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는 건 어렵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을 챙기고, 가끔은 나도 지쳐버린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적시는 감정이 찾아왔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남편은 늘 묵묵하다. 회사에서의 일은 쉽게 내색하지 않지만, 나는 안다. 요즘 그가 많이 지쳐있다는 걸. 반복되는 회의, 까다로운 업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버텨야 하는 하루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퇴근 후 집에 오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애쓴다. 그가 좋아하는 TV도 잠시 미뤄두고, 온몸이 피곤할 텐데도 아이들과 웃고, 장난치고, 때로는 무릎을 내어주며 책을 읽어주는 모습. 그런 장면들 속에서 나는 문득 울컥하고 만다.
이해받지 못할까 봐 힘들어도 말하지 않고, 표현이 서툴러도 끝내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 그가 내 남편이라는 사실이 감사하다.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리고, 아빠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나 역시 그의 존재 덕분에 매일의 고단함 속에서도 숨 쉴 여유를 얻는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평범한 하루,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별일 없이 함께 밥을 먹고, 아이 웃음소리를 들으며 밤을 맞는 하루. 이런 하루가, 사실은 내가 가장 바라는 삶이다.
남편이 있어 가능했던 수많은 오늘들. 때로는 내가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닐까. 바쁘다는 이유로,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고마움을 미뤄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오늘만큼은 꼭 말하고 싶다.
“고마워요. 늘 애써줘서. 나도 알아요,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버텨내고 있는지.”
사랑은 거창한 말이나 선물보다, 이런 진심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소리 없이 곁을 지켜주는 그의 존재가, 오늘따라 더 귀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안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나는 오늘 또다시, 작지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