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lab Apr 21. 2017

유머가 필요해

#46 인생의 발견 [중] 


#46 인생의 발견 

- 시어도어 젤딘 지음 / 문희경 옮김 

요양하듯 3h





10장 편견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반박하는 과정이다. 양립 가능성은 두 사람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지만, 양립 불가능성은 두 사람을 반짝이고 빛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남녀가 아이를 낳는 것은 두 사람의 성격을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혼합해서 둘 중 누구도 동의하지 못할 인간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도 혼합되고 간혹 미지의 혈통에서 나온다. 인간은 무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 적이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가운데 하나는 아이를 낳는 일이고, 그러려면 배우자와 영감과 적어도 타인과의 만남이 필요하다. 인간은 지식을 습득하는 한 살아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반박하는 과정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는 야망을 뛰어넘기 위한 준비 과정이자 대다수 사람과 충돌하는 문제다. 양립 가능성이 두 사람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지만, 양립 불가능성은 두 사람을 반짝이고 빛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p162



11장 예측하려 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달리 미래를 생각할 방법이 있을까 
우리의 미래관은 과거의 지식으로 결정된다. 기억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고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구성 요소다. 기억이 빈약하면 이전에 가본 곳 말고는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상상할 수 없다


현재에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만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태어나기 오래전의 시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 물려받은 신념과 행동까지도 저장한다. 우리는 고대나 중세나 현대로 나뉜 여러 시대에서 조각난 파편들을 빌려와서 우리의 삶을 구성한다. -p173


인류는 점차 특권에 의해서만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기질적으로도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삶을 인정하고 사회가 정해준 생활에 기꺼이 적응해서 스스로 결정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자기가 하는 일과 그 일을 언제 할지를 통제해서 모든 활동을 자기 나름의 속도로 수행하고 예상 밖의 사건과 다양성, 놀라움과 즉흥성에서 큰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로 나뉜다. 이로써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상도 크게 달라진다. -p175


미래는 끝없는 실험의 연속이다. 불일치는 상상력에 대한 도전이다. 객관성은 충돌하는 기억이 주는 보상이다. 지식이 확장되고 해체되는 사이 이미 결정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사실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불가사의가 되고, 질문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낳는다. 자유에 관한 흥미진진한 개념이 출현한다. 자유는 단지 권리가 아니라 획득해야할 기술이다. 나만의 렌즈가 아니라 다양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기술이자 아무도 상상한 적 없는 무언가를 상상해서 아름다움이나 의미나 영감을 찾는 기술이다. 각자의 삶은 이런 자유에 관한 우화다. -p178



12장 유머가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유머만으로는 독재자를 축출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머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가식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진실을 보도록 부추길 수 있다


라오서에게는 더 나은 방책이 없었다. 그에게 유머는 삶을 견디기 위해 길러야 할 '마음가짐'이었다. 따라서 그는 모든 것이 흥미롭게 보이는 관광객처럼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는 인류가 저지르는 온갖 만행에도 유쾌하고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 했다. -p184


유머는 신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유머는 설명을 꺼리고 말장난의 치명적인 기습공격으로 유머에 관한 모든 이론을 거부한다. 유머가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그림을 그리고 언어로 춤추는 종잡을 수 없고 난해한 예술이기를 멈춘다면 고유의 매력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유머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유머가 단순한 오락이나 무기 이상이 되고, 빈정거림과 연민과 환상이 거대하고 강렬한 공감으로 어우러져서 보통 사람들에게 가식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진실을 보도록 부추길 수 있다. -p191



13장 어떻게 유머 감각을 기를 수 있을까 
유머에는 오락이나 자기방어나 저항을 넘어선 또 하나의 역할이 있다. 영국의 유머 발달사에서 볼 수 있듯이 유머는 진실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가르쳐준다


모어 시대 이후의 삶을 좀 더 살아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사건도 많았지만 갖가지 새로운 불안이 등장하고 원래부터 도사리던 불안과 결합해서 세상을 공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지속적인 벼노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고, 대도시는 외로움을 키우고, 약물은 병을 치료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위험 요인을 양산해서 건강 염려증을 키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과거의 악마와 도깨비를 대신하고, 날카로운 지성과 부도 우리의 걱정을 없애주지 못하고, 경쟁이 스트레스를 키우고, 직장의 중압감이 동료들과의 관계를 저해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강화하고, 여가도 술도 충분한 보상이 되어주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난관에 대응할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p197


외교관 윌리엄 템플 경은 "누구나 자신의 유머를 따르고 유머를 보여주는 데서 즐거움, 아마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쓰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화의 첫 번째 재료는 진실이고, 두 번째는 양식, 세 번째는 좋은 유머, 네 번째는 재치다." 유머가 있는 사람은 단순히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유머는 점차 갈등과 차이를 해소하는 수단 이상으로 발전해서, 요즘은 개인을 남과 구별해주는 특성으로 주목받는다. 부조화를 지각하고 공감하는 태도는 긍정적인 강점이 되었다. 감성의 문화는 개인 고유의 본성에 더 진지한 관심을 갖도록 권했다. 웃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반감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주고 선량한 연극이 되는 시대다. -p201 


