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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Aug 06. 2017

모호함 견디기

#난센스 (3부) 

#52 난센스

- 제이미 홈스 지음 / 구계원 옮김

강의를 듣듯 4h 



제 3부 예측 불가능과 복잡성, 혼란은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7장 미지의 영역에 대한 과감한 모험, 실패함으로써 성공한 '두카티'와 '픽사' 


이 두 가지 개념이 약간 이상하게 보인다면, 둘을 조합할 경우 더더욱 이상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어떻게 실패가 항상 좋은 것이고 성취가 항상 나쁠 수 있단 말인가? 승리가 항상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실패가 항상 승리라는 결실을 맺는 것도 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맞다면 기업들은 두카티가 경험한 대로 끊임없는 성공-실패-성공 주기에 갇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성공을 누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p228 


모호성을 무시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탐색하기보다는, 모호성을 활용하거나 심지어는 일부러 적용하기도 하고, 항상 모호성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분명한 정답이 없는 문제를 보다 잘 풀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실패와 성공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모호성을 받아들이고 그에 익숙해짐으로써 불확실성이라는 마음의 상태를 수용하면, 왜 혁신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p230 


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강의에서 강조하는 문제 접근방식이 대학 졸업생들이 직면할 현실과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돌파구가 될만한 혁신적인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 행운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강사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일단 성과를 이룬 다므에는 그 성과에 도달하기까지의 복잡하고 어수선한 과정이 미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강사에게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사업가들의 실제 실패 확률과 맞먹는, 실패 확률 80퍼센트의 강의 과제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강의 시간에 정답이 없는 문제를 접해본 적이 있는가? 실패했다는 기분이 들 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연습해보았는가? -p236


학생들이 모호한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또 하나의 방법은 모호성과 관련된 감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적응하는 역량,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능력, 회복력,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려는 의지는 대체적으로 감정적인 기술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실패뿐만 아니라 혼란도 혁신의 일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p240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어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노터데임 대학교의 심리학자 시드니 드멜로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학생들은 모호성을 부인하기보다는 혼란을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 정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호"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카티가 2004년 시즌의 실패를 딛고 놀라운 성공을 거둔 것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p241


게리 피사노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 실패율이 높으며 혁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다양한 기업들을 살펴보았으며, 여기서도 같은 패턴을 발견했다. "기업들은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 원인을 살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공을 거두고 있을 때에는 긴자응ㄹ 풀고 방심하기 마련이지요.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기업은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되며 창의력도 저하된다. -p 246


<네이처>의 편집자들은 과학이 "비관적인 태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골목으로 들어서거나 잘못된 길을 헤매며 가설을 하나씩 탐구하지 않았다면, 과학은 금세 종말을 맞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심리학적 통찰은 축적되기 마련이며, 과학 저널(및 과학 저자들)은 항상 의심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과학 정신의 심장부에 있는 개방성은 오류에 대한 지적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성공을 잠정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냉정하고 품위 있게 비판을 환영한다는 의미다. -p251


8장 퍼즐의 달인 '구성요소 분해'와 유사점 찾기', 숨은 해답을 구하는 몇 가지 기술 


프리드리히 니체는 우리가 자연을 관찰하는 방식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나무를 볼 때 나무의 잎, 가지, 색, 형태를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즉흥적으로 그 나무와 어느 정도 비슷한 것을 머릿속에 그려내는 편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감안하면 우리의 마음은 과감하게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심리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펴기도 했다. 모든 유기체가 기본적으로 간춘 기능은 "주변 환경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분류하는 기능이며,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자극이 동일하게 취급되기도 한다" -p267


뉴스 보도에 따르면 타이태닉호를 침몰시킨 빙산은 높이 120미터에 너비도 수백 미터에 달했다. 배를 그 옆으로 댄 다음 빙산을 뗏목으로 사용할 만한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선장은 아마 그 빙산을 배를 침몰시키는 존재라고 보았을 뿐, 바다에 뜨는 물체라고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매카프리는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를 빙산이라고 부르게 되면, '세상에 저건 물에 뜨잖아. 구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겠어'라는 생각은 아예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을 겁니다. -p274


