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안 했던 하루였다.
아이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와 집안을 정리하고,
점심시간은 대충 흘러가고, 다시 육아의 파도에 휩쓸렸다.
특별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하루.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현관문 앞에 서서 잠깐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하늘이 너무 예쁜 거다.
말도 안 되게 맑고, 말도 안 되게 파랗고,
구름은 소복하게 케이크 크림처럼 얹혀 있고.
여름 냄새가 났다.
습도 높은 공기 속에서 풀냄새, 먼지 없는 바람,
빨래 마른 냄새 같은 게 섞여서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울컥했다.
“나 지금, 살아 있구나.”
그게 감사하면서도, 조금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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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그냥 숨 쉬는 것조차 벅찰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내 시간은 없고,
내 감정은 뒷전이고,
내 몸은 늘 조금씩 고장 나 있다.
누구한테는 이게 별일 아닐 수 있겠지만,
나는 그냥 오늘 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
‘나는 왜 이렇게 매일 지치는 걸까.’
‘이게 내 삶의 전부일까.’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그런 질문들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조용한 순간마다 고개를 든다.
하지만 또 어떤 날은,
세상이 터질 듯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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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아이들이 나를 보며 웃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웃었다.
“엄마~” 하고 부르며 와락 안기는데
그 순간 나는 무너졌다.
무너지는 동시에 다시 살아났다.
그 조그만 두 팔에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다 담겨 있었다.
하류 끝처럼 축 늘어진 오후,
몸은 지쳐 있었는데,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다.
무탈하고 밋밋했던 하루가
그 웃음 하나로 환해졌다.
벌레가 많아도 괜찮았다.
무릎이 욱신거려도 괜찮았다.
오늘 하늘엔 미세먼지가 없었다.
아이들이 웃었다.
나는 숨 쉬고 있었다.
이거면 됐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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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살아있는 게 너무 힘들다.
숨이 가쁘고, 눈물이 나고,
도망가고 싶고,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가끔은, 살아있는 게 미친 듯이 행복하다.
하늘이 예뻐서,
여름 냄새가 좋아서,
아이가 웃어서,
그 모든 게 이유가 되어.
수박이 맛있어서.
콜드플레이 노래가 좋아서.
⸻
내일은 또 어떤 하루일까.
다시 무기력할 수도 있고,
다시 지쳐서 웅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이 작은 기적이,
내일을 버틸 힘이 되어줄 거라는 걸 안다.
그러니 오늘은 이 마음을 잘 접어
내 마음 어딘가에 고이 넣어두고 싶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 벅찬 이 순간을,
기록해두고 싶다.
⸻
“나, 오늘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무도 몰라도 괜찮아.
나는 안다.
이 마음은 진짜니까.