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야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5월 23일 일기-생각 정리

by 인문규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새벽마다 걷고 있다. 잠이 오질 않아서 1시간 정도 걷거나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서 이천에 있는 백사면과 증포동을 잇는 큰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다리를 보고 있다가 목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아무에게나 전화를 건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다가 항상 잘 견뎌내라면서 잘 먹고 잘 일어나고 잘 씻고 싸는 것만 해도 된다는 말을 한다. 그들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조언이 아닐까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그것조차 안 되는 일이 수두룩해서 고맙다고만 하고 만다. 그러고 다시 그 다리를 보고 있으면 돌아가신 막내 할아버지가 생각나곤 한다. 술에 취해 인근 다리에서 소변을 보다가 그대로 떨어졌다. 부검 결과를 듣기로는 몇 시간 정도 살아계셨다고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겪은 지인의 죽음이었다. 그 생각만 하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허무해서 죽는다는 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매번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죽음과 가까운 얘기를 또 하자면 제주도에 사시는 외할머니가 1년째 요양병원에 계신다. 작년 9월쯤 군대 가기 전에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찾아갔었는데, 코에는 미음을 넣기 위한 호수가 꽂혀있고 목에는 숨쉬기 위한 장치가 껴져 있었다. 엄지발가락의 첫마디가 옆으로 튀어나와서 걸을 수 있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손만 겨우 움직이는 할머니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몇 년 만에 본 할머니에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백신도 맞지 않으셨는데 코로나에 걸리셔서 큰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어가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3~5월 사이에 지인들의 장례식장에 자주 다녀오곤 했다. 이런 일들이 주변에 자주 있다 보니, 죽음에 대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라 하던데 왜 우리는 지속적으로 아픔을 견뎌야만 할까.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이 최근에 깊게 와닿는다. 글도 사랑도 군대도 자꾸만 실패하는 내 인생에 죽음이 차라리 가까워 보이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울증 환자가 하는 헛소리 일지도 모른다. 마음에 삶에 대한 요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견뎌내는 시간에 너무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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