유머는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합심하여 서로의 차이를 좁히고 상대방의 두려움과 방어를 섬세하게 타진하는 사적인 공모로 시작하지만 점차 난공불락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할 용기를 내도록 서로를 격려하게 만들 수 있다. 유머는 피상적인 회의론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적인 접근으로 흘러가서 명백해 보이는 사실을 불신할 수도 있다. 유머에서 공감 요인은 세상을 상대의 관점에서 보는 법을 가르쳐주고, 환상요인은 새로운 대안을 그려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반면에 풍자는 공감의 한계를 드러낸다. -p206



14장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지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소속감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 "당신은 어디에서 왔습니까?"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나는 개인이 어떻게 자기가 속한 국가에서 독립하고 직접 사람들의 집단을 구축해서 그들이 물려받은 유산을 보완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는 개인이 상호작용과 영감 이외에 무엇을 추구하거나 선택하거나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사랑에 빠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p222



15장 한 사람이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국가는 몇 개인가 
수많은 문명이 먼지만 남기고 사라졌다. 여러 종족과 언어를 지배하던 막강한 제국도 지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도 불멸의 존재가 아닐 수 있다. 


사람의 나이를 살아온 햇수로만 세지 않고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강도와 그 사람이 흡수한 경험의 다양성으로 헤아린 다음 다시 멍하니 절반만 존재하면서 흘려보낸 시간을 모두 빼서 계산하듯이, 각 개인의 조국도 고마워하는 마음, 신의, 영감의 다양한 파편과 등급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p237




16장 왜 많은 사람이 온전히 살아있지 못하고 반쯤 죽은 상태라고 느낄까 
오늘날의 사람들은 과거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안정과 더불어 존중과 애정과 활기를 필요로 한다. 


오시오 헤이하치로는 가치 있는 목표를 성취할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을지라도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목숨을 걸거나 열심히 일하거나 열심히 살아볼 가치가 있는 이상은 무엇일가? 정치는 이상을 실현하는 기술이다. 안타깝게도 이상이 실현되면 꽃들 사이에서 알록달록한 날개를 펼칠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하기를 멈추고 그저 희망의 사체를 먹어치우는 벌레로 남는다. 이제 평온히 잠들지 못하는 묘지에서 이상을 구제할 때다. -p251



17장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다르게 대할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성의 전쟁을 침묵의 전쟁이라고 번역한다. 침묵할 때 세상은 경직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썼다. "남녀의 우정은 불가능하다. 남녀 사이에 열정과 증오와 숭배와 사랑은 있어도 우정은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 말은 틀렸다. 흔하지는 않아도 이런 한계를 극복한 시대와 장소가 있었다. 우정은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기술이고 우정을 시작하는 방법이 혼란스러운 것도 놀랍지는 않다. -p263



18장 소울메이트의 부재를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영혼의 동반자는 원래 서로가 서로의 반쪽이고 한 사람을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로서 하늘이나 운명이 점지해준 사람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사람들은 다른 존재 안에서 자기를 잃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에는 "둘이 같은 방향"을 향해 가면서 서로 협력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만 두 사람이 그 마음을 명확히 표명한 적은 없다. 남편은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소"라고 적었다. 그는 두려움을, 적어도 특정 유형의 두려움을 경멸하면서 부분적으로는 관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에게는 고루한 사람과 모험심 넘치는 사람이 공존했다. -p268


사랑을 찾는 법과 사랑을 잃지 않는 법과 욕구와 소유와 타협에 대처하는 법에만 집중하다 보면 사랑의 경험 자체가 주는 것을 놓치게 된다. 사랑하지는 않지만 알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깊어지는지 말이다. 사랑은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고 타인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맛보기로 알려주는 경험이기도 하다. 인간관계는 깨진 관계를 보수하는 것 이상의 더 많은 실험을 시도할 여지가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연민의 감정을 자신에 대한 걱정 너머로, 나아가 자녀로 인해 생기는 이기심 너머로 넓혀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개인이 혼자서는 마주하지 못할 삶의 불행을 야기하는 근원적인 공포, 곧 거부와 상실과 무능함의 공포를 비롯하여 행복한 모습의 이면에 감춰진 온갖 공포와 마주할 용기를 불러낸다. -p278


나에게 동의하고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나의 개성을 보호하다 보면 결국 이런 질문에 도달한다. 삶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인데도 우리가 삶의 모든 형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대체로 불가해한 존재라서 본능적이고 초보적인 반응으로 다른 사람을 윙윙거리는 벌레쯤으로 여기고 무조건 쫓아내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합의와 조화를 좇다 보면 차이를 존중하기보다는 복종을 주입하고 모방을 부추기게 된다. -p279


영혼의 동반자를 만날 거라는 희망은 곧 어딘가에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는 희망이다. 온갖 장애물이 존재하고, 실제의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라는 압박이나 위협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사생활은 그런 압박으로부터 도피처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그런지는 알 수 없다. -p280



19장 새로운 성혁명을 이룰 수 있을까 
성을 단지 자연의 힘이나 사랑의 표현이나 도덕성의 기준이나 권력 투쟁이나 유전자와 호르몬이 주연인 극장으로 간주한다면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성혁명은 또한 한 개인이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것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박애정신이 필요하다. 형제애를 나누고, 자존심의 벽 너머로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껴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보고, 감히 상상도 못할 가능성을 꿈꾸어보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사적인 대화를 통해 전에는 생각도 못한 일을 시도할 위안과 용기를 얻고,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배우자를 만나고,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며, 서로 주고받을 때 충만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감과 애정과 활력은 사생활이 공적인 삶에 더해줄 수 있는 요소다. -p298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헛된 삶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