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책(보기, 읽기, 듣기) 다짐
어릴 적 장난감은 카세트 테이프였다고 한다. 콩쥐와 팥쥐, 백설공주, 헨델과 그레텔 등등 세계동화전집과 함께 나온 책 읽어주는 카세트 테이프. 글자를 배우기 전에는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어 책을 읽는 것마냥 외우기도 했단다.
유년기에는 책을 참 좋아했고, 대학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 초반까지만해도 그러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아 일과 관련된 공부하기로 바빠진 이후로 책과 멀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리서치를 위해 텍스트를 너무 많이 읽고, 또 보고서를 쓰기 위해 내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보면 '문자를 읽는 것' 자체가 거북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몇 번 이사를 다니며 많던 책들을 정리하고 좋아하는 책들만 남겨 두었는데도 좁은 방은 더 좁아졌고, 내가 저 책들을 이고 다닌다 한들 두 번 펴볼 여유가 생길까 싶어 그 책들마저 정리하기로 했다.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중고로 팔고, 일부는 선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문득, 무엇인가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림이 마치 '늙음'과 동어로 느껴졌다. 그건 싫어서, 꼭 '읽기'가 아니더라도 책과 가까이 있어 보기로 했다.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혹은 팟캐스트로 듣거나.
'읽기'가 문자를 꼼꼼히 '읽어' 잘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한다는 의미라면, '보기'는 가볍게 훑어 보거나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 낸다는 의미라 할 수 있을 테고, '듣기'란 그 중간 어디쯤이 될 테다.
어떤 식으로든 2016년에는 책이랑 다시 친해져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