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기 좋은 나이니깐
스물 일곱은 젊은 나이야
어젯밤에는 달이 너무 예쁘게 떠서 집 앞 하천가를 걸었다.
물 흐르는 소리 속에서 개구리울음이 잔잔하게 들리고 외투를 입어도 선선한 날씨도 좋았다. 문뜩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근황을 들었다. 몇 개월 혹은 일 년이나 지나서 연락을 했음에도 나를 대하는 목소리에서 어색함이 없었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
내 실수로 임관을 2주 정도 남겨두고 퇴소를 했을 때 내가 보고 싶다던 사람들이 잘 되는 모습이 보며 겉으로는 축하해주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낙오된 것처럼 느껴지는 모순적인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차라리 모두와 단절한 채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몇 개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꿈속에서는 항상 그 시절의 사람들이 나와서 행복하게 대화를 나누는 꿈을 꿨다. 그렇게 잠에서 깨면 하루 종일 우울하기만 했다.
오늘도 크게 다를 거 없는 꿈속에서 헤매다가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깼다. 어제 오래간만에 사람들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눠서 그런지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조금 편했다. 기분 따라 사람이 없는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먼발치에 자동차 도로에 택배 차량이 가득했다. 내가 자책하기만 하던 새벽 밤에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스름한 풍경 속에 어느덧 여름이 가득했다. 몇 개월 간 나를 짓누르던 감정들과 그때 그 일들이 가볍게 느꼈다. 다시 뭔가를 준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렘과 함께 어젯밤 연락했던 선배와의 대화가 생각이 났다. 선배가 나를 만났을 무렵이 지금 내 나이였고 자신도 이제 막 원하는 일을 준비하던 시기였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예전처럼 글을 다시 시작해보라고 했다. 조금 더 걷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 글이나 써봤다. 예전보다 오문 투성이에 예스럽기만 한 글이 부끄러우면서도 마냥 시간을 허비하던 때보다 글을 쓰는 거에 시간을 썼다는 게 기뻤다. 뻔한 깨달음이지만 다시 차근차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보폭에 맞춰서 나아가다 보면 어떤 결과라도 있겠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