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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Mar 14. 2023

0314-헤어진 친구가 나오는 꿈

하루 10분 일기 쓰기

pm 07 : 25


  항상 예상은 빗나가는 법. 그래 오늘도 2시에 일어났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꿈에서 친구가 나왔다. 그것도 절교하고 완전히 연락을 끊은 친구들. 근데 문제는 꿈에서 나온 위치가 집이었다. 몇 년간 꿈에서 가끔 등장할 때면 지금 현주소가 아닌 당시에 살던 옛날 집이나 인근에서 나왔었는데, 오늘은 내 방에서 그 친구들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들 내가 헤어진 이유는 성격차이는 물론이고 서로의 배려 없는 이기심에서 시작된 것이었기에 현재의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동정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꿈속에서는 지금은 없는 예전 집의 물건들이 내 방 가득 쌓여 있었고 과거를 회상하듯이 나는 그것들을 아련히 쳐다봤다. 물건들에서 묻어 나오는 향수 때문일까, 나는 미련이 남은 상태로 보였다. 그들은 나에게 예전의 친했던 얼굴을 하고는 다시 화해하자고 이대로 끝내는 것이 옳으냐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대화 끝에 나도 오해를 풀자고 말한 뒤, 그간의 서로의 입장에 대해 나눴다. 오해가 풀리고 서로 웃으며 잘 마무리되었다. 화해의 기념으로 방도 좁은 데, 좀 치우자면서 옛날 물건들을 그들과 같이 정리했다. 거의 다 마무리가 되어 갈 때쯤 방 밖 회사의 문이 열렸다. 대낮으로 보이는 하얀빛이 섞인 누르스름한 빛이 회사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뭐가 이리 소란스럽냐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방에 있던 친구들은 어느샌가 사라졌고 나는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쳐다보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그라인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의 온기가 그리웠던 것인지 아무도 없는 방이 한편는 씁쓸했다. 이곳이 현실이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이곳이 현실이었다. 외면했던 진실을 바라보면 나는 사람이 그리운 것 같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별거 아닌 말에 실없는 농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걸 알기에 나는 그냥 오늘도 내가 가진 것들로 오늘을 채워가야겠지. 오늘 남은 하루는 조금 길게 느껴질 것만 같다. 


pm 07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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