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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Aug 06. 2017

모호함 견디기

#52 난센스 (1~2부)  

기본적으로 모호함에 약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어떤 선택의 순간마다 결과를 예상해보는 습관이 있는데 (최선-중도-최악), 모호함은 그 경우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그것을 모두 처리할 만큼 사고가 가능하지 않아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높아지기 때문인 것 같다. 


차라리 빠르게 선택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이 보류되는 모호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혼란에 빠지고, 방황하곤 했다. 


1~2년 전 누군가에게 어떤 일상적 고민과 복잡함을 하소연했더니 그는 "지금이 네 인생에서 가장 단순한 순간일 거야. 나이를 먹고 관계와 책임의 복잡함이 더해질수록 모든 것은 더 어려워지거든..." 이런 대답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후회로 남은 순간들의 대다수는 모호함을 견디지 못해 섣불리 어떤 결과를 선택해버린 순간이었던 것 같다. 


(중략하고, 작가가 너무 잘생겼다...) 


#52 난센스

- 제이미 홈스 지음 / 구계원 옮김

강의를 듣듯 4h 




미셸 토마스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학생들은 익숙한 철자의 새로운 발음 방식과 생소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 품사의 누락, 이상한 문법구조를 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티 앤드 이즐링턴 칼리지의 학생들은 편안한 강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초조한 웃음, 멋쩍은 미소, 죄송하다는 중얼거림, 더듬거림, 망설임, 당혹한 눈짓 등,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낯선 영역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토머스는 사람이 학습할 수 있는 대상 중에 "가장 이질적인 것"이 새로운 언어라고 언급했다. -p011


토머스가 전체주의적 선전을 직접 경험하고 전후에 첩보활동을 한 것은 단순히 이력상의 흥밋거리만은 아니다. 이 책의 중심 주제, 즉 모호한 상황을 접했을 때 인간의 마음이 닫히거나 열리는 방식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독일에서의 경험을 통해 생겨났다. 그는 나치즘으로 인해 열렬한 추종자들이 어떻게 불확실성을 무시하고 심지어 경멸까지 하는 태도와 이중적인 도덕 기준을 갖게 되는지 아주 가까이서 목격했다. -p013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다룬다. 이 책은 우리가 혼란에 빠졌을 때,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분명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물론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문제는 그야말로 단순 명료하다..... 모호함으로 야기된 마음의 상태를 불확실성이라고 부르며, 이는 감정을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마음속에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으면 불안은 한층 고통스러워지고, 기쁨은 더욱 기분 좋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십자말풀이 퍼즐이 재미있는 이유는 모호한 단서들을 가지고 고민해 해답을 얻어내기 때문이다. ... 괴테는 "우리가 동의하는 것은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들지만, 모순은 우리를 생산적으로 만든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모호함도 마찬가지다. -p020


사회과학자이자 교육학 교수인 미겔 에스코테트는 이러한 논지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학교는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그 이유는 한마디로 학생들이 "직업 시장에 뛰어들 즈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에스코테트가 생각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교육은 학생들이 유연하고, 자기 비판성을 갖추고, 호기심을 유지하며, 리스크를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p022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모호함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 한다. 지난 몇 년간 사회 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서, 1950년대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방식으로 모호함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들의 연구는 모호함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해준다. -p027


제 1부, 세상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순간들 


1장 더없이 거대하고 시끄러운 혼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브루너와 포스트먼은 비정상적인 것을 덮어버리려는 우리 마음의 자연스러운 성향을 밝혀냈다. 이들은 또한 우리가 압박을 받을 때 모호성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다는 사실도 알아냈는데, 이 경우에는 어떤 카드를 보았는지 설명해달라는 실험 진행자의 요청이 압박으로 작용했다. ... 선입견은 사물을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조치를 취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는 제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매일같이 자동적으로 세상에 대한 사소한 추측들을 한다. 이러한 추측들은 우리의 행동에 지침을 제시하는 사물, 행동, 사건, 사람, 생각 사이의 인과관계라고 생각해도 좋다. -p040


참가자들은 진지한 과학 실험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접한 것은 우스운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었던 것이다. 참가자들은 실험의 발상 자체에 웃음을 터뜨렸다. 네르흐르트의 연구실에서 이상한 무게의 추는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이었고, 그 덕분에 참가자들은 이상한 상황에 처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지하철역에서는 사람들이 풀 만한 수수께끼가 없었다. 이상한 무게의 여행가방은 분명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만 단지 그것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놀라움은 매드 립스에서 유머가 터져나오기 위해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p048


피아제는 아이들이 신기한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관련해서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단순히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람은 어떻게 생길까? 내가 손으로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생긴다. 피아제는 이러한 유형의 추론을 동화라고 불렀다. -p055


2장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암호 'A' 엉망진창 모순의 세계를 견디는 방법 


