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문규 Nov 15. 2022

봄날이 오기를

끄적임

  얼마 전, 아는 후배로부터 졸업작품전에 와달라고 부탁받았다. 일단은 가겠다고 말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로 후배들에게 떳떳하게 보일만 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잘 진행되었던 부사관도 나의 실수로 임관이 취소되었고 우울증에 빠져 2년 간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기에 나에게 등을 돌렸던 복학한 동기들에게 당당히 고개를 들 자신이 없다. 아는 형은 나에게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지만, 자존심도 자존감도 바닥이 난 나에게 저것들은 스트레스이자 불치병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난 대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우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는 나는 누구에게 기댈 수 있을까.

  나의 글은 세상에 마주하기에는 부끄럽고 유치하기 그지없다.

  헐벗은 나의 마음은 그처럼 너무나도 위태롭다.
  언젠가 지금의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온 세상에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봄날의 벚꽃을 보듯이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술 한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