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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Aug 15. 2017

어려운 말

#53 말의 품격 

매일 하지만 제일 어려운 




#53 말의 품격

- 이기주 지음 

오가면서 때때로 2h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p6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말의 외피를 둘러봤자 소용없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분명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를 읽는 것이다. <말의 품격>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p8



이청득심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1 존중 l  잘 말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


위세와 사나움만을 앞세우는 맹장은 사람을 잠시 끌어올 수는 있으나 제 품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 힘으로 상대의 몸을 짓누를 수는 있지만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앉을 수는 없다. 오늘날에도 우군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직과 공동체 생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p13


오바마의 품격 있는 대처는 언론에서 화제가 됐다. 한 신문은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발언권을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오바마가 지닌 리더십의 원천이다"라고 보도했다. -p17 


"음, 그러니까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놓는 거야. 그리고 진심은 말이지, 핑계를 대지 않는 거란다. 핑계를..." 옛말에 이청득심이라 했다.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p18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수많은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적절한 말과 행동을 건네야 하는데, 이때 본질적인 해결책은 다름 아닌 상대방의 말속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p19 



2 경청 l 상대는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한자를 파자해서 살펴보면 경청의 의미가 더 잘 와 닿는다. '경'은 사람을 향해 머리가 기울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한자로, 상대방 앞으로 다가가 귀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 경청은 말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말 사이에 배어 있는 감정은 물론 상대의 목구멍까지 차오른 절박한 말까지 헤아리는 일이다. -p26


이 책의 낱장을 넘기면서 곰곰 생각해봤으면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본 적 있는지,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를 귀가 아닌 가슴에서 크게 증폭시켜 헤아려본 적이 있는지,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만한 '자신만의 운주당'이 있는지...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영원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서 인간은 늘 무력하다. 다만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는 지독한 허탈감과 무력감 속에서도 각자의 삶을 이어나가는지 모른다. -p 29



3 공감 ㅣ 당신의 아픔은 곧 내 아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감정이 마음속에 흐르는 것이 공감이라면, 남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이 마음 한구석에 고이면 동정이라는 웅덩이가 된다. ...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 '인'을 실천하면서 비로소 인간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p 34



4 반응 ㅣ 대화의 물길을 돌리는 행동 


일부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언어가 이러한 그루밍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은 구성원 간 친밀감 형성이 주된 목적이며, 큰 틀에서 보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몸이 아닌 마음을 누일 곳이. -p43


그 언어의 물결에 진심을 실어서 보내면, 상대가 그걸 확인하는 순간 상처가 마모되거나 뭉툭해질 수도 있다. 그럼 날카로운 상처가 마음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찌르지 않을 테고, 상대방은 전보다 덜 아파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비록 상처를 완벽히 지울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다. -p44



5 협상 ㅣ 극단 사이에서 절충점 찾기 


손무는 "전쟁은 죽음과 삶의 문제이므로 면밀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 손무가 강조한 상책 가운데 하나가 협상이 아닐까 싶다. 서로의 흠집과 맹점을 찾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공세의 대결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과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싸우지 않고 양측 모두가 이기는 방법을 찾는 합세의 대결 말이다. -p 49


오히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의 싹이 돋아날지도 모른다. -p51



6 겸상 ㅣ 함께 온기를 나누는 자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메신저가 곧 메시지"라는 말을 곧잘 한다. 상대방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더라도 메시지를 전하는 당사자의 태도와 방법이 적절하면 메시지로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p56



과언무환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1 침묵 ㅣ 때로는 말도 쉼이 필요하다 


침묵이라는 '비언어 대화'의 힘은 세다. 침묵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종종 사람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무겁고 깊게 받아들여진다. -p67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바캉스(vacance)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며, 진정한 쉼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p69



2 간결 ㅣ 말의 분량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사람의 진심과 속마음은 간결한 표현에 묻어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생각과 느낌을 말 속에 짜임새 있게 담아서 전달할 수만 있다면, 굳이 말의 분량과 길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p76