프루는 혼란이 어떻게 새로운 패턴을 찾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가, 그리고 혼란으로 인해 우리는 어떻게 이상을 열렬히 지지하게 되는가를 연구해왔으며, 학자들은 이 두 가지 주요 연구 주제 사이의 정확한 관계를 자세히 설명한다. 불확실성을 접한 사람들이 새로운 연관관계를 추구하는 현상은, 기존 신념에 대한 헌신이 더욱 강화된다는 실험 결과와 대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반응은 사실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함께 진화하며 기능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는 인지체계의 핵심적인 두 영역이다. -p070


추종자들은 피아제가 말한 동화와 조절 사이의 불편한 중간지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자신의 믿음이 전적으로 옳다는 확신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단하게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릴 생각도 없었다. 해가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햇빛이 자기 뒤를 따라온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처럼, 마틴의 추종자들은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자신들의 견해를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았다. -p077


페스팅거는 이 사례 연구를 활용해 자신의 인지 부조화 이론을 더욱 발전시켰으며, 인지 부조화는 이제 두 개의 상충되는 인지를 경험하면서 생기는 불편한 느낌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되었다. 여기서 인지는 세계,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견, 생각, 욕구, 또는 신념을 의미한다. -p080 


잘못된 귀인으로 알려진 자나와 쿠퍼의 발견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순 때문에 발생하는 신체적 불편함이 태도 변화의 동기가 된다는 의미다. 불안감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존재하는 경우, 일관성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다. 마치 열기로 가득한 방에 통풍구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p081


프루는 이렇게 말한다. "놀라운 점은 얼마나 많은 인간의 행동이 이 기본적인 체계에 의존하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프루는 부조화를 줄이려는 시도가 우리가 하는 일상적인 행동의 최대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여기서 부조화를 줄이려는 시도란 무질서한 상황을 감지한 뒤 질서를 되착으려는 다양한 노력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p089


제2부 불안과 불확실을 단번에 제압하고 싶은 욕망, '종결 욕구'의 비밀 


3장 예상치 못한 충격과 스트레스, '두 배의 불안감'에서 살아남기, 불확실한 시대는 변화의 시대다 


예상치 못한 재앙을 접한 사람들은 심리학자 로니 야노프-불먼이 말하는 '두 배의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는 우리 자신의 안녕에 대한 장기적인 두려움이다. 갑자기 세상이 안전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모델이 무너지면서 오는 불확실성이다. '개념 체계'에 위협이 가해지고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불안감이 찾아오게 된다. 세상이 예전보다 덜 안전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일관성이라는 감각을 제공해주었던 가정들 자체가 도전을 받기도 한다. -p098


우주에 대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전혀 무해한 일도 종결 욕구를 강화할 수 있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그 자체에 대한 경외심과 놀라움에,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협이 더해지면서 두려움이 커지고 모호성에 대처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재앙이 일어난 직후에는 '확실한 것들'이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p100


불확실성이 쌓이면 결국 확실함을 추구하려는 의욕이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성향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는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친해지는지, 그리고 누구를 고용하거나 해고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가 실수를 인정하는지 여부,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지(물론 바람직하지 않지만 인지적으로 보면 비교적 손쉽게 확실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p104


양쪽 집단이 보여준 이러한 결과는 긴급 성향과 영속 성향을 반영한다. 크루글란스키와 도나 웹스터의 표현에 따르면, 긴급 성향은 "최대한 빨리 종결지으려는 개인의 성향"을 나타내며 영속 성향은 "최대한 오래 (종결을) 유지하려는 개인의 성향"을 나타낸다.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사람들은 확실성을 보다 빨리, 보다 확고하게 손에 넣으려 한다. -p106


압박에 시달릴 때 융통성이 떨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신뢰의 심리에 대한 최근의 실험에서도 나타난다. 타인에 대한 신뢰는 우리가 불확실성을 다루는 주요 방식 중 하나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미지의 요소들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를 사회생활이라는 바퀴에 기름칠을 하는 윤활유이자 고통스러운 마키아벨리식 계산에서 해방시켜주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보자. -p107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남녀는 연인을 어느 정도 신뢰하는 것보다 연인을 전적으로 신뢰하거나 거의 신뢰하지 않는 쪽을 선호했다. (언뜻 생각하기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신뢰와 불신은 확실성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마음을 편하게 한다.) 예상할 수 있는 바대로, 이런 사람들은 연인에 대한 상충 되거나 모호한 정보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견해에 끼워 맞추었다. 마음을 잠가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불확실한 시기에 필요한 것은 더욱 큰 유연성인데 말이다. -p109


불확실성의 감정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며 명확한 판단을 추구하면, 보다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보다 오랜기간 간 동안 불확실성을 감내한다면, 심지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거의 확신하는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모호성이 있는 결정을 며칠 정도 미뤄둔 후, 나중에 기분이 달라졌을 때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p112


긴급성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유형의 도구가 필요하다. 특정 시점에서 종결에 대한 상황적 욕구를 보다 잘 인식하게 해줄 도구, 그리고 적당한 순간에 의사결정의 결과가 눈에 잘 띄도록 해줄 도구다. ... 모호함에 대한 개인적인 태도 변화를 항상 염두에 두기 위한 방법은 그보다 더 간단하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해당 시점에서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의식적으로 검토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p113


