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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Oct 31. 2017

지금을 차갑게, 나중을 뜨겁게

#60 마시멜로 테스트

앞서도 말했듯이 만족을 지나치게 지연하는 삶은 충분히 지연하지 못하는 삶만큼이나 불행할 수 있다. 단지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도전은 언제 더 많은 마시멜로를 기다려야하고 언제 종을 울려 곧바로 그 달콤함을 즐겨야 하는지 알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저 기다리는 능력을 발달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런 선택권조차 누릴 수 없게 된다. -p319




#60 마시멜로 테스트 

- 월터 미셸 지음 / 안진환 옮김 

잠깐쯤 집중해서 2h 



마시멜로 테스트는 1960년대 스탠퍼드대학교 부설 빙 유아원에 마련했던 '서프라이즈 룸'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유아원생들이 한 개의 마시멜로로 당장의 욕구를 채우는 대신 두 개의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능력, 즉 자제력을 언제 어떻게 발휘하는지 관찰했다. 동시에 스스로를 통제하며 기다리려고 애쓰는 아이들을 다른 방에서 반사 유리를 통해 지켜봤다. 


이 실험에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다른 식으로 생각하도록 단순한 제안을 덧붙이기만 해도 유혹을 잘 참아내는 아이들이 있었다. 또 특정 조건에서는 계속 기다릴 수 있었지만, 조건이 바뀌니 연구원이 방을 나서자마자 종을 울리기도 했다. 우리는 계속 조건을 바꿔가며 무엇이 아이들의 자제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유아원생이나 성인들이 유혹에 저항하기 위해 애쓰고 끝내 성공해낼 때 정신과 두뇌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모델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무조건 견디거나 강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에 변화를 줌으로써 자제력을 발휘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자제력을 잘 발휘한다. 하지만 누구든 자제력을 더 쉽게 발휘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할 수 있다. -p17



나는 자제력, 특히 미래의 바람직한 결과를 위해 만족을 지연하는 능력을 이해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것을 어떤 식으로 경험하며, 발휘하거나 발휘하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단지 추측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런 능력을 막 계발하기 시작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할 방법이 필요했다. -p22


우리는 이 테스트를 가능한 한 쉽고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논문 제목은 길고 복잡하게 붙였다. '유예됐지만 더욱 가치 있는 보상을 위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유아원생들의 자주적 유예에 관한 연구 및 그 이론적 틀'이라고 붙인 것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수십 년 후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 논문을 발견하고 '마시멜로와 공공 정책'이라는 제목 하에 <뉴욕타임스>에서 소개한 후 언론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입에 착 감기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p24


1968년에서 1974년 사이에 스탠퍼드 빙 유아원에 다녔던 550여 명의 아이가 마시멜로 테스트를 받았다. 우리는 이들 참여자의 표본을 추적해 최초 테스트 시점부터 대략 10년마다 한 차례씩 다양한 척도로 그들을 평가했다. 2010년 그들은 40대 초/주안에 이르렀으며, 2014년 현재도 우리는 그들로부터 계속 정보를 받고 있다. 그들의 직업과 결혼 여부, 재정 상태,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 등이 우리가 수집하는 정보다. 이에 관한 연구 결과는 빙 유아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p31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더 오래 기다린 유아원생들이 약 12년 후 청소년이 되어서는 좌절 상황에서 더 많은 자제력을 발휘하고 유혹에 덜 굴복하며 더 강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또한 지능이 더 높고 더 자립적이며 자신감과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도 더 강하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짧게 기다렸던 아이들만큼 몸과 마음이 허물어지지 않으며, 당황하거나 흐트러지거나 미성숙한 행동방식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미리 생각하고 더 많이 계획하며, 동기를 부여받으면 목표를 더 잘 추구한다. 그뿐 아니라 집중력도 상대적으로 높고 논리에 대한 대응과 이용 능력이 더 우수하며, 차질이 생겨도 곁길로 샐 가능성이 적다. 간단히 말해서 그들은 청소년기에 대한 '문제 많고 다루기 힘들다'는 널리 퍼진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상/하위 3분의 1씩, 짧은 유예 시간을 보였던 아이들과 긴 유예 시간을 보였던 아이들의 SAT 점수를 비교한 결괒 ㅓㅁ수 차이가 210점에 달했다. -p32