3 긍정 ㅣ 말은 종종 현실과 공명한다 


말은 오묘하다. 말은 자석과 같다. 말 속에 어떤 기운을 담느냐에 따라 그 말에 온갖 것이 달라붙는다. 스스로 토해낸 말이 미치는 자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이 무조건 현실이 될 리 만무하지만, 말이 현실과 공명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p81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모여들게 마련"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심제량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으로 발음한 단어의 형태를 보존한다는 말이 있다. 내 입술에 내 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무섭고, 서늘한 얘기다. -p84



4 둔감 ㅣ 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잡는다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세우며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소설 <실낙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준이치는 이런 고민에 휩쌓인 이들에게 "둔감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곰처럼 둔하게 사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 -p88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같은 단어와 어감이 묘하게 겹쳐진다.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 -p89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의 말은 물을 닮았다. 천천히 흐르면서 메마른 대화에 습기를 공급하고 뜨거운 감정을 식혀준다. 언행과 행실에 수기가 깃들었다고 할까. 그런 언어는 내 귀로 쉽게 흘러들어오고, 그런 행동은 내 망막에 또렷하게 새겨진다. -p 91


세상은 우리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지만 삶은 매번 계속되어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사소한 일로 마음이 틀어진 이들과 다시 말을 섞고 몸을 부대끼려면 우린 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p92



5 시선 ㅣ 관점의 중심을 기울이는 일 


역지사지를 실천하려면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잠시 벗어나 상대방이 처한 공간과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조금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기존의 관점을 내던져 '관점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삶은 그러한 것 투성이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관점을 다른 방향으로 급격하게 바꾸는 건 쉽지 않으므로 관점의 중심을 이동해 비스듬히 기울여봄직하다.... 아니, 그때 비로소 못 보던 것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p100



6 뒷말 ㅣ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뒷담화가 우리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뒷담화는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로 사람의 입을 옮겨 다니다가 언젠가 표적을 바꿔,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혀와 가슴을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p 106



언위심성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1 인향 ㅣ 사람의 향기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 성대중이 당대의 풍속을 엮은 잡록집인 <청성잡기>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p 114


2 언행 ㅣ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 


리더의 말은 곧고 매서운 직선인 동시에 부드러운 곡선과 같아야 한다. 때로는 능수능란하게 휘둘러서 도려낼 것을 도려내야 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친친 둘러 감아서 껴안을 대상을 껴안아야 한다. -p110


언행이 일치할 때 사람의 말과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상대방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번진다. 공자는 일찍이 언행일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행동을 옮겼다면 말이 꼭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말과 행동의 괴리가 없어야 함을 강조한 셈이다. -p111



3 본질 ㅣ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 


이처럼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은 잠시 한데 뒤엉켜 지낼 수는 있으나, 언젠가는 서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람과 말의 본질도 매일반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하고 감추려 해도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은 언젠가 드러나고 만다. 본ㅅㅇ과 본질, 진심 같은 것은 다른 것과 잘 뒤섞이지 않는다. 쉽게 으깨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것은 세월의 풍화와 침식을 견뎌낸다. -p 115


로그 박사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 명의 친구에게 진실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 마음으로 수천만 대중에게도 진심을 전할 수 있을 겁니다." -p116


말에 비법은 없다. 평범한 방법만 존재할 뿐이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차분히 복기하고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을 틈틈이 점검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p119



4 표현  ㅣ 언어의 무늬와 결을 다채롭게 


언어의 무늬와 결을 다채롭게 사용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생을 충실히 견디고 있음을, 더 나아가 지금 이 순간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고 세상을 낙관적인 태도로 바라볼 때 허허로운 일상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또 그것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묘사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낄 때 행복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p121



5 관계 ㅣ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생과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p132



6 소음 ㅣ 뾰족하고 시끄러운 소리 


몇 해 전 방송인 강호동 씨는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웃기는 사람이 되어야지, 우스운 사람이 돼선 안 된다"며 자신만의 유머 철학을 밝혔다. 말로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허투루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p135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대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번지르르한 말 속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다면, 그래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안겨준다면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거친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p138



