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conceptzine) 62호 리뷰 #잡지리뷰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는 건,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이 뚜렷하다는 의미죠.
어떤 브랜드의 디자인이 좋다, 감성이 좋다, 아니면 단순히 브랜드가 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분명한 건 그 브랜드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브랜드가 좋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진짜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죠.
한때 열광했던 브랜드가 어느 순간 시들해지는 경우도 있고, 오랫동안 변치 않는 애정을 가진 브랜드도 있어요. 결국,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건 단순한 취향을 넘어서 그 브랜드가 내 삶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해요.
요즘 브랜드들은 더 이상 제품만으로 승부하지 않죠. 우리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동시에, 그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와 태도를 소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브랜드는 유행처럼 번지고, 어떤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아요. 사람들이 자신의 일부처럼 브랜드를 말할 때, 그 브랜드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죠.
그렇다면 다시 묻고 싶어요.
당신은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있는지도 몰라요.
컨셉진의 슬로건을 처음 봤을 때, 이 문장이 참 좋았어요.
거창하지 않지만, 뭔가 확실한 느낌이 있죠. 잡지는 삶을 극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아요. 대신, 하루의 어느 순간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고 해요.
요즘 우리는 정보를 너무 빨리 소비해요.
뉴스, 트렌드, SNS—쏟아지는 것들을 따라가기에도 바쁘죠. 그런데 잡지는 다른 것 같아요. 급하게 넘기지 않아도 되고, 끝까지 읽지 않아도 돼요.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들어오면 그걸로 충분한 거예요. 책을 읽을 때처럼 무거운 부담이 없지만, SNS처럼 빠르게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것. 좋은 사진을 보고, 좋은 문장을 읽고, 그 속에서 잠시 머물 수 있다는 것. 그게 잡지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죠.
어쩌면 ‘아름다움’이라는 건, 새로운 걸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걸 다시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잡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들어요. 한 달에 한 번, 혹은 몇 달에 한 번씩 찾아와서 이런 것도 있었어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해 주는 것 같아요.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기를. 그게 잡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꾸며주고 싶은, 심플하고 담백한 맛의 외관
읽기 당황스럽게 만드는 매우 작은 사이즈
잡지다움은 놓치지 않는 취향 가득 컨텐츠
에디터의 확고한 기준에 맞는 숨은 브랜드를 찾아내는 탐색력
결국 에디터의 그 브랜드에 독자도 사로잡히게 만드는 글솜씨
브랜드 그 자체에 대한 사색과 통찰의 흔적
사소한 취향도 공유할 때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대목
이제 독자의 차례로 넘기는 마지막 페이지
이 잡지를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많이 당황했어요. 사이즈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이거 제대로 읽을 수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여서요. 손에 쏙 들어오는 건 좋은데, 글자가 너무 작아 집중해서 봐야 했고, 페이지를 넘길 때도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손이 갔어요.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불편함’이 아니라 ‘의도된 특별함’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심플하고 담백한 외관 안에, 정교하게 선별된 브랜드와 이야기들이 촘촘히 들어 있어요. 그냥 ‘브랜드 소개’가 아니라, 에디터의 확고한 시선과 취향이 묻어나는 탐색이에요.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브랜드가 궁금해지고, 당장 찾아보고 싶어져요. 처음에는 에디터가 브랜드에 끌려서 글을 썼겠지만, 이제는 그 글을 읽는 독자가 브랜드에 빠져들 차례예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생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보통 브랜드를 제품이나 디자인으로 평가하는데, 이 잡지는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태도를 곱씹게 만들어요.
어떤 브랜드는 대놓고 개성을 드러내고, 어떤 브랜드는 조용히 스며들 듯 자리를 잡죠. 그런 차이를 보고, 비교하고, 나만의 취향을 돌아보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제는 독자가 이 브랜드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차례라는 듯이 페이지를 넘겨줘요. 마치 "이제 네가 발견한 브랜드를 책장 어딘가에 꽂아둬 봐" 하고 권하는 것처럼요.
처음엔 불편했지만, 결국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잡지.
컨셉진 62호는 그런 책이었어요.
컨셉진 62호 브랜드편이
당신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