그들이 스물다섯에서 서른 살 정도가 됐을 때는 당사자들에게 직접 설문지를 돌렸다. 유아원에서 더 오래 기다렸던 사람들은 장기 목표를 더 잘 추구하거나 도달할 수 있으며, 위험한 약물을 덜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비교적 현저히 낮은 체질량지수를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들은 또한 더 나은 회복력과 적응력으로 대인관계 문제에 대처하였으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도 더 뛰어났다. 오랜 세월에 걸쳐 참여자들을 추적하면서 우리는 빙 유아원의 연구 결과가 영향의 범위와 안정성, 중요성 면에서 갈수록 놀라운 수준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33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며 BJ케이시는 만족 지연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셈이라면, 지연을 잘 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정신적 브레이크를 보유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는 아울러 중요한 요점 한 가지를 밝혔다. 우리 기준에서 약한 자제력의 보유자로 분류되는 개인들도 일상의 대부분 상황에서는 두뇌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행동방식 및 두뇌 활동에 관련된 그들 특유의 충동 제어 문제는 오직 매우 매력적인 유혹에 직면하는 때에만 명확히 드러났다. -p35


내가 유아원생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내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나이가 되면 아이들이 '어떤 일의 결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p37


아이들이 프로이트가 얘기한 정신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최대한 근접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그들에게 과자 자체가 아니라 과자의 사진을 보여주는 방법을 시도했다.... 진짜 과자가 눈앞에 있을 때는 대부분 아이가 기다림을 견딜 수 없어했지만 사실적 이미지 앞에서는 다들 훨씬 쉽게 만족을 지연했다..... 간단히 말해서, 갈망하는 대상의 '이미지'는 대상 그 자체와 달리 아이들의 기다림을 훨씬 쉽게 해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을 먹을 순 없잖아요!" 네 살배기 아이들이 먹고 싶은 마시멜로를 직접 쳐다보고 있을 때는 유혹에 약한 자신의 '뜨거운'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종을 울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그 이미지가 기다리면 얻게 될 것을 상기시키는 '차가운' 무엇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리디아의 말마따나 사ㅈㄴ을 먹을 수는 없잖는가. -p43


만약 자극을 정신적으로 상징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뜨거운 자극의 희생양이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 힘은 전전두피질에 존재한다. 활성화되기만 한다면 거의 무한한 방법으로 유혹적인 자극을 식히는 힘, 자극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는 능력이 그곳에서 시작된다. -p47


그림의 주인공이 '뭔가 관심을 돌릴 거리'를 생각하는 내용의 말풍선이었다. 그리고 그는 추가적인 조언으로 이렇게 썼다. '기다리는 것을 쳐다보지 말 것. 그것에 대해 생각나게 하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말 것. 달리 재미난 놀 거리를 찾아볼 것.' -p50


어떤 아이들은 낮은 유예 능력을 보이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아이들은 기꺼이 참아내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자제력 수준이 낮아지기도 한다. 빙 유아원에서의 실험들은 유혹에 대한 정신적 표상이 행동방식에 어떤 식으로 변화를 미치고, 심지어 그 영향을 역전시키기도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사실이 내게는 장기적 상관관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이 자기통제 능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전략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p53


나이가 중요하다. 네 살 이하의 아이들은 대부분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만족 지연을 지속할 수 없다. 그들은 유혹에 직면하고 대략 30초 이내에 종을 울리거나 과자를 야금야금 먹기 시작한다. 차가운 충동 시스템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열두 살 정도의 아이들은 몇몇 연구에서 거의 60퍼센트가 25분씩이나 기다리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25분은, 썰렁한 작은 방에서 과자 몇 개만 앞에 놓고 앉아 있기에는 참으로 긴 시간이다. -p60


한편으로, 유혹을 다룰 때는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할 때와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 각기 다른 시스템을 가동하기도 한다. 한 연구원이 잊을 수 없는 사례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들에게도 즉각적인 작은 보상과 유예된 큰 보상을 놓고 선택하게 했다. 그래 놓고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으냐고 묻자 그들은 차가운 억제 시스템을 가동하여 유예된 보상을 골라주었다. 하지만 곧이어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리게 하자 선택은 뜨거워졌고 그들은 즉시 작은 보상을 택했다. -p63


스트레스의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검토한 후 예일대학교 신경과학자 에이미 안스튼은 "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는 극심하지 않은 것이라도 전전두 인지 능력의 급속하고도 극적인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그런 인지 능력은 더 많은 상처를 입고 손상이 더욱 영구화되며, 결국 신체적 지병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질병까지 낳는다는 것이다. -p64