대언담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 



1 전환 ㅣ 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술잔을 들어 올리면서 앞의 두 어절을 발음할 때는 별 감흥이 없었으나, 마지막 어절인 "멋지게 져주자"를 외치는 순간에는 어딘지 모르게 속이 뜨끔했다. 사과할 줄 모르고 지는 데 익숙하지 않은 작금의 세태를, 노골적으로 풍자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닌듯 했다. -p143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 <위정>편에서 국가 경영을 창업과 수성, 경장의 세 가지 단계로 분류했다. 창업은 초심자가 관통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자가 겪는 관문이다. 수성은 지키는 행위다.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된다. ... 경장은 도전자, 승자, 패자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일이다. 경장은 전환이다. ... 그런 면에서 경장은 실패를 겪은 사람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행위다.-p147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이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멋있게 져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접어든 길은 죽는 길이 아니다. 종국에는 그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p148



2 지적 ㅣ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듯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한마디 말의 무게는 천금과 같으며 한마디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아픔은 칼로 베이는 것과 같다." -p152


착한 독설, 건설적인 지적을 하려면 나름의 내공이 필요하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통찰은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말 속에 배어있어야 한다. 말 자체는 차갑더라도, 말하는 순간 가슴의 온도만큼은 따뜻해야 한다. ... 우리는 늘 타인을 지적하며 살아가지만, 진짜 지적은 함부로 지적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p154



3 질문 ㅣ 본질과 진실을 물어보는 일 


사람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의도를 짐작하려면 상대의 말을 되새겨 총명하게 듣고 심안을 부릅떠 상대의 속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질문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 그러므로 질문은 '상대에게 사물과 현상의 본질과 진실을 물어본다'는 뜻이다. 말은 본디 침묵을 통해 깊어지는 것이지만, 때로는 침묵을 깨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은 무엇인지를 질문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질문의 본질이다. -p157


사람의 마음에는 저마다 강이 흐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말이 우리의 귀로 들어오는 순간 말은 마음의 강물에 실려 감정의 밑바닥까지 떠내려온다. -p159


평소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저마다 다른 풍경의 비밀 정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는 타인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추억과 상처, 이루지 못한 꿈이 처연하고 은밀하게 어우러져 있을 것만 같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 정원을 살짝 엿보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p160



4 앞날 ㅣ 과거와 미래는 한 곳에서 숨 쉰다 


옛말에 "대언은 담담하다"고 했다. '담담'은 물의 흐름 따위가 그윽하고 평온한 상태를 나타낸다. 힘 있고 웅장한 것을 가리킨다. 옳다. 큰 말은 분명 힘이 있다. 반면 소언은 수다스럽다. 가볍고 약하다. -p165


굳이 명명하면 '마라톤 말씨'의 소유자라고 할까. 앞서 언급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대표적인 경우다. 주위를 보면 그런 유형의 사람은 지난 시절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과거에 이룬 업적을 타인 앞에 함부로 늘어놓지 않는다. 모든 촉수를 다가올 내일을 향해 뻗치고 있는 덕분에 중요한 순간 자기가 속한 분야와 조직에서 비전과 목표 같은 것을 곧잘 제시한다. 그들의 말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지 않고 공중에 두둥실 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벼워서가 아니다. 군대의 깃발처럼 힘차게 나부끼기 때문이다. -p167



5 연결 ㅣ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 


'포용'은 감싸는 것이다. 동사 '포용하다'를 사전에서 찾으면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이다'라고 나온다. '감싸다' 혹은 '덮어주다' 정도로 순화할 수 있는 낱말이다. -p172


대화를 나눌 때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는 게 그리 특별한 기술은 아닐 것이다. 필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라 태도가 아닐까 싶다. -p172


사마천이 쓴 <사기> <계명우기> 편에는 네 가지 사귐의 유형이 나온다. 첫째는 의리를 지키며 서로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친구 '외우', 둘째는 친밀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친구 '밀우', 셋째는 즐거운 일을 나누면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 '일우', 넷째는 평소 이익만 좇다가 나쁜 일이 생기면 책임을 떠넘기는 친구 '적우'다. -p173



6 광장 ㅣ 이분법의 울타리를 뛰어넘자 


타자에 대한 개방적인 시각은 교황이 남긴 몇몇 어록에 진하게 배어 있다. "이혼과 낙태 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역할입니다"라고 했다. 한 무신론자와의 통화에서는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습니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양심을 따르면 됩니다"라며 감싸 안았다. -p179


사람 감정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따스한 햇볕 아래 서 있을 때 삶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지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런 것처럼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삶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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