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명육아 4편
아이를 낳았을 때 모두들 우리 집 강아지에 대해 한 마디 씩 했다.
‘애랑 강아지를 같이 키운다고?’
‘강아지를 어디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심지어 할머니도 이런 말을 했다.
강아지에 대한 인식이 아직 애완견에 머물러있다는 생각이 들며 씁쓸했다.
아기가 강아지보다 우선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강아지도 내 가족인 것도 사실이다.
둘이 정말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아니라면, 두 가족은 내가 모두 챙겨야 할 아이들이다.
아이 엄마는 나고, 누구보다 아이를 걱정하는 것도 나일 텐데.
섣부르게 참견을 당하면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이런 참견을 최소 10번은 당했고, 이제 저 질문에 대답하는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1. 100일 분리 계획 말하며 선수 치기
첫 번째 전략은 일단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전략이다.
공간을 분리할 것이라고 말해주면 일단 공격적 태도를 감추고,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주신다.
그리고 100일 동안 아가의 면역이 형성된다는 정보를 살짝 끼워 넣어 팔면?
좀 더 잘 먹힌다!
100일 동안 면역 잘 키워서 조금씩 노출을 해 줄 계획이라고 말하면
50퍼센트 정도는 여기서 공격을 멈춘다.
2. 같이 키우면 좋은 이유 외워 두기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
반 정도는 1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래도...’는 디폴드 값이다.
‘그래도’가 나오는 순간,
그럼 나도 두 번째 무기를 꺼낼 때가 된 것이다.
두 번째 무기는 정서교육이다.
여기서부터는 나도 공격이 조금씩 들어간다.
단순히 ‘아기와 강아지 같이 있어도 괜찮아요~’가 아니라
상대방이 가지지 못한 걸, 강아지랑 아기가 같이 살며 가지게 될 수 있음을 어필한다.
이때 제일 효과 좋은 것은 ‘정서적 안정’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부모님들이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20대들이 많이 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부모 교육이라는 유행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정서적 안정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 있다.
연구에 의하면 강아지와 아기가 같이 살면 정서적 측면에서 얻는 이득이 많다고 한다.
특히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였을 때,
반려견과 사는 아이들 지수가 훨씬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료를 들이 밀면 여기서 대부분은 그러려니 한다.
3. 강아지를 버리는 것은 가족을 버리는 파렴치한이란 이미지를 언급하기
세 번째는 정말 쓰고 싶지 않은 전략이다.
위 두 전략이 이성적 전략이라면
세 번째 전략은 감정적 전략이고, 어떻게 보면 공격력이 높은 대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 때나 쓰는 전략은 아니고,
강아지와 아이를 같이 키우면 안 된다고 수십 번 말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다.
‘강아지를 그럼 어떻게 해?, 설마 버려? 그게 돼?’
이 멘트가 나의 주 전략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버릴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강아지를 버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많이 다뤄주었기에
‘당연히 버려야지’와 같은 반응은 아직 겪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버려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연락처에서 조용히 삭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대의 가치관을 그 정도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험난한 세상을 함께 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강아지와 아이를 같이 키우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아직까지 그런 분위기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보호자로서 꾸준히 강아지를 훈련시키고, 공부한다면 안 될 것도 없는 일인데 말이다.
강아지 그리고 내 아이의 보호자로서 나의 주관을 뚜렷이 하고
나의 주관을 흔드는 공격에 대해 대비해야 흔들리지 않는 육멍육아가 가능한 법.
오늘도 나의 무기들을 재정비하며
이 무기들이 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