이다. 지혜를 갖춘 노년기와 지혜를 갖추지 못한, 흔히 말하는 어리석은 노년기의 차이는 너무나 뚜렷하다. -p251


60대 중반의 여성들에게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를 물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 일도 없이 세월을 보낸 사람이었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가족과 더불어 세월을 보내고 옛날 친구들과 때때로 만나는 여성이었다. 반면, 새로운 행복을 찾아 누린 사람은 세 가지로 나타났다. 공부를 시작한 사람, 취미활동을 계속한 사람,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p256


장년기에는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갖춘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먼저 생각하고 감정을 노출하며 행동을 한다. 그런데 늙으면 이성 기능이 약해지고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화를 내기도 하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p272


사람이 나이 들수록 나무가 높이 자라듯이 지혜롭게 자라야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세상 사물을 대할 때 좀 더 높은 위치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존경받는 노년기 인생이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p274


십몇 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까 이제는 옷차림이나 모든 면에서 60대 신사로 보이자는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누구를 위해서라고 물으면 나 자신보다도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외손녀들이 "우리 할아버지가 아빠보다 더 멋지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본래부터 할아버지가 멋쟁이였단다, 라고 말해 웃곤 한다. 여성들의 아름다움은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 늙은이들의 젊은 옷차림은 사회를 더욱 젊고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옷을 잘 입는 신사 축에는 끼지 못했도 인품을 떨어뜨리는 옷차림은 하지 않아야 한다. -p277


누구 곁으로 갈까 했으나 이제는 누가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을까, 하는 마음이다. 어머니나 아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여인이 곁에 있으면 고맙겠다. 그러나 내가 떠난다고 해서 아픈 마음을 갖지 말고 조용히 감사히 생각할 정도로 성숙된 인간애를 갖춘 여자였으면 좋겠다. 나 때문에 슬퍼할 여인이어서는 내 마음이 무거워질 것 같다. 미소를 보내줄 사람은 없을까. 이별까지도 감사히 생각하며 보내줄 수 있는... -p291


내가 "그 고생 속에는 사랑이 있었거든. 너희들도 인생을 살아보면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값진 행복한 인생인 것을 깨닫게 될 거다. 엄마는 이미 그 인생을 끝냈고"라고 말했다. 모두 그 얘기는 더 하지는 않기로 약속한 듯이 화제를 돌렸다. -p296


사랑이 있는 사람은 자기를 위하게 되어 있지 않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도 더 사랑하고 싶어 지는 법이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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