반면에 그 전략을 활성화하지 못했던 영아들은 3년 후 더 큰 보상을 기다릴 때도 그러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일찍 종을 울렸다. 이러한 결과는 주의집중을 조정해 스트레스를 통제하고 식히도록 어린 시절부터 훈련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유아기에 받은 애정이나 학대가 아이의 두뇌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아의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활성화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친밀하고 따사로운 애착을 형성해 아이가 안정과 안전을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p71


이 과정에 대해 자기제어성 발달 분야의 두 선구자 마이클 포스너와 메리 로스바트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생후 4개월이면 자기에게 제시되는 모든 자극에 주의를 집중하고, 18개월 정도가 되면 나름의 계획을 가진다. 실험실을 찾은 그들에게 우리가 준비해놓은 것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들 자신의 계획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온갖 노력을 하고서도 우리는 그저 머리를 내젓거나 '나름의 정신세계를 갖췄군!' 하고 중얼거리는 경우가 흔다.... 생후 2~3년이 되면 아이는 자기 생각과 느낌, 행위에 통제권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이 기술은 생후 4~5년째에 접어들면 갈수록 확연히 드러난다. 그 기술이 바로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물론이고 학교생활 및 그 이후의 생활에서 적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후 3년이 지나면 아이는 대개 목적이 있는 선택을 하고 주의집중을 더 유연하게 조정하며 목표를 방해하는 충동은 금할 수 있다. -p74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엄마가 과도한 통제를 행사하지 않으며 아이의 니즈에 세심하게 신경 쓰면, 아이는 엄마에게서 거리를 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낯선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줄여주려고 엄마가 다가설 때도 다른 데로 도망가지 않고 가까이 머문 것이다.... 이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모가 아이를 과도하게 통제하면 자기통제 기술의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생기는 반면,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쓸 때 자율성을 지원하고 격려하면 훗날 유아원에서 돌아와 자신이 어떻게 두 개의 마시멜로를 얻었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p77


결국 배지를 받으려면 점수를 위조하는 속임수를 써야만 한다는 얘기였다. 더 좋은 배지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이 속여야 했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실험실에서 혼자 사격을 하고 스스로 점수를 기록하게 했다. 우리는 속이는 빈도와 정도를 계산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즉각적인 작은 보상을 선택했던 트리니다드 '문제아'들의 패턴을 보스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선행 실험에서 즉각적인 작은 보상보다 더 유예된 더 큰 보상을 일관되게 기다렸던 학생들은 즉각적인 작은 보상을 택했던 학생들보다 속이는 횟수가 훨씬 적었다. 그리고 이들이 유혹에 굴하기까지의 시간도 훨씬 더 오래 걸렸다. -p94


2010년 컬럼비아대학교의 엘케 웨버와 번 피그너가 이끄는 또 다른 연구 집단이 유예된 보상을 선택하게 하는 특정 뇌 부위의 더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다. 바로 좌측면 전전두피질이었다. 즉각적인 보상은 뜨겁고 자동적이며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인 변연계를 활성화한다. 변연계는 유예된 결과에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하고자 하고 유예된 보상은 어떤 것이든 그 가치를 '무시하거나' 급격히 축소시킨다. 이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에 의해 가동된다. -p97


뉴질랜드 심리학자 제임스R.플린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들에서 설치류가 아닌 인류의 IQ점수에 일반적인 상승세가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아갈 때 점수가 상당히 증가했다. 언어적 지식이나 기호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을 요하는 지능 측정에서 세대마다 평균 약 15점이 상승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연구 대상자들의 연령이 걸치는 기간이 60년이므로 이러한 지능 변화가 진화에 의한 것도 아니고 인구집단의 유전적 변화 때문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능과 같은 특성에 환경이 영햐응ㄹ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증거다. 유전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지능 같은 특성들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임스 왓슨도 이렇게 결론 내렸다. "성향은 미리 운명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p114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다니엘라 카우퍼와 달린 프랜시스는 2011녀에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선천성과 후천성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들은 유전자와 환경의 관계에 대한 암묵적인 가정을 뒤집는다.... 환경은 한때 우리가 유전자만 그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결정론적일 수 있고,... 유전자는 한때 우리가 환경만이 그렇다고 믿었던 것처럼 가변적일 수 있다. -p116