발명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해결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 전부 눈앞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전 세계의 어떤 재료든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발명가들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가능성 중에서 올바른 요소만 포착하여 선별해내야 한다. 이는 퍼즐 문제를 푸는 일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매카프리는 대부분의 발명이 전혀 다른 영역의 해결책을 당면 문제에 도입함으로써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p279


나는 매카프리에게 독창적인 사람을 정의하는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끈질기게 모든 대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에디슨의 자세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것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일을 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꼭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매파크리가 보기에 성공하는 발명가는 두 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다. 첫 번째는 폭넓은 시야다. ... 두 번째로 발명가들은 사물을 심도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p285


9장 상상력은 모호성이 승리를 거둘 때, 탄생한다. 2개 국어 사용자와 예술적 창의성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모호성을 다루는 방식은 "인간 문화의 기본 구성요소 중 하나"의 역할을 한다. 그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왜곡된 선입견이 소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구성하며, 문화는 세상에 대한 구성원들의 비틀린 시선이자 모호성에 대한 공동의 은폐 노력 또는 집단적인 부정이라고 말했다. 부분적으로 볼 때 문화는 우리가 어떤 모순을 덮어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지시사항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신뢰해야 하는 브랜드명이나 기술, 천재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p296


2개 국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세상에 대한 두 가지 문화적 관점을 경험하게 된다. ... 요크 대학교의 엘런 비알리스토크는 2개 국어 구사의 인지적 효과와 관련된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학자 중 하나다. 비알리스토크의 연구에 따르면, 2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집중력, 이전에 획득한 정보를 억누르는 능력, 마음에 정보를 담아두는 능력이라는 세 가지 주요 영역의 다양한 테스트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의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 언어를 선택하는 동시에 다른 언어를 억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p297


아이들은 이러한 그림에서 좀처럼 두 가지 이미지를 파악해내지 못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인지한 첫 번째 이미지에 집착하고 거기에 고착되기 때문이다. 비알리스토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2개 국어를 하는 아이들은 하나의 언어만을 구사하는 아이들보다 쥐와 남성을 모두 식별해낼 가능성이 세 배 이상 높았으며, 사람의 옆얼굴과 꽃병을 모두 식별해낼 가능성은 두 배 이상, 색소폰 연주자와 여성을 골라낼 가능성도 훨씬 더 높았다.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언어적 모호성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고 자라난 아이들은 고정된 생각에서 보다 쉽게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p301


루츠와 판 힐은 편견의 근원을 '확실함에 대한 갈망을 특징으로 하는 인지적 관점'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올포트는 기념비적인 저서 <편견의 본질>에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라고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이들은 "신속하고 확정적인 해답에 대한 욕구"와 "과거의 해결책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으며, "질서, 특히 사회적 질서"를 선호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소 융통성이 없더라도 사실에 입각한 사고를 선호하며" 계획을 세울 때 "모호성을 감내하지 못하고" "익숙하고 안전하며 단순하고 확실한 것에 집착하고" "문제와 관련된 모든 측면을 보지 못한다". -p312


조지 손더스는 "예술에서, 어쩌면 분야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모순되는 생각을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혜는 "가장 수준 높은 형태로 표현한 두 가지 모순되는 생각을 같은 공간에 넣어 진동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p314





버지니아 울프는 인생에서 "애매모호한 결말"이 "확실하고 극단적인 결말보다 훌씬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체호프가 알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체호프는 "작가들이 대부분의 거짓말을 하는" 부분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된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이 발상이 바로 체호프의 지혜였다. 그는 키츠가 주장한 소위 '소극적 수용력'을 가지고 있었다.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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