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에세이

by 인문규

마음 한편에 꽃을 심었습니다. 개화되지 않는 이름 모를 꽃이었습니다. 마른땅에 억지로 침이라도 뱉어 봤습니다. 언젠간 필 거라, 기대하고 마냥 기다렸습니다. 입술과 혀끝이 메말라 갈 정도로 더는 뱉을 수 없을 때까지. 잡초마저도 마른 마음에서는 자라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곳에 무엇을 채워야 할까 싶었을 무렵, 코끝으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눈물은 곧 비처럼 쏟아져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다시 시작된 장마에 심어둔 꽃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개화되지 못한 꽃에 미련은 없습니다. 다만, 담담히 이곳에 잠겨 가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마른땅도 필요 없습니다. 꽃을 심을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그저 이 비 맞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유 모를 아픔에 마음이 서글피 울고 있습니다. 그게 그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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