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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Mar 18. 2023

0317 집단과 집착

하루 10분 일기 쓰기

  am 04 : 09 길드를 위한 캐릭터 하나 만든 지 3일 차, 정신 차리고 보니 순식간에 3일이 지나갔다. 그간 밤새면서 게임만 하느라 공부도 운동도 안 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할 수 있는 선에서 원하는 레벨까지는 올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하나도 안 지킨 건 매우 큰 문제였다. 


  나의 성향 중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인 '집단에 대한 충성심' 한 집단에 소속되고 그곳에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 광기 수준으로 책임감이 몇 배로 상승한다. 항상 내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이 집단이 더 나아질 방법이 없는지 끝도 없이 고민하는 이 버릇은 해결안이 생길 때까지 현실을 돌보지 않고 그것에만 몰두한다. 어느 정도 결괏값이 도출되었을 때 비로소 지금처럼 현실로 돌아온다. 

  이걸 깨달은 건, 내가 학회장을 지나고 출판사에 취업을 했을 때였다. 학회장 때는 내가 이렇게 소속감에 미쳐있는지 몰랐는데, 출판사에 다닐 당시에 내 하루 일과는 완전히 출판사 업무에 집착하고 있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스스로에게 쉴 시간을 단 하루도 주지 않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2시까지 업무를 보고 6시까지 학원에서 부사관 준비를 한 뒤, 밤늦게 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주말은 밀린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러니 몸이 완전히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도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참 미련하기 그지없다. 나를 돌보지 않고 집단에 이익이 되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니다. 한쪽이 완전 소모가 되기 전에 만류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 내겐 꼭 필요한 것 같다. 이렇게 깨달아도 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갖는 어른이 된다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이번에 정신 차린 계기는 조금 뜬금없지만, 방금 전까지 곧 있을 시험 성적이 아쉽게 미달로 떨어져서 후회하는 꿈을 꿨다. 새벽 4시에 눈을 떴는데 생생할 정도로 꿈 내용이 그려졌다. 꿈속에서 대부분 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기에 그때 느꼈던 아쉬움과 후회를 그리고 내가 했을 법한 말과 행동들을 꿈속에서 겪고 나니깐,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am 04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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