만족 지연 능력이 개인의 약점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충동적 반응을 식히며, 행동의 결과를 고려하게 도움으로써 어떻게 자아를 보호하는가. 또한 유아원에서부터 인생 전반에 걸친 여정을 조명하면서, 유아원 시절 더 많은 마시멜로를 얻기 위해 기다린 시간과 이후 중년에 이룬 삶의 성취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이 상관관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 자신과 자녀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할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p118


"누군가 나에게 희망을 걸고 나를 믿어주는 것을 키프에서 처음 경험했습니다. 부모님도 나를 격려해주기는 했지만 정보나 지식 없이 그냥 무턱대고 해주는 응원이었거든요. 하지만 키프에서는 지식을 바탕으로 격려해주고 '우리는 너의 가능성을 믿어. 그러니 한번 해보자!' 하는 방식이었지요..... 행동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생애 처음으로 분명하게 깨달았어요. 전에는 저한테 소리 지르며 꾸짖는 학교 선생님들밖에 본 적이 없었어요. 키프 선생님들이 원하는 바는 저 자신과 다른 이들 모두가 잘되는 것이었어요. 특히 뭔가를 잘 해내면 계속 긍정적인 강화를 해주고, 제가 잘한 행동마다 거듭해서 칭찬을 해주었어요. 올바른 행동을 하면 좋은 결과가 뒤따르고 잘못을 하면 나쁜 결과가 뒤따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p123


나는 때때로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미래가 보이지 않나요? 싹수가 보인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마시멜로 테스트가 알려주는 바도 그거 아닌가요?" 아니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답은 오히려 조지의 인생 쪽이다. 조지는 물론 내재적으로 성공할 자질과 잠재력도 많았지만, 그 자신도 강조하듯이 만일 키프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가은 인생이 펼쳐졌을 리 만무하다.... 천성과 교육이 둘 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가 모호한 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개념이다. 기회와 제약이 가득한 이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에 따라 인생은 다르게 펼쳐진다. 학교 추첨에 당첨됐기에 조지가 변화의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기도 하다. -p126


EF란 사고, 충동, 행동, 감정을 의식적이고 계획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인지 기술이다. EF는 충동을 억제할 수 있게 하며, 목표를 추구하고 달성하기 위해 사고력과 주의력을 유연하게 동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일련의 능력과 신경 메커니즘은 성취도 높은 삶을 이룩하는 데 필수적이다. -p127


EV는 계획과 문제 해결에 관여하고 심리적 유연성을 발휘하게 하는데, 이는 언어적 추리와 성공적인 학교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EF가 발달한 아이는 충동적 반응을 억제하고, 지시사항을 기억하며, 목표를 추구할 때 주의력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EF가 발달하지 못한 아이보다 수학, 언어, 읽기 테스트에서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EF는 눈앞의 상황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의' 사고를 하거나 불가능한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돕는다. 또 상상력 발휘를 촉진함으로써 유연성 있고 적응력 높은 자기통제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그뿐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주변 사람의 의도를 추측하고 반응을 예상하는 데 필요한 '마음 이론'을 발달시키도록 돕는다. -p131


스탠퍼드대학교 캐럴 드웩 교수는 심리학계에서 통제력 인지와 자주적 신념이라는 주제에 관해 영향력 있는 권위자다. 그녀의 2006년도 저서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에 요약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실제로 성취의 내용과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드웩과 동료 학자들은 자신의 성격 및 태도가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것, 이 둘 중에 어느 쪽에 속하느냐가 자제력이나 의지력, 지능, 정신 상태, 성격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자아에 대한 관점에 따라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과 스스로와 타인을 판단하는 방식도 달라지며,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주변 세계가 우리에게 반응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p135


1974년에 스탠퍼드에서 우리 연구팀은 유아원생들이 특정한 결과의 원인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측정도구를 마련했다. 즉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스스로 주체적으로 한 행동의 결과로 보는가, 아니면 외부적 원인의 결과로 보는가?' 그리고 '이렇게 원인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아이들의 자제력 및 발달 방식과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들이 노력하는 정도, 끈기를 갖고 뭔가를 지속하는 수준, 자제력을 발휘하는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다시 말해, 자기의 행동이 긍정적 결과의 원인이라고 믿는 아이들일수록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만족을 지연하는 경우가 많았고 충동을 잘 억제했다. 또 자신의 행동이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상황에 처했을 때, 더 오랜 시간 인내했다. 그들은 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해냈다. -p138