4장 당신의 종결 욕구는 몇 점인가? '신중한 결정'과 '무모한 결정'을 가르는 그것 


독자 여러분도 테스트해보자. 아래의 각 문장에 1부터 6까지의 점수를 매기면 된다. 1은 전혀 동의하지 않음, 6은 전적으로 동의함을 나타낸다. ... 57점 이상이 나왔다면 (즉각적인) 종결 욕구가 평균 이상인 것이다. -p124


1. 나는 불확실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2. 나는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싫어한다. 
3. 내 기질에는 규칙적인 일과로 이루어진 질서 정연한 삶이 잘 맞는다. 
4. 내 인생에서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 
5. 나는 집단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믿는 내용에 한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면 짜증이 난다. 
6. 나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어떤 상황에 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7. 결정을 내리면 안도감을 느낀다. 
8. 문제가 생기면 아주 빨리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하는 편이다. 
9.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즉시 찾지 못할 경우, 금세 안달하고 짜증낸다. 
10.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11. 어떤 사람의 발언이 여러 가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12. 반복되는 일상이 생기면 삶을 더 ㅈ르기게 된다. 
13. 나는 명확하고 체계적인 삶을 즐긴다. 
14. 나는 보통 스스로의 견해를 형성하기 전에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구하지 않는다. 
15. 나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싫어한다. 


네스너는 뛰어난 협상가들이 최소한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삶의 불확실하고 모호한 회색지대에서 상당히 효과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p135


경찰학교에서 내가 여러 해 동안 가르쳤던 협상 교육 과정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슬라이드가 자제력에 대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면 어떻게 타인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 자제력은 협상가 본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휘관과 SWAT팀의 리더,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감정적인 반응에 행동이 좌우된다면 최선의 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협상가가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어떤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보다는 원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p136


F.스콧 피츠제럴드는 "일류 지성을 가늠하는 척도는 동시에 두 가지의 반대되는 생각을 품은 채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지 여부다"라고 썼다. -p146


특히 문학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자질, 셰익스피어가 그토록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었던 자질은 무엇일까? 바로 소극적 수용력이다. 이는 불확실하고 이해할 수 없으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성급하게 사실과 이유를 추궁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소극적 수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도 종결 욕구가 낮다는 의미다. 이는 우유부단과 다르다. 소극적 수용력은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의 한 가지 측면만을 고수하거나 그에 집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p149


조직에서는 네스너와 같은 사람을 보다 많이 채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호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적당한 순간에 잘못된 결정을 결과를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에 보다 폭넓게 적용되는 또 하나의 원칙은, 위기가 닥치면 다양한 설명과 결과를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보업계에서 말하는 레드팀(경쟁조직의 시각에서 문제를 검토 및 분석한 뒤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조직 내의 독립적인 팀)이라는 개념의 바탕에 있는 원칙이다. -p153


5장 때로는 알고 있다는 환상이 무지보다 위험하다. 첨단 기술과 도구의 배신 


이 연구를 실시한 E.제임스 포천은 이렇게 적었다. "관측자들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불확실성의 한계점을 다루는 특징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가장 부정확한 판단을 내린 사람들 중 일부가 가장 강한 확신을 보였다는 점이다. -p162


의사, 과학자, 정책 입안자들이 첨단 기술 및 도구에 열광하고 열정을 보인다 해도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무언가를 보는 새로운 방식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예전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알고 있다는 환상이 무지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p180


6장 모호성을 견뎌내는 CEO의 능력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한다


모호성을 회피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는 것은 채찍 효과를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사실 모든 유형의 구매는 다양한 정신적 갈등으로 인한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할 때마다 경제력을 동원해 그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어 한다.... 돈을 지불함으로써 내면적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뿐이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갈등이 야기하는 스트레스와 씨름을 벌여야 한다. -p204


오르테가는 자기만족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끔찍한 함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관론을 "매우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오르테가는 이제 인디텍스의 경영에 활발히 관여하지 않지만, 책임자 자리에 있을 때도 칭찾받는 일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p214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하는 소규모 기업의 경우, 모호성을 감내하는 CEO의 능력은 기업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90년대 후반 스웨덴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모호성을 견뎌내는 능력은 뛰어난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였다. ... 물론 CEO가 겸손하고 융통성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입각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p215


종결 욕구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 너무나 깊숙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종결 욕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종결 욕구의 위험에 대처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상황을 빨리 해결해버리고자 하는 타고난 성향에 굴복하지 않도록 적절한 체계와 절차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뛰어난 협상가들은 유동적이고 불완전하며 모순처럼 보이는 정보를 접할 때 침착함을 유지한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적절한 암시를 주면 종결 욕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예측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수단을 마련함으로써,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인식을 활용해 보다 현명하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도 있다. -p218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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