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후배로부터 졸업작품전에 와달라고 부탁받았다. 일단은 가겠다고 말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로 후배들에게 떳떳하게 보일만 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잘 진행되었던 부사관도 나의 실수로 임관이 취소되었고 우울증에 빠져 2년 간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기에 나에게 등을 돌렸던 복학한 동기들에게 당당히 고개를 들 자신이 없다. 아는 형은 나에게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지만, 자존심도 자존감도 바닥이 난 나에게 저것들은 스트레스이자 불치병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난 대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우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는 나는 누구에게 기댈 수 있을까.
나의 글은 세상에 마주하기에는 부끄럽고 유치하기 그지없다.
헐벗은 나의 마음은 그처럼 너무나도 위태롭다.
언젠가 지금의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온 세상에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봄날의 벚꽃을 보듯이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