셀리그먼은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는 낙관주의, 비관주의에 대해 다수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는 성공이나 실패를 인지하고 설명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발견된다. 낙관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은 실패를 경험해도 다음번에는 자기 행동이나 상황을 변화시키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실패 앞에서도 계속 나아가는 능력과 적절한 재능, 이 둘이 합쳐져 성공을 낳는다.... 좌절에 부딪혔을 때 다시 일어서서 나아갈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보면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 -p143


같은 연구팀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 거주하는 성인들의 재정문제 결정에 관해서도 살펴보았다. 평균 연령이 54세인 그 그룹에서, 현재 자아와 미래 자아 사이에 더 큰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당장의 작은 보상보다 유예된 커다란 보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 삶에서도 재산을 더 많이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것이다. 즉 사람들은 미래 자아와 정서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현재 가진 것을 미래의 자아와 기꺼이 더 만힝 나눈다. 허시 필드와 동료 학자들은, 실험실의 가상 상황이 아닌 실제 삶에서 미래 자아와의 동질감을 높이면 미래에 대비한 저축을 더 느릴ㄹ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p150


만일 당신이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다거나 낯선 지역을 여행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미래에 어떻게 느껴질지 판단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그것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는 게 좋다. 아주 구체적인 부분까지 상상해 그 상황을 머릿속에 최대한 생생하게 그리면서 미리 경험하는 것이다. 대학원의 내 제자들이 운 좋게도 두 군데 이상의 직장에서 채용 제의를 받아 고민에 빠지면 나는 이렇게 조언한다.... 심리적 거리의 영향력에 대한 트로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역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눈앞의 유혹을 추상적이고 차가운 방식으로 생각하거나 시간적/공강적으로 멀리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면 극복하기가 훨씬 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는 차가운 억제 시스템을 가동하고 뜨거운 충동 시스템을 약화한다. 반사적으로 당장의 보상을 택하는 태도를 줄이고, 미래의 결과에 주목하게 하고, 자제력을 발휘할 의지를 높이며, 뜨거운 충동을 식혀준다. -p158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이 평소처럼 자기 몰입 시각에서 감정을 분석할 때는 마치 과거의 경험이 지금 재현되기라도 하듯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했으며, 과거에 느꼈던 부정적 감정이 재가동됐다. 반면, 자신과 멀치감치 거리를 둔 채 자신의 감정과 그 감정이 생긴 이유를 분석할 때는, 과거 경험을 설명하면서 심리적 고통을 재가동하는 대신에 당시의 경험을 재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경험을 훨씬 덜 감정적이고 더욱 통찰력 있게 바라보기 시작했으며, 과거 경험을 재해석하고 이해하여 감정에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p178


정신적 고토오가 신체적 고통을 뇌에서 경험하고 처리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여러 가지 질문을 낳는다. 반 농담조로 자주 제기되는 질문 하나는 상심이나 그 밖의 거절 경험을 극복할 때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유발하는 ㄴ고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강연을 마칠 때쯤 청중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다. 늦은 밤 실연당한 이야기를 넣어놓는 친구에게 "아스피린 두 알 먹고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통화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차가운 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조언이다. -p185


자제력이 이런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거절 민감성(RS)이라는 해로운 성향 때문이다. RS가 높은 사람은 가까운 관계의 타인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버림받을 것을 예상한다. 때로는 스스로의 행동 때문에 자신이 두려워하는 바로 그 거절을 초래하기도 한다. -p188


몇몇 실험에서 개인이 사회적 거절을 경험할 때 면역체계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적 반응과 뇌의 활동을 관찰했다. 거절당한 기분을 느끼면 배측 전대상피질과 전측 뇌섬엽에서 신경 활동과 민감성이 높아진다. 이것들은 감정 조절, 보상 예측 그리고 혈압이나 심박 등 필수적인 자율 기능에 관여하는 부위다. 그리고 우리가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면역체계에서 염증성 물질을 분비한다. 인체가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도록 진화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물리적 공격과 위험에 대비하도록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이러한 물질은 상처의 신속한 치유를 돕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신체의 부상을 회복시키는 순기능을 한다. 그러나 만성적인 두려움과 타인에게 상처받은 것을 극복하지 못해 염증성 물질이 장기적으로 분비되면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p190


2011년 더니든의 연구 결과와 1960년대 말에 시작된 스탠퍼드 대학교 서프라이즈 룸의 연구 모두에서 자제력, 특히 어린 시절의 자제력에는 이후 삶을 예측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제력에는 개인의 기질적 취약성이 파괴적 방향으로 표추로디지 않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자제력의 기술을 키워주는 일은 참으로 필요한 일이 아닐까. -p200


