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좀비가 되는 뻔한 좀비물은 아니고 가상의 서울 롯데 타워 안에서 좀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웹툰이다. 이 웹툰의 장점은 캐릭터들의 색깔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캐릭터마다 특색 있게 현실의 사람이 할 법한 생각과 행동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번에 쓰고 싶은 이야기는 전 주의 미리 보기에서의 주인공 인종의 생각 묘사이다.
겨울의 첫눈이 내리고 모두가 즐거운 하루를 보내다가 자신과는 다르게 다들 봄이 왔을 때 나갈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본 인종은 많은 생각에 잠겨 타워롤 돌아다니며 생각에 잠긴다. 인종은 타워 내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을 얼렁뚱땅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로, 많은 것을 이루어내고 이끌어가지만, 정작 타워 밖 진짜 현실에서는 같이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돈, 사람, 학력, 꿈도 없는 사회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고 인종도 그걸 이번 화에서 인지하고 고민에 빠진다. 인종은 긴 고민 끝에 그래도 살아있으니깐 됐다고 말하지만, 인종에게서 내 모습이 대비되었다. 현실 속 나는 정말 살아있으니깐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나는 인종과 다를 게 없는 사람이다. 게임 내에서 만큼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길드를 운영하고 레이드를 할 때면 사람들을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게임 내에서 만큼은 현실의 나보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내가 현실에서는 인종과 다를 게 없다. 큰 좌절 끝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금 천천히 나아간다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은 정체되어 있다. 가진 것도, 이루어 낸 것도 또 앞으로 나아갈 길도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은 좀 더 이 생활에 안주하고 싶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인종보다 먼저 봄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본가는 곧 이사를 해야하고 나는 떠나야 한다. 아직 겨울이고 싶어 하는 나와 다르게 주변 사람들의 프로필에는 꽃과 미래의 준비로 분주하다.
나는 뭘 할 수 있는 사람일까, 그나마 하고 있는 이 일기 속 내 글과 목소리에는 힘이 있는 걸까? 항상 남들은 내게 잠재력이 있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딱딱하고 무질서한 내게 사람들이 말하는 힘은 무엇일까? 항상 희망적인 말만 하지말고 답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꼭 답은 아니어도 괜찮으니, 내게 어울리는 길에 따라가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그럼 그것을 따라가는 건 잘할 수 있을 텐데...
문뜩 든 의문이지만, 새벽에 쓰는 일기는 전 날의 일기일까? 오늘의 일기일까? 또 잡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