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를 맨손으로 퍼냈습니다. 굳게 매듭진 땅은 쉽사리 퍼내기란 어려웠습니다. 손끝이 아려오고 곧이어 피가 나서야 맨 땅이 나왔습니다. 그곳에는 씨앗이 웅크리고 있었고 곧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네와 번데기와 같은 땅벌레들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손이 아려 더는 파내지 못할 때가 돼서야 제 한 몸 누울 자리가 생겼습니다. 그곳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잠에 들었습니다.
비가 와서 온 몸이 젖기도 했고 햇살이 뜨겁게 자리를 스쳐가기도 했습니다. 제게 있어 안락함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무엇인가 제 몸을 스쳐갈 때 저는 비로소 피어날 수 있었습니다. 굳어가는 몸에 잡다한 꽃이 피어나고 뼈는 천천히 녹아내려 영양분이 되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 주변 자리에만 무언가 자라고 죽고 피어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세상이라는 것은 항상 그렇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