심리적 면역체계는 우리 자신이 선하고 명철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믿음을 지속시킨다. 심각한 우울증이나 심리적 기능장애에 빠져 있지 않는 한, 심리적 면역체계 덕에 우리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긍정적인 특성이 더 많고 부정적인 특성이 더 적다고 여긴다. -p204


심리적 면역체계는 우리의 예측이 빗나갔을 때 심하게 낙심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상반되는 증거를 눈앞에 두고도 그 신념에 매몰되어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하기도 한다. 낙관주의적 착각은 발에 화상을 입더라도 뿌리치지 못할 만큼 강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전전두피질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난 할 수 있어' 사고방식이 발에 화상을 입히는 순간에도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는 부지런히 작동하는 것이다. -p223


앞의 가정과 상반되는 가정은 사회적 행동방식이 성격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 상황을 해석하고 인지하는 방식에 미묘하게 차이를 두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각 상황에서 우리가 갖는 기대치와 목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계획, 우리에게 갖는 중요성과 가치, 관련된 과거 경험, 불러일으키는 감정 등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이다. 이 경우 평소 공격 성향이 강한 아이일지라도 그 상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상황에서는 공격적 태도를 드러내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p238


이 연구는 자녀들이 높은 자기보상 기준을 지니게 하고 싶다면 아이들이 그 기준을 채택하도록 지도하는 한편, 부모가 직접 행동으로 본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당신이 자녀에게는 엄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하다면, 자녀가 자신에게 부여된 자기보상 기준보다는 당신이 본을 보인 자기보상 기준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p269


결론부터 밝히자면 아이들의 주의력 제어 기술은 훈련을 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봤을 때 실제로 상당히 개선됐다. 단순한 훈련인 데다가 짧은 기간에 시행된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결과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잠깐의 훈련으로 비언어적 지능 점수까지 향상됐다는 사실이다. -p278


단순 명상과 마음 챙김으로도 EF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마음 챙김 훈련은 현재 순간을 수용적인 태도로 자각함으로써 현재를 중심으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자신 안에 발생하는 감각이나 생각을 스스로 힘들이지 않고 자각하는 것을 말하며, 경험하는 어떤 것이든 편견 없이 고심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p 280


선도적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스트레스가 유아의 뇌와 이후 심신이 질병 민감성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가장 낮은 사람들이 다양한 질병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더 높으며, '생물학적 약점'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 즉 수정 단계에서부터 시작된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적/심리적 증상으로 고통받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사회경제적 계층 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육자들의 도전 과제는 이 아이들과 부모 혹은 보호자들이 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돕느냐 하는 것이다. -p286


나는 데이브 레빈에게 키프가 조지 라미레즈의 말처럼 정말로 '삶을 구원하는지' 물었다. 데이브는 자신들은 누구의 삶도 구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우리는 치어리더들이고 경기는 아이들이 하는 겁니다. 힘든 일은 아이들이 다 한다는 얘기죠. 우리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뿐입니다. 고된 노력을 기울이는 건 각자의 몫입니다." 키프의 사명은 아이들이 선택사항으로 가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데이브는 설명한다.... 아이들이 인구통계학적 배경에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에서 진정한 선택권을 갖는 것이다. -p292


자기 몰입에서 자아와 거리 두기로 전환하는 일은 심리적/생물학적 고통을 상당 부분 줄여주고 우리로 하여금 생각과 느낌에 대한 지배력을 더 행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벽에 붙어 주시하는 파리가 돼 보는 정신적 곡예는 시도할 만하다. -p312


서프라이즈 룸 바깥의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자녀가 스스로 원하는 삶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자신만의 불타는 목표를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구하려면 자기통제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방향과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목표 그 자체다. 목표는 삶의 만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삶의 초기에 설정하는 목표는 우리가 도달하는 지점과 우리가 삶에 대해 느끼는 만족 양면에 눈에 띄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어떤 식으로 형성되든 우리의 인생 이야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목표는,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때 필요한 EF와 똑같이 중요하다. - 323


인간 본성의 핵심은 가변적인가 아니면 불변적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사다.... 당신은 우리의 증거를 토대로 당신의 개인적 이론을 바꿀 의향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뇌의 가소성에 대한 발견에 특히 주목하기 